桂魄初生秋露微[계백초생추노미] 달은 막 떠오르고 가을 이슬 촉촉한데
輕羅已薄未更衣[경라이박미갱의] 비단옷 얇아 썰렁해도 갈아입지 않았네
銀箏夜久殷勤弄[은쟁야구은근롱] 은쟁을 밤 깊도록 하염없이 뜯는 것은
心怯空房不忍歸[심겁공방불인귀] 빈방이 두려워 차마 돌아가지 못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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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夜曲추야곡 / 가을밤을 노래하다 / 王維왕유>
※ 악부시집(樂府詩集)과 만수당인절구(萬首唐人絶句)에는 이 시가 왕유(王維)의 작품으로 되어 있고, 전당시화(全唐詩話), 당시기사(唐詩紀事)에는 장중소(張仲素)의 작품으로 되어 있다. 또 왕애(王涯) 작품으로 소개 되는 곳도 있다. 추야곡(秋夜曲)은 원래 두 수인데, 이 시는 그중 두 번째 시이다.
- 왕유[王維] 성당(盛唐)의 대표적 시인. 개원(開元), 천보(天寶) 연간의 최고 시인이었다. 산서성(山西省) 기현인(祁縣人)으로 자(字)는 마힐(摩詰)이다. 서화와 음악에 모두 조예가 깊었다. 중국 자연시인의 대표로 꼽히며 남종화의 창시자로 불린다. 만년에 장안의 남쪽 남전현(藍田縣)에 있는 망천(輞川) 별장에 은거하며 역관역은(亦官亦隱)의 거사적 삶을 살았다. 그의 시는 명정청신(明淨淸新)하고 정미아치(精美雅致)하며 초속탈진(超俗脫塵)하다. 객관적이고 고요한 서경(敍景)뿐만 아니라 송별시・궁정시 분야에서도 뛰어났다. 이백(李白)・두보(杜甫)와 함께 당나라의 대시인이었고, 유마힐거사(維摩詰居士)로 칭하며 불교에 심취한 불교신자였기 때문에 시불(詩佛)이라고 일컬어진다. 벼슬이 상서우승(尙書右丞)에 이르렀을 때 죽었기 때문에 왕우승(王右丞)이라고도 불린다. 소식(蘇軾)은 당대(唐代) 산수전원시파(山水田園詩派)를 대표하는 그에 대해 “마힐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보다 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味摩詰之詩, 詩中有畫; 觀摩詰之畫, 畫中有詩.]”고 하였다. 산수시(山水詩)에서 큰 성취를 보여 맹호연(孟浩然)과 병칭하여 왕맹(王孟)이라 일컬어진다. 저서로 왕우승집(王右丞集) 10권이 있다. 구당서(舊唐書) 왕유전(王維傳)에 “왕유는 형제가 모두 부처를 받들었고, 언제나 채식을 했으며 매운 것과 육식을 하지 않았다. 만년에는 오랫동안 부정한 것을 멀리하고 살았으며 무늬나 색깔 있는 옷을 입지 않았다[維兄弟俱奉佛, 居常蔬食, 不茹葷血, 晩年長齋, 不衣紋彩.]”고 기록되어 있다.
- 계백[桂魄] 달의 다른 이름이다.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전설로 인하여 얻은 별칭이다. 달무리[월륜月輪]의 빛이 없는 곳을 ‘백(魄)’이라 하기도 하고, ‘백(魄)’에 ‘처음, 시작’의 뜻이 있으므로 초승달로 보기도 한다. 달에 계수나무가 있다는 전설은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달에는 높이가 오백 장이나 되는 큰 계수나무가 있고, 그 나무 아래에 한 사람이 항상 나무를 찍는데, 나무는 도끼로 상처가 날 때마다 바로 아문다. 그 사람 성명은 오강(吳剛)으로, 신선이 되는 공부를 하다가 잘못을 저질러 유배 가서 나무를 베는 벌을 받은 것이다.[月中有桂高五百丈 下有一人常斫之 樹創隨合 人姓吳名剛 學仙有過 謫令伐樹]”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갱의[更衣] 옷을 갈아입음. 철을 따라 날을 정하여 일제히 옷을 갈아입던 풍속. 처음에는 궁중의 풍속이었는데, 점차 민간에도 전하여져 여인들의 풍속이 되었다. 또, 신(神)도 철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하여 갱의제(更衣祭)를 지내는 곳도 있었다. 옷을 갈아입다. 화장실에 가다.
- 경라[輕羅] 가볍고 얇은 비단. 또는 그 비단으로 지은 옷.
- 은쟁[銀箏] 은(銀)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쟁(箏)을 말한다. 쟁은 현악기로 슬(瑟)과 비슷하다. 원래는 5현(絃)이었는데 뒤에 12현이 되었다가 당나라 때는 13현이 되었다.
- 은근[殷勤] 은근하다. 정성스럽다. 따스하고 빈틈없다. 성심성의를 다하다. 간절(懇切)하다. 간절하고 간곡한 마음. 정이 깊고 간절한 것. 겸손하고 정중한 모양. 慇懃(은근)으로도 쓴다.
- 은근롱[殷勤弄] 은근롱(殷勤弄)은 세심하게 반복해 연주한다는 뜻이다.
- 심겁[心怯] 소심(小心)하고 겁이 많음. 마음이 약하여 사소한 일에도 겁이 많음. 또는 그 마음. 마음이 약하여 작은 일에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함.
- 심겁공방[心怯空房] 당나라 시인 상리(常理)의 고별리(古別離)에 “소심해 빈방을 두려워하니, 긴 눈썹에는 거울 가득 수심뿐.[小膽空房怯 長眉滿鏡愁]”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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