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楊子)가 송(宋)나라를 여행하다가 동쪽의 어느 여관에 들었다. 여관에는 여자 종 두 명이 있었는데, 용모가 추한 편이 우대를 받고 예쁜 편이 오히려 홀대를 받고 있었다. 양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여관 주인이 말하였다.
“예쁜 아이는 그 예쁜 점을 자랑하기 때문에 내게는 조금도 예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추한 아이는 스스로 못났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만사에 겸손하니 내게 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양자가 제자에게 일러 말하였다.
“자기 행실이 어질다 할지라도 스스로 어질다고 여기는 마음을 버린다면 어디를 간들 칭찬받지 않겠느냐?”
<한비자 제22편 설림(상)>
楊子過於宋. 東之逆旅. 有妾二人, 其惡者貴, 美者賤. 楊子問其故. 逆旅之父答曰:美者自美. 吾不知其美也. 惡者自惡. 吾不知其惡也. 楊子謂弟子曰:「行賢而去自賢之心. 焉往而不美?」 <韓非子 第22篇 說林(上) 13>
- 역려[逆旅] 역려(逆旅)는 객지에 머문다는 뜻으로 여거(旅居)와 같다. 도연명의 자제문(自祭文)에 “도자가 이제 역려의 여관을 하직하고, 길이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려네.[陶子將辭逆旅之館, 永歸於本宅.]”라고 보인다.
- 역려[逆旅] 여점(旅店). 객사(客舍). 여관(旅館). 오랫동안 객지에 머물다. 하룻밤 묵고 가는 여관방처럼 인생의 덧없음을 이른다. 이백(李白)의 시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광음은 백대의 길손이다.[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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