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릉군(信陵君)이 진비(晉鄙)를 죽여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을 구하고, 진(秦)나라를 파하여 조나라를 존속시켰다. 조나라 왕은 이에 몸소 교외까지 나가 신릉군을 맞이하였다.
당저(唐且)가 신릉군에게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일에는 알아서는 안 되는 일, 알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잊어서는 안 되는 일, 잊지 않아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릉군이 말하였다.
“그게 무슨 뜻이오.”
당저가 대답하였다.
“남이 나를 미워하고 있으면 그 이유를 몰라서는 안 되고, 내가 남을 미워할 때는 남이 그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남이 나에게 덕을 베풀었을 때에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되고, 내가 남에게 덕을 베풀었을 때는 잊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주군께서는 진비를 죽여 한단을 구하였고, 진나라를 파하여 조나라를 존속시켰습니다. 이것은 큰 덕입니다. 지금 조왕이 몸소 교외까지 나와 맞이하여, 뜻밖에 조왕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주군께서는 조나라에 베푼 큰 공덕을 잊으십시오.”
신릉군이 말하였다.
“마땅히 그대의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전국책 : 위책(4)>
信陵君殺晉鄙, 救邯鄲, 破秦人, 存趙國, 趙王自郊迎.
唐且謂信陵君曰: “臣聞之曰: ‘事有不可知者, 有不可不知者; 有不可忘者, 有不可不忘者.’”
信陵君曰: “何謂也?”
對曰: “人之憎我也, 不可不知也; 吾憎人也. 不可得而知也. 人之有德於我也, 不可忘也; 吾有德於人也, 不可不忘也. 今君殺晉鄙, 救邯鄲, 破秦人, 存趙國, 此大德也. 今趙王自郊迎, 卒然見趙王, 臣願君之忘之也.”
信陵君曰: “無忌謹受敎.” <戰國策 : 魏策(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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