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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의 골짜기[愚公之谷] <說苑설원>


제 환공(齊桓公)이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을 쫓느라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한 노인을 만나 환공이 물었다.

“여기는 무슨 골짜기인가?”

노인이 대답하였다.

“우공의 골짜기[愚公之谷]입니다.”

환공이 물었다.

“어찌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는가?”

노인이 대답하였다.

“저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지금 그대 모습을 보건대, 어리석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찌하여 이름이 우공인가?”

노인이 대답하였다.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본래 암소를 한 마리 길렀는데, 그 소가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그 송아지가 어느 정도 자랐기에, 저는 그 송아지를 팔아 망아지 한 마리를 샀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젊은이가 나타나 ‘소는 말을 낳지 못한다.’하고는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는 저를 어리석게 여겨, 제가 사는 이 골짜기를 우공의 골짜기(愚公之谷)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구려. 어찌하여 그 망아지를 주었단 말이오.”

그리고 환공은 돌아왔다. 다음 날 조회 때 환공이 그 이야기를 관중에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관중이 옷깃을 여미고 두 번 절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바로 저 관이오(管夷吾)가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요(堯)임금 같은 분이 윗자리에 계시고, 구요(咎繇:고요皐陶) 같은 사람이 법을 맡아 다스렸다면, 어찌 남의 망아지를 빼앗아 가는 일이 있었겠습니까? 또 설령 그런 사기를 치는 자가 그런 노인 앞에 나타난다 해도, 절대 망아지를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노인은 법에 호소해도 바른 판결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에게 망아지를 내어준 것입니다. 청컨대 물러나서 정치에 대한 도리를 닦도록 하겠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제자들이여, 기억하라! 환공은 패업(霸業)을 이룬 군주였고, 관중은 훌륭한 보좌였다. 그런 지혜가 있음에도 오히려 스스로 어리석다고 하였다. 하물며 그 환공이나 관중만 못한 자라면 그 태도가 어떠해야 되겠는가?”

<설원說苑:정리政理>


齊桓公出獵, 逐鹿而走入山谷之中, 見一老公而問之曰:「是爲何谷?」 對曰:「爲愚公之谷.」 桓公曰:「何故?」 對曰:「以臣名之.」 桓公曰:「今視公之儀狀, 非愚人也, 何爲以公名?」 對曰:「臣請陳之, 臣故畜牸牛, 生子而大, 賣之而買駒, 少年曰:「牛不能生馬.」 遂持駒去. 傍鄰聞之, 以臣爲愚, 故名此谷爲愚公之谷.」 桓公曰:「公誠愚矣, 夫何爲而與之?」 桓公遂歸. 明日朝, 以告管仲, 管仲正衿再拜曰:「此夷吾之愚也, 使堯在上, 咎繇爲理, 安有取人之駒者乎? 若有見暴如是叟者, 又必不與也, 公知獄訟之不正, 故與之耳, 請退而修政.」 孔子曰:「弟子記之, 桓公, 霸君也;管仲, 賢佐也;猶有以智爲愚者也, 況不及桓公管仲者也.」  <說苑:政理>


  • 구요[咎繇]  고요(皐陶)의 다른 표기이다. 제순(帝舜)시대의 사법관(司法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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