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몸가짐은
경우에 따라 변해서는 안 된다.
큰불에 쇠가 녹아 흘러도
맑은 바람처럼 그윽해야 하고
된서리가 만물을 죽여도
화창한 날씨처럼 온화해야 하며
흙먼지가 하늘을 가려도
지혜의 빛처럼 밝아야 하고
큰 파도가 바다를 뒤엎어도
돌기둥처럼 우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천지간에 참된 인품이다.
持身涉世, 不可隨境而遷.
지신섭세, 불가수경이천.
須是大火流金而淸風穆然, 嚴霜殺物而和氣藹然,
수시대화유금이청풍목연, 엄상살물이화기애연,
陰霾翳空而慧日朗然, 洪濤倒海而砥柱屹然,
음매예공이혜일랑연, 홍도도해이지주흘연,
方是宇宙內的眞人品.
방시우주내적진인품.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評議평의>
- 지신[持身] 제 몸의 처신(處身). 지신하다. 처신하다. 몸가짐을 하다. 몸을 지키다. 지궁(持躬).
- 섭세[涉世] 세상(世上)을 살아나감. 세상을 살아가다. 세상 물정을 겪다. 세상 경험을 쌓다. 세상사를 겪다. 세상일을 경험하다. 당언겸(唐彦謙)의 시 제삼계(第三溪)에 “세상일 꿈 같단 걸 일찍부터 알아서, 봄비 내린 뒤 때 산밭 가는 걸 버려둘 수 없었네.[早知涉世眞成夢, 不棄山田春雨犁.]”라고 하였다.
- 유금[流金] 쇠가 녹아 흐름. 뜨거워서 쇠조차도 녹아내리는 것으로, 날씨가 매우 더운 것을 형용하는 말. 참고로, 초사(楚辭) 초혼(招魂)에 “열 개의 해가 번갈아 나와서 쇠를 녹이고 돌을 녹인다.[十日代出, 流金鑠石些.]”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옥석게(玉石偈)에 “추위가 지극하면 아교가 꺾이고 더위가 심하면 쇠가 녹아 흐르니, 이것이 곧 내 법신이 한 법 숨 쉬는 것이다.[寒至折膠熱流金, 是我法身一呼吸.]”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문양생(問養生)에 “지극한 추위와 더위가 아교를 부러뜨리고 쇠를 녹여 흐르게 하지만 물건들이 병들지 않는 것은 그 변화가 은미하기 때문이다.[寒暑之極, 至於折膠流金, 而物不以爲病, 其變者微也.]”라고 하였고,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연연주(演連珠)에 “신이 듣기에 ‘이치가 열리는 곳에는 힘이 항상 도달하고, 운수가 막히는 곳에는 위세도 반드시 다하게 된다. 그러므로 맹렬한 불이 쇠를 녹여 흐르게 할지라도 그림자를 태울 수는 없으며, 심한 추위가 바다를 얼어붙게 할지라도 바람을 매어둘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臣聞. 理之所開, 力所常達 ; 數之所塞, 威有必窮. 是以烈火流金, 不能焚景, 沈寒凝海, 不能結風.]”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청풍[淸風/清風] 맑은 바람. 부드럽고 맑게 부는 바람. 청풍고절(淸風高節). 인품이 순결하고 절조가 곧음. 참고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증민(烝民)에 “나 윤길보가 노래를 지어 불렀나니, 심장(深長)하기 청풍과 같네. 깊은 시름 잠겨 있는 우리 중산보여, 이 노래로 그 마음 위로받기를.[吉甫作誦, 穆如淸風. 仲山甫永懷, 以慰其心.]”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희증정율양(戱贈鄭溧陽)에 “맑은 바람이 부는 북창 아래서 스스로 복희씨 시대 사람이라 하네.[淸風北窓下 自謂羲皇人]”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사송(四松)에 “네 그루 솔을 처음 옮겨올 때는, 키가 대부분 석 자 남짓이었네. 헤어진 지 어언 삼 년, 나란히 선 것이 사람 키만 해졌네. … 맑은 바람을 나를 위해 일으키니, 얼굴에 엷은 서리 뿌리는 것 같네.[四松初移時, 大抵三尺強. 別來忽三歲, 離立如人長. … 淸風爲我起, 灑面若微霜.]”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목연[穆然] 온화하다. 온순하다. 조용히 생각하다. 고요히 생각하는 모양. 심원(深遠)한 모양. 그윽한 모양. 맑고 온화한 모양. 삼가고 공경하는 모양. 참고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증민(烝民)에 “길보가 이 노래 지어 부르니, 맑고 온화하기 청풍 같도다. 중산보가 임금을 깊이 생각하는지라, 이 노래로 그의 마음 위로하노라.[吉甫作誦, 穆如淸風. 仲山甫永懷, 以慰其心.]”라고 하였고, 자치통감(資治通鑒) 진원제영창원년(晉元帝永昌元年)에 “주상께서 옆에 앉으셔서 공(公)을 만나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궁성(宮省)이 화목하였으니, 반드시 걱정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主上側席, 遲得見公. 宮省穆然, 必無虞也.]”라고 한 데서 보이는데, 호삼성(胡三省)의 주(注)에 “목연은 화목과 공경의 의미이다.[穆然, 和敬之意.]”라고 하였다.
- 엄상[嚴霜] 된서리.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 지독하다. 심하다. 엄하다. 추상같다. 참고로, 왕안석(王安石)의 시 거상화(拒霜花)에 “모든 꽃 다 지고 혼자 피어서, 붉은 꽃들 서리조차 무서워 않네.[落盡羣花獨自芳, 紅英渾欲拒嚴霜.]”라고 한 데서 보이고, 초사(楚辭) 구변(九辯)에 “가을에 먼저 흰 이슬로 경계를 하였고, 겨울에는 또 거듭 된서리를 내리도다.[秋旣先戒以白露兮, 冬又申之以嚴霜.]”라고 하였는데, 그 집주(集註)에 의하면, 임금이 덕을 펴지 않고 엄명(嚴命)을 내리고 이어 가혹한 형벌을 내린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 화기[和氣] 인자하고 환한 얼굴빛. 사이좋게 정다운 분위기. 따뜻하고 화창(和暢)한 날씨. 온화(溫和)한 기색(氣色). 화목(和睦)한 분위기(雰圍氣). 생기 있는 기색. 온화하다. 부드럽다. 상냥하다. 한서(漢書) 권36 초원왕유교전(楚元王劉交傳)에 “화평한 기운[和氣]은 상서로움을 부르고 어긋난 기운[乖氣]은 재이를 부르니, 상서로움이 많으면 그 나라가 안정되고 재이가 많으면 그 나라가 위태로우니, 이는 천지에 변하지 않는 법칙이고 고금에 두루 적용되는 이치이다.[和氣致祥, 乖氣致異. 祥多者其國安, 異衆者其國危, 天地之常經, 古今之通義也.]”라고 하였다. 또,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에 “기뻐하고 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정이 발하지 않은 것을 중이라 이르고,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이른다. 중이란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란 것은 천하의 공통된 도이다.[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에 “이는 성정의 덕을 말씀하여 도를 떠날 수 없는 뜻을 밝힌 것이다.[此言性情之德, 以明道不可離之意.]”라고 하였다.
- 애연[藹然]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양. 구름이나 안개 따위가 짙게 낀 모양 또는 초목이 무성한 모양. 온화하다. 부드럽다. 상냥하다. 온화하고 선량하다. 무성하다. 가득하다. 윤택하다. 가득 어려 있다. 참고로, 송(宋)나라 시언집(施彥執) 북창자과(北窗炙輠) 권상(卷上)에 “백순을 뵈니,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얼굴에 가득하였다.[伯淳既見, 和氣藹然見眉宇閒.]”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음매[陰霾] 음산한 날씨. 흐려서 어두컴컴하다. 흐리고 어둡다. 매회(霾晦). 음회(陰晦). 참고로, 당(唐)나라 유종원(柳宗元) 몽귀부(夢歸賦)에 “밝은 태양이 그 가운데 나타나니, 음산한 기운이 흩어져 사라지네.[白日貌其中出兮, 陰霾披離以泮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음회[陰晦] 흐리고 어두움. 흐려서 어두컴컴하다. 흐리고 어둡다.
- 매회[霾晦] 흙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바람에 먼지가 날려 온 하늘이 뿌옇게 되는 현상을 이른다.
- 예공[翳空] 하늘을 덮다. 허공을 가리다.
- 혜일[慧日] 부처의 지혜(智慧)를 햇빛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지혜의 빛이라는 뜻으로 중생(衆生)의 앞을 비추어 그 어리석음을 가시게 하는 부처의 지혜를 이르는 말.
- 낭연[朗然] 낭랑하다. 맑고 우렁차다. 쟁쟁하다. 참고로, 주자(朱子)의 시 독이빈로옥간시우음(讀李賓老玉澗詩偶吟)에 “홀로 요금을 안고 옥계를 지나니, 낭연히 맑은 밤 달 밝은 때일세.[獨抱瑤琴過玉溪 朗然淸夜月明時]”라고 하였고, 회암집(晦菴集) 권32 답장경부(答張敬夫)에 주자(朱子)가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이 도리가 접촉하는 곳마다 환히 드러난다.[鳶飛魚躍, 觸處朗然.]”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홍도[洪濤] 큰 파도. 참고로, 한유(韓愈) 시 유생(劉生)에 “물건 잃은 듯 집 떠나 멀리가 놀았고, 동쪽으론 양송 지방에 갔다가 양주까지 갔었네. 마침내 큰 강을 건너 동쪽 구석까지 가내, 큰 파도는 하늘까지 찧고 우혈은 그윽하였네.[棄家如遺來遠遊, 東走梁宋曁揚州. 遂凌大江極東陬, 洪濤舂天禹穴幽.]”라고 하였고, 한(漢)나라 장형(張衡)의 서경부(西京賦)에 “장풍이 섬마다 부딪히니, 큰 물결이 일어나 파도가 높이 솟는다.[長風激於別隯, 起洪濤而揚波.]”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지주[砥柱] 중국 하남성(河南省) 삼문협(三門峽)에 있던 산인데, 위가 판판하여 숫돌 같으며, 황하의 중류(中流)에 위치하여 거센 물살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기둥처럼 꿋꿋하게 서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주산(底柱山) 또는 삼문산(三門山)이라고도 한다. 전하여 세속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절조를 지키는 군자나, 혹심한 역경을 만난 상황에서도 중임을 맡아 꿋꿋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물 또는 역량을 비유한다. 댐 건설로 인하여 폭파되어 지금은 없다. <文選 高唐賦> <水經注 河水4>
- 지주[砥柱] 중국 하남성(河南省) 섬주(陝州)에서 동쪽으로 40리 되는 황하(黃河)의 중류에 있는 위가 판판하여 숫돌 같은 주상(柱狀)의 바위산으로, 황하(黃河)의 격류(激流) 중에 서 있어도 조금도 요동되지 않고 오히려 하수(河水)가 분류(分流)하여 산 모양이 마치 수중에 우뚝 솟아 있는 기둥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격류(激流) 속에서 우뚝 솟아 꼼짝도 하지 않으므로, 난세(亂世)에 처하여 의연(毅然)하게 절조(節操)를 지키는 군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지주중류(砥柱中流)라 하기도 한다. <水經 河水 注> <晏子春秋 諫下24>
- 지주[砥柱] 지주(砥柱)는 돌기둥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산서성(山西省) 평륙현(平陸縣) 동남쪽에 있는 산 이름인데, 황하(黃河)가 침식하여 흙이 모두 씻겨 나간 뒤에도 이 돌산이 홀로 황하의 중류에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지절(志節)이 크고 높은 것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옛적에 우(禹)가 홍수(洪水)를 다스릴 때 이 산을 파서 황하(黃河)의 물을 통하였는데, 황하가 나뉘어서 이 산을 싸고 흐르므로 먼 데서 보면 마치 기둥과 같이 보인다고 한다. 세상 풍파를 견디며 굳센 지조를 지키는 사람을 비유할 때에 황하지주(黃河砥柱) 또는 중류지주(中流砥柱)라는 말을 쓴다.
- 흘연[屹然] 위엄스레 우뚝 솟은 모양. 위엄 있게 우뚝 솟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증사공왕공사례(贈司空王公思禮)에 “작지만 날쌘 자태, 우뚝이 서서 강한 도적에 대항하였네.[短小精悍姿, 屹然强寇敵.]”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持恒守一, 葆眞人品.
把持身心涉足世事, 不可以跟隨環境變化而變遷. 必須是强大火力熔化金屬中保持淸涼微風的和美而化養萬物, 嚴冽霜雪肅殺萬物中堅持和藹氣度的和善而親近自然, 陰沉霾霧蔽翳天空中秉持智慧日光的明朗而豁然開朗, 洪大波濤翻倒大海中守持岩坻柱石的穩固而巍然屹立, 這才是天地間眞正的爲人品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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