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좋은 일을 했다가 곤란을 겪어다 하여
다시는 좋은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목이 멜까봐 음식을 먹지 않는 것과 같고
허물이 있으면 응당 고쳐야 함을 잘 알면서도
도리어 허물이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병을 숨기고 치료받기를 꺼리는 것과 같다.
偶緣爲善受累, 遂無意爲善, 是因噎廢食也.
우연위선수루, 수무의위선, 시인열폐식야.
明識有過當規, 卻諱言有過, 是護疾忌醫也.
명식유과당규, 각휘언유과, 시호질기의야.
<圍爐夜話위로야화>
- 수루[受累] 고생을 하다. 고생을 시키다. 수고를 하다. 수고를 끼치다. 연루되다. 연좌되다.
- 타루[拖累] 폐를 끼치다. 누를 끼치다. 번거롭게 하다. 신세를 지다. 관련하다. 연루되다. 부담. 큰 짐.
- 무의[無意] 무심(無心). 의지가 없음. ~할 마음이 내키지 않다. ~할 생각이 없다. 원하지 않다. 고의가 아니다. 무의식중에. 무심결에. 뜻밖에. 무심코. 생각 없이. 본의 아니게. 참고로,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선생님은 횡목의 백성에게 뜻이 없습니까? 성인의 정치를 듣고자 합니다.[夫子無意於橫目之民乎, 願聞聖治.]”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차운승잠견증(次韻僧潛見贈)에 “원숭이와 학은 본래 무심하게 울어 댈 뿐, 그 아래를 지나는 행인이 듣는 줄은 알지 못하네.[猿吟鶴唳本無意, 不知下有行人行.]”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대인(大人)이 있으니, 자기를 바르게 하면 사물도 바르게 되는 사람이다.[有大人者, 正己而物正者也.]”라고 한 데 대한 주의(朱熹)의 주석(註釋)에 “의도하는 것도 없고, 기필하는 것도 없으며, 그가 있는 곳마다 교화되지 않는 사물이 없으니, 오직 성인만이 그럴 수 있다.[無意無必, 惟其所在而物無不化, 惟聖者能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인열폐식[因噎廢食] 목이 메일까봐 음식을 먹지 않음. 목이 멘다고 식사를 하지 않음. 작은 장애 때문에 긴요한 일을 그만두다. 조그만 장애를 걱정하여 중대한 일을 그만둠. 사소한 일에 실패하고 두려워하여 큰일을 포기함. 작은 장애를 염려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인경폐식(因哽廢食). 인일폐식(因噎廢食).
- 당규[當規] 올바르게 바로잡다. 마당하게 시정하다. 응당규정(應當糾正). 응당(應當)은 이치로 보아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옳다는 의미이고, 규정(糾正)은 사상·행동·방법 따위의 단점이나 잘못을 교정한다는 의미이다.
- 휘언[諱言] 꺼려서 세상에 드러내 놓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 말하려 하지 않다. 말하기를 꺼리다.
- 휘질[諱疾] 질병(疾病)을 숨기고 드러내지 아니함. 앓고 있는 병(病)을 숨기고 나타내지 않음. 달리 휘병(諱病)이라고도 부름. 병이 있는 것을 속이는 것. 호질(護疾).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 성공(成公) 9년 조에, “존자를 위해서는 부끄러운 일을 숨기고, 현자를 위해서는 과실을 숨기고, 친자를 위해서는 병을 숨겨 주었다.[爲尊者諱恥, 爲賢者諱過, 爲親者諱疾.]”라는 말이 나온다.
- 휘질기의[諱疾忌醫] 병(病)을 숨기고 의원(醫員)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남의 충고(忠告)를 듣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 병을 감추고 치료를 꺼리다. 자기의 결점을 덮어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다.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자로는 사람들이 그에게 허물이 있음을 말해 주면 기뻐하였다.[子路人告之以有過則喜.]”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 주염계(周濂溪)가 “중유는 허물 듣기를 좋아한지라, 훌륭한 명예가 무궁하였더니, 지금 사람들은 허물이 있으면 남이 바로잡아 줌을 기뻐하지 않아서 마치 병을 숨기고 고치기를 꺼려서 차라리 그 몸을 멸망시키면서도 깨달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 아, 슬프다.[仲由喜聞過, 令名無窮焉, 今人有過, 不喜人規, 如諱疾而忌醫, 寧滅其身而無悟也, 噫!]”라고 하였다.
-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보호하고 의원을 꺼림. 잘못이 이 있으면서도 잘못을 숨기고 남의 충고를 꺼림. 병(病)을 숨기고 의원(醫員)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허물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꺼려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함을 이르는 말이다. 북송(北宋)의 성리학자 주돈이(周敦頤)의 주자통서(周子通書)에 “중유(仲由)는 자신의 과실을 듣기를 좋아하였으므로 훌륭한 명성이 무궁하였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과실이 있으면 남이 바로잡아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병을 보호하고 의원을 꺼려서 차라리 몸을 죽게 할지언정 깨달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 슬프다.[仲由喜聞過, 令名無窮焉. 今人有過, 不喜人規. 如護疾而忌醫, 寧滅其身而無悟也. 噫!]”라고 한 데에서 온 말이다.
【譯文】 爲善受累勿因噎廢食, 諱言有過乃諱疾忌醫.
偶爾因爲做善事受到連累, 便不再行善, 這就好比曾被食物鯁在喉嚨, 從此不再進食一般. 明明知道有過失應當糾正, 卻因忌諱而不肯承認, 這就如同生病怕人知道而不肯去看醫生一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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