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왕(聖王)이 일을 일으킬 때에는 반드시 먼저 이를 계획과 염려 속에 궁구해 보고, 그런 연후에 시초와 거북으로 점까지 쳐서 따져 보고 하였다. 가난한 집의 선비도 모두 그 계획에 관여시켰고, 꼴 베고 나무하는 천한 백성들의 마음조차 다 헤아려 보았다. 그래서 만 가지 일을 벌여도 빠뜨리거나 잘못된 계책이 없는 것이다.
전(傳)에 이르기를 “뭇사람의 지혜는 하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나, 여러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독자적으로 결단하는 것은 단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큰 모책(謀策)을 내는 방법이다.
모책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가장 좋은 모책은 천명(天命)을 아는 것이요, 그 다음은 일을 아는 것이다. 천명을 알게 되면 존망화복(存亡禍福)의 근원을 미리 알 수 있고, 성쇠폐흥(盛衰廢興)의 시초를 일찌감치 알아서 아직 싹트지 않은 일을 방비할 수 있고, 형태를 갖추지 않은 재난으로부터 피해나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자는 난세(亂世)에 살면 자기의 몸을 해치지 않고, 태평한 세상에 있으면 반드시 천하의 권력을 얻는다. 일을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니, 일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득실성패(得失成敗)의 분화를 알아서 그 끝이 어디일까를 추구(追究)한다. 그러므로 일을 실패하거나 공(功)을 버리지 않는다.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함께 도(道)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함께 권도(權道)로 나갈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무릇 천명과 일을 모르는 자 중에 누가 능히 권모(權謀)의 기술을 터득하겠는가.
대저 권모(權謀)에는 정당(正當)한 것과 사악(邪惡)한 것이 있으니, 군자(君子)의 권모는 정당하고 소인(小人)의 권모는 사악하다. 정당한 것은 그 권모를 공정(公正)하게 쓰기 때문에 백성을 위함에 지성(至誠)으로 마음을 다하고, 사악한 것은 사사로움을 좋아하고 이익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백성을 위함에 속임수로 한다. 속임수로 하면 혼란해지고, 지성으로 하면 태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요(堯)의 아홉 신하는 지성으로 하여 조정에서 흥하게 되었고, 다른 네 신하는 속임수로 하여 들판에서 죽임을 당하였다. 그러니 지성으로 한 자는 후손에게 융성한 복이 미쳤고, 속임수로 한 자는 그 몸부터 멸망을 당하였다. 천명과 일을 알면서 권모에도 능한 자는 반드시 지성(至誠)과 속임수의 근원(根源)을 자세히 살펴서 처신하니, 이 역시 권모를 쓰는 방법이다.
무릇 지혜로운 자가 일을 벌일 때에는 가득 차면 넘칠 것을 염려하고, 태평할 때에는 험난함이 닥칠 것을 염려하며, 편안할 때에는 위태로움을 염려하고, 굽었을 때에는 바르게 하기를 염두에 둔다. 그래서 예측을 중히 여기되, 그에 미치지 못함이 있을까 두려워한다. 이렇게 하여 백가지 일을 벌여도 결함이 없는 것이다.
<설원 : 권모>
聖王之舉事, 必先諦之於謀慮, 而後考之於蓍龜. 白屋之士, 皆關其謀 ; 芻蕘之役, 鹹盡其心. 故萬舉而無遺籌失策. 傳曰 : 「眾人之智, 可以測天, 兼聽獨斷, 惟在一人.」 此大謀之術也. 謀有二端 : 上謀知命, 其次知事. 知命者預見存亡禍福之原, 早知盛衰廢興之始, 防事之未萌, 避難於無形, 若此人者, 居亂世則不害於其身, 在乎太平之世則必得天下之權 ; 彼知事者亦尚矣, 見事而知得失成敗之分, 而究其所終極, 故無敗業廢功. 孔子曰 : 「可與適道, 未可與權也.」 夫非知命知事者, 孰能得權謀之術. 夫權謀有正有邪 ; 君子之權謀正, 小人之權謀邪. 夫正者, 其權謀公, 故其爲百姓盡心也誠 ; 彼邪者, 好私尚利, 故其爲百姓也詐. 夫詐則亂, 誠則平, 是故堯之九臣誠而興於朝, 其四臣詐而誅於野. 誠者隆至後世 ; 詐者當身而滅. 知命知事而能於權謀者, 必察誠詐之原而以處身焉, 則是亦權謀之術也. 夫知者舉事也, 滿則慮溢, 平則慮險, 安則慮危, 曲則慮直. 由(曲)重其豫, 惟恐不及, 是以百舉而不陷也. <說苑 : 權謀>
※ 곡중기예[曲重其豫] 순자(荀子) 중니(仲尼)에 “지혜로운 자는 일을 하면서 가득차면 넘침을 염려하고 평탄하면 험난함을 염려하며 편안하면 위태로움을 염려하고 모든 일을 중히 여겨 미리 대비하며 오직 미치지 못할까 염려한다. 이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실패하지 않는다.[夫智者舉事也, 滿則慮溢, 平則慮險, 安則慮危, 曲則慮直, 曲重其豫, 惟恐不及, 是以百舉而不陷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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