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 산 큰고모는 얼금뱅이에 육손이
시집 가 이태 만에 징용으로 남편 잃고
상머슴처럼 남의 품팔아 쐐기밭뙈기나 장만한 뒤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 때면 꼭 좁쌀 한 말씩 이고
허위허위 무심한 깊은 강물 잘도 건너 오더니만
전쟁통에 오빠도 맞아죽고 오금덩이 같은 아들 하나
밤사람 되어 산으로 넘어간 뒤엔
참대 지팽이 짚고 오봉산만 찾는다네
밤에도 한밤에도 초가 삼간 등불 밝혀놓고
밥상 차려놓고 동구 밖 달려나가
한번 가 소식없는 아들만 부른다네
오빠만 부른다네
샛바람 불어와도, 강 건너서
차디찬 부싯돌만 반짝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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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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