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 30만원을 받아 쥐고 집으로 가는 저녁 눈이 내린다
우리들 삶의 무게 만큼 덧없고 헐거운 것들이 어깨 위에 쌓인다
포장마차에 들러 빈 속에 소주 두 병을 들이붓고
잠시 공장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노라면
아, 왜 이렇게 찬바람은 모질게 얼굴을 때리는지
이미 빙판이 되어 번들거리는 길을
포복하듯 걸어 마을 앞 발산교에 이르르면
죽어버리겠다고 죽어버리겠다고
더러는 달리는 차 속으로 뛰어들고
더러는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는 눈발들이
척추가 부러진 채 누워 신음하고 있다
광주시 양 3동 발산교 천변마을
벌써 십수년전 제 뿌리를 떠나온 사람들이 떠밀려와
천변 낮은 불빛으로 흔들리는 밤,
삶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으로 등짝을 떠미는데
밀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철제대문을 들어서면
지친 아내는 두 아이를 껴안고 잠들어 있다
불을 끄고, 옆으로 쓰러져 누우면
어둠은 천근 빚더미로 내려와
목을 내리눌러 숨쉬기조차 어려운데
월수 30만원의 삶을 그래도 포기하지 말라고
밤새도록 바람은 낡은 슬레이트지붕을 흔들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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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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