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딸아이가 옷을 갈아입으며
방문을 닫는다.
‘그래, 이젠 방문을 닫아야겠지’ 하면서도,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갈아입던
딸아이가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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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를 갈다말고
그의 배에 입을 대고 바람을 불어대면
까르르하고 터지던 웃음,
부지런히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아이의 보행기 굴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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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밥을 떠먹이다 보면
내 입이 먼저 벌어진다며 아내는 웃곤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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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함께 샤워를 하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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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울을 보며 옷을 갈아입고 있을
딸아이의 닫힌 방문 앞을 괜히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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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방문을 닫을 무렵 / 박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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