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적 소풍날
꽁보리밥에 양념친 날된장을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갔는데
다른 친구들 모두 쌀밥으로 싸왔거니 하고
산모퉁이에 숨어서 점심을 먹었다.
그 기억만 선연한데
그날 그 소풍간 곳이 어딘지
그날 어머니는
무슨 색깔을 옷을 입으셨는지
그날 날씨가 개었는지 흐렸는지
그날 아침밥은 무슨 반찬으로
어느 숟가락으로 먹었는지
그날 내가 사자표 가루치약으로
양치질을 했는지 어쨌는지
그날 우리 집 뜨락에
철쭉이 몇 송이나 꽃봉오릴 매달았는지
그날 우리 집 앞을 어떤 자동차가
몇 대 지나갔는지
그날 신문에 무슨 기사가 실렸었는지
그날 또 어머니가
어떤 종류의 눈물을 흘리셨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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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관한 어떤 추억 / 상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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