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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할수록 예의를 지켜라 [貧難用情빈난용정 富難好禮부난호례] <채근담>


빈천하여 겪는 어려움은

절조를 닦기 어려운 데 있지 않고

인정을 베풀기 어려움에 있다.

부귀하여 겪는 어려움은

은혜를 베풀기 어려운 데 있지 않고

예의를 좋아하기 어려움에 있다.


貧賤所難,  不難在砥節,  而難在用情.
빈천소난,  불난재지절,  이난재용정.
富貴所難,  不難在推恩,  而難在好禮.
부귀소난,  불난재추은,  이난재호례.

<채근담菜根譚/청각본淸刻本(건륭본乾隆本)/평의評議>


  • 지절[砥節]  절조(節操: 절개節槪와 지조志操)를 갈고 닦음. 기절(氣節: 기개氣槪와 절조節操)을 갈고 닦음. 진서(晉書) 완종전(阮種傳)에 “어진 신하가 군주를 대함에는 벼슬을 하여서는 나라에 충성하고 국민을 사랑하며, 물러나서는 절조를 닦고 뜻을 맑게 한다.[賢臣之於主, 進則忠國愛人, 退則砥節潔志.]”고 하였다.
  • 용정[用情]  마음을 쓰다. 배려하다. 정을 나누다. 인정을 베풀다. 일 처리에서 공정하지 못하게 사정(私情)을 씀. 진질된 감정으로 서로 대함. 用情(용정)의 情(정)은 정실(情實: 사사로운 정이나 관계에 이끌리는 일), 성실(誠實: 정성스럽고 참됨)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고,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고, 윗사람이 신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실정대로 하지 않는 이가 없는 것이다.[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라고 한 데서 보인다. 또, 예기(禮記) 제의(祭義)에 “서직(黍稷)을 올리며 희생의 간이나 폐나 머리나 심장을 올리며 두 술동이를 제수와 섞어 놓으며 여기에 더하여 울창주를 땅에 붓는 것은 백에게 보답하는 것이니, 백성들이 서로 사랑하도록 가르친 것이어서 위아래가 정을 나누니, 예가 지극한 것이다.[薦黍稷, 羞肝·肺·首·心, 見間以俠甒, 加以鬱鬯, 以報魄也, 敎民相愛, 上下用情, 禮之至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추은[推恩]  국가의 큰 경사가 있거나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관직을 내리거나 부모를 증직하던 등의 일. 그 사람의 공적과 관직을 고려하여 가족에게 관작(官爵)을 제수하거나 더 높여주는 일. 자손이 벼슬이 높으면,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벼슬을 추증하는 것이니, 이것은 자손에 대한 은혜를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미루어 준다는 뜻이다.
  • 추은[推恩]  자급(資級)을 더하는 것. 시종(侍從) 또는 병사(兵使), 수사(水使) 즉 곤수(閫帥) 등의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의 아버지로서 나이가 70세 이상인 사람에게 가자(加資)하던 일이다.
  • 추은[推恩]  은혜를 남에게 미치게 함. 은혜를 베풀다.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우리 어른을 어른으로 섬겨서 남의 어른에게 미치며, 우리 어린이를 어린이로 사랑해서 남의 어린이에게 미친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 있다. 시경(詩經)에 ‘처에게 모범이 되어서 형제에 이르고 집과 나라를 다스린다.’ 하였으니, 이 마음을 들어서 저기에 놓을 뿐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은혜를 미루면 족히 사해를 보호할 수 있고 은혜를 미루지 못하면 처자식도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옛사람이 일반인보다 크게 뛰어난 까닭은 다른 것이 없으니, 그 하는 바를 잘 미루었을 뿐이다.[老吾老以及人之老 幼吾幼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 詩云刑于寡妻至于兄弟以御于家邦 言擧斯心 加諸彼而已 故推恩 足以保四海 不推恩無以保妻子 古之人所以大過人者 無他焉 善推其所爲而已矣]”라고 하였다.
  • 호례[好禮]  예절(禮節: 예의범절禮儀凡節)을 잘 지키고 따름. 예(禮)를 좋아함. 논어(論語) 학이(學而)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가난하여도 남에게 아첨하는 일이 없고, 부하여도 남에게 교만을 부리는 일이 없으면 어떠합니까?[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라고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그것도 괜찮지만, 가난해도 도를 즐기며, 부하여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번지(樊遲)가 농사짓는 방법을 배우기를 청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소견 좁은 세민(細民)이로구나, 번수(樊須: 樊遲)는.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예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의리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신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성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렇게 된다면 사방에 있는 백성들이 어린 자식을 포대기에 싸서 업고 몰려올 터인데, 어찌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을 필요가 있겠는가?[小人哉 樊須也 上好禮則民莫敢不敬 上好義則民莫敢不服 上好信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則四方之民 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난처[難處]  처리(處理)하기 어려움. 처지(處地)가 딱함. 험준(險峻)한 곳.
  • 곤란[困難]  어떤 일을 하는 입장·상황·조건 등이 좋지 않아 어렵거나 까다로운 상태. 경제적으로 몹시 어렵고 궁핍함.
  • 진실[眞實]  거짓이 아닌 사실.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됨.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 참되고 변하지 아니하는 영원한 진리를 방편으로 베푸는 교의(敎義)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 진성[眞誠]  거짓 없이 참된 정성(精誠).

【譯文】 貧難用情, 富難好禮.
貧困卑賤的難處, 不是困難在砥礪氣節, 而是困難在以眞實的感情相待 ; 富足尊貴的難處, 不是困難在廣施恩惠. 而是困難在以眞誠的禮義相待.
地位形勢低下時, 不難在磨礪自身品質氣節, 而難在控制克制自身感情. 地位形勢較高時, 不難於對下施恩給與, 而難在保持尊重, 遵守禮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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