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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없는 책, 줄 없는 거문고 [無字書무자서, 無絃琴무현금] <채근담菜根譚>


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어도

글자 없는 책은 읽지 못하고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보이는 것만을 쓰고

보이지 않는 것은 쓰지 못하니

어찌, 거문고와 책의 정취를 알겠는가.


人解讀有字書,  不解讀無字書.
인해독유자서,  불해독무자서.
知彈有絃琴,  不知彈無絃琴.
지탄유현금,  부지탄무현금.
以跡用,  不以神用,  何以得琴書之趣?
이적용,  불이신용,  하이득금서지취?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후집後集>


  • 무현금[無絃琴]  무현금(無絃琴)은 줄[弦]이 없는 거문고[琴]이다. 동진(東晉)의 처사(處士) 도연명(陶淵明)이 좋아했다고 한다. 송서(宋書) 권93 은일열전(隱逸列傳) 도잠(陶潛)에 “도잠(陶潛)은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나 장식도 줄도 없는 거문고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술을 마실 때마다 거문고를 어루만지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였다.[潛不解音聲, 而畜素琴一張, 無弦, 每有酒適, 輒撫弄以寄其意.]”라고 하였다. 또, 진서(晉書) 권94 도잠열전(陶潛列傳)에 “성품이 음률을 알지 못하나 소금(素琴) 하나를 마련해 놓고 줄과 타는 제구도 갖추지 않았으나, 늘 벗과 술을 만나면 거문고를 어루만지고 화답하면서 말하기를 ‘거문고의 정취만 알면 되지, 무엇하러 번거롭게 줄을 당겨 소리를 내겠는가.’라고 하였다.[性不解音, 而畜素琴一張, 弦徽不具, 每朋酒之會, 則撫而和之, 曰: ‘但識琴中趣, 何勞弦上聲!’]”라고 하였다. 또, 이백(李白)의 시 ‘임명 현령 호제에게 주다[贈臨洺縣令皓弟증임명현령호제]’에 “도잠이 팽택 영의 직책 버리니, 아득히 태고인의 마음이었네. 오묘한 소리 절로 곡조 이루니, 줄 없는 거문고를 탈 뿐이었네.[陶令去彭澤, 茫然太古心. 大音自成曲, 但奏無絃琴.]”라고 하였다. <全唐詩 卷168 贈臨洺縣令皓弟> <李太白集 卷8> 소금(素琴).
  • 적용[跡用]  형적을 사용함. 형적을 가지고 하는 것. 즉, 도구나 형식에 얽매이는 것.
  • 형적[形跡/形迹]  사물의 형상과 자취를 아울러 이르는 말. 외적인 모양이나 형태. 형상(形狀)과 자국. 사람이나 사물이 뒤에 남긴 흔적(痕跡·痕迹).
  • 신용[神用]  신비한 작용. 신령한 작용. 그 진수되는 정신을 활용하는 것.
  • 정신[精神]  마음이나 생각. 또는, 영혼(靈魂). 신사(神思). 성령(聖靈). 의식(意識). 사물에 접착하는 마음. 근기(根氣). 기력(氣力).
  • 가취[佳趣]  고상(고아)한 취미. 고상한 정취.
  • 아취[雅趣]  고아한 정취. 또는 그런 취미.
  • 정취[情趣]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흥취. 고요한 느낌이나 맛. 또는 고요 속의 흥취. 심미에 바탕을 둔 정서적 흥취. 정조(情調)와 흥취(興趣). 취향. 흥취. 성정(性情).
  • 하이[何以]  왜. 어찌하여. 무엇으로써. 무슨 일로써. 어떻게.

【譯文】 觀形不如觀心,  神用勝過跡用  :  知無形物,  悟無盡趣.
人們只能解釋閱讀有文字的書,  不去解釋閱讀沒有文字的書  ;  知道彈有弦的琴,  不知道彈沒有弦的琴.  用有形功用而不用無形功用,  怎能得到彈琴讀書的高雅情趣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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