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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소주(燒酒)를 위한 소반(小盤). 탁주(濁酒)를 위한 탁자(卓子)


오랜만의 가족여행. 여수 돌산 작금캠핑장 옆 몽돌해변에서 새벽녘에 죽데기 하나를 주워왔다.

거북선에 부서진 안택선 조각인지, 태풍에 쓸려 떠밀려 온 유구국 돼지울짱의 한 쪽인지 다분히 사연이 있어 보인다.

녹나무인지 참나무인지 대추나무인지 알 수 없지만, 묵직이 무게감이 있고 통나무로 있었을 적에 한 아름은 족히 넘었음직하다.

팔만대장경을 만들 적 판이 뒤틀리고 벌레 먹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를 3년간 바닷물에 담가두었었다 하니 침향(沈香)은 못되어도 침염(浸鹽)은 되었으리라.

오래 전부터 원목으로 소반 하나 만들기를 소망하였던 차에 자연과 인공이 합작한 큰 선물로 여겨졌다.

그림은 이미 머릿속에 다 그렸고, 집안에 있는 가용한 장비를 다 동원하여 늘어놓고 놀이에 들어갔다. 공구함에 잠자고 있던 페인트 칼(껌 칼. 헤라)을 갈아 끌 대용으로 쓰고, 형이 자동차판스프링으로 투박하게 만들어 준 칼로 자귀를 대신하였다.(끝내 대패와 끌을 구매함)

갈라진 틈과 구멍은 떼어낸 조각과 부스러기를 끼워 고정한 다음 강력본드를 바르고 사포로 문질렀다. 사포질에 갈려져 나온 나무가루가 강력본드와 섞여 미세한 틈까지 메워주기를 바래서이다.

아쿠아스테인을 발라놓으니 그럴싸하다.

YouTube를 통해 배운 You學의 효용성이 참으로 크다.

사연도 알 수 없고 수종(樹種)도 모르겠으나, 내게는 나름 의미 깊은 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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