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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고 거짓된 마음을 품으면 자신과도 원수가 된다 <채근담>


어린아이는 마음이 비어 꿩이 따르고

바다노인은 속셈이 없어 갈매기가 내려앉는다.

때문에 속이고 거짓된 마음을 품은 사람은

정신과 육체가 서로 시기하고 의심하며

간과 쓸개도 저절로 호와 월처럼 멀어지게 된다.

어찌 외물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겠으며

또한 그 자신을 스스로 원수로 삼는데 그치겠는가.


童子心虛而雉馴,  海翁機息而鷗下.
동자심허이치순,  해옹기식이구하.
唯藏機挾詐之人,  神形兩相猜疑,  肝膽自爲胡越.
유장기협사지인,  신형양상시의,  간담자위호월.
豈惟物不能動抑,  且身自爲仇.
기유물불능동억,  차신자위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치순[雉馴]  순치(馴雉). 꿩이 길들다. 지방관이 선치(善治: 선정善政)를 베풀어 은택이 금수에까지 미침.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비유하는 말. 수령의 인정(仁政)에 백성들이 감화를 받아 착하게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후한(後漢) 장제(章帝) 때 노공(魯恭)이 중모(中牟)의 수령으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자, 군국(郡國)에 막대하게 피해를 끼친 명황(螟蝗: 벼멸구)이 그 지역에만 들어가지 않는 이적이 나타났다. 그래서 하남 윤(河南尹) 원안(袁安)이 사실인지 알아보려고 인서연(仁恕掾) 비친(肥親)을 파견하여 조사하게 하였다. 그가 노공과 함께 뽕나무 밑에 앉아 있을 때 꿩이 지나가다가 그 옆에 멈췄는데도 아이가 잡지 않자, 비친이 “어째서 잡지 않느냐.[兒何不捕之]”라고 물으니, 아이가 “꿩이 새끼를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雉方將雛]”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비친이 깜짝 놀라 일어나서 노공에게 말하기를 “내가 여기에 온 것은 그대의 정사를 살피기 위한 것인데, 지금 황충(蝗蟲)이 경내를 범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이적이요, 교화가 조수에까지 미친 것이 두 번째 이적이요, 아이가 인애의 마음을 가진 것이 세 번째 이적이다.[所以來者 欲察君之政迹耳 今蟲不犯境 此一異也 化及鳥獸 此二異也 豎子有仁心 此三異也]”라고 하고는 바로 돌아가서 그대로 보고했다는 고사에서 온 것이다. <後漢書 卷25 魯恭列傳>
  • 해옹지구[海翁之鷗]  바닷가 노인과 갈매기. 친하게 지내던 새도 막상 잡으려고 하면 그것을 알고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데서 야심(野心)이나 위험(危險)을 알아차리면 누구라도 접근(接近)하지 않음을 비유(比喩)하는 말이다.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갈매기를 몹시 좋아하여 매일 아침 바닷가로 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날아와서 노는 갈매기가 백 마리도 넘었다. 그의 아버지가 ‘내가 들으니 갈매기들이 모두 너와 함께 논다고 하던데, 네가 그 갈매기를 잡아와라. 나 역시 갈매기를 가지고 놀고 싶다.’라 하였다. 다음날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기만 하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海上之人有好漚鳥者, 每旦之海上, 從漚鳥游, 漚鳥之至者百住而不止. 其父曰: 吾聞漚鳥皆從汝游, 汝取來! 吾玩之. 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는 이야기에서 보인다. 참고로,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고풍(古風)에 “나 또한 마음을 씻은 자이니, 기심을 잊고 너를 따라 노닐련다.[吾亦洗心者, 忘機從爾遊.]”라고 하였다.
  • 기식[機息]  마음의 활동을 쉼. 기심(機心)이 사라짐. 책략(策略)을 꾸미는 마음이 없어짐.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이 없음. 속임수를 부리지 않다. 기(機)는 심기(心機)로 마음을 움직이는 작용을 이른다.
  • 기심[機心]  교묘하게 속이는 간교(奸巧)한 마음. 계교(計較)하는 마음. 교사(巧詐)하는 마음. 기교(機巧)를 부려 사리(私利)를 꾀하는 마음. 책략(策略)을 꾸미는 마음. 기회를 노리는 마음. 기회를 보고 움직이는 마음.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 자기의 양심을 속임. 자신의 사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교묘하게 도모하는 마음. 기계지심(機械之心). 기교지심(機巧之心).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초(楚)나라에 노닐고 진(晉)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다 보니, 한 노인이 우물을 파서는 항아리를 안고 그 속으로 들어가 물을 퍼서 밭에 붓고 있었다. 이에 자공이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을 용두레[桔槹 용두레]라고 합니다.’라고 하니, 그 노인이 성난 기색을 띠었다가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기계(機械)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機事]이 생기게 되고,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機心]이 가슴에 차 있으면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吾聞之吾師, 有機械者心有機事, 有機事者必有機心. 機心存於胸中, 則純白不備. 純白不備, 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 吾非不知, 羞而不爲也.]’라고 대답하였다는 데서 보이고,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갈매기를 몹시 좋아하여 매일 아침 바닷가로 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날아와서 노는 갈매기가 백 마리도 넘었다. 그의 아버지가 ‘내가 들으니 갈매기들이 모두 너와 함께 논다고 하던데, 네가 그 갈매기를 잡아와라. 나 역시 갈매기를 가지고 놀고 싶다.’고 하였다. 다음날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기만 하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海上之人有好漚鳥者, 每旦之海上, 從漚鳥游, 漚鳥之至者百住而不止. 其父曰: 吾聞漚鳥皆從汝游, 汝取來! 吾玩之. 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는 이야기에서 보인다. 참고로,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고풍(古風)에 “나 또한 마음을 씻은 자이니, 기심을 잊고 너를 따라 노닐련다.[吾亦洗心者, 忘機從爾遊.]”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강교(江郊)에 “낚시만 생각하고 고기는 잊고서, 이 낚싯대와 줄만 즐기노라. 한가로이 유유자적하며 사물의 변화를 완상한다.[意釣忘魚 樂此竿綫 優哉悠哉 玩物之變]”라고 하였다.
  • 장기협사[藏機挾詐]  속이고자 하는 마음[機心]을 감추고 간사한 마음을 품음.
  • 장기[藏機]  기심(機心)을 감추다. 재능을 감추다. 생각을 감추다. 속셈을 감추다. 남이 알 수 없도록 재능과 지혜를 감추어 숨김(藏匿才智장닉재지). 남이 모르도록 마음의 기능과 활동을 감추어 숨김(藏匿心機장닉심기).
  • 협사[挾詐]  속으로 간사(奸邪)한 생각을 가짐. 간사(奸詐)한 생각을 마음속에 품음.
  • 교사[巧詐]  교묘(巧妙)한 수단(手段)으로 남을 속임. 교묘(巧妙)한 수단으로 남을 그럴 듯하게 속이는 모양. 참고로, 한비자(韓非子) 설림 상(說林上)에 “그러므로 교묘한 거짓이 서투른 진실만 못하다.[巧詐不如拙誠]”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권49 왕부열전(王符列傳)에 “혹 진흙 수레나 흙으로 구운 개 등 여러 장난감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을 감쪽같이 속였다.[或作泥車瓦狗諸戲弄之具 以巧詐小兒]”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신형[神形]  정신과 육체, 몸과 마음.
  • 시의[猜疑]  시기와 의심. 남을 시기(猜忌)하고 의심(疑心)함.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의심함. 의심하다. 의구심을 갖다.
  • 간담[肝膽]  간과 쓸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 속마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간담(肝膽)은 인체 내의 두 기관이다. 담(膽)이 간부(肝府)에 속하여 간과 담은 서로 친근한 사이를 비유한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이화(李花)에 “맑고 찬 기운 뼈에 사무쳐 간담을 일깨우니, 일생의 사려에 사념을 일으킬 수 없구려.[淸寒瑩骨肝膽醒, 一生思慮無由邪.]”라고 한 데서 보이고,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다른 것을 기준으로 보면 간과 쓸개도 그 차이가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고, 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다.[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회남자(淮南子) 숙진훈(俶眞訓)에 “다르다는 관점에서 보면 간담도 호월이 되고, 같다는 시각에서 보면 만물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自其異者視之 肝膽胡越 自其同者視之 萬物一圈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호월[胡越]  호월(胡越)은 호(胡)와 월(越)의 땅이 각각 북방과 남방에 있다는 데서, 서로 멀리 떨어진 것 또는 매우 소원(疏遠)함을 비유한 말로 쓰인다. 참고로, 회남자(淮南子) 숙진훈(俶眞訓)에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정신은 사방을 날아갈 수 있어서 한 번 날면 천만 리 먼 곳까지 갈 수 있는데, 다르다는 관점에서 보면 간담도 호월이 되고, 같다는 시각에서 보면 만물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一身之中, 神之分離剖判, 六合之內, 一擧而千萬里, 是故自其異者視之, 肝膽胡越; 自己同者視之, 萬物一圈也.]”라고 하였고, 후한(後漢) 예형(禰衡)의 앵무부(鸚鵡賦)에 “지금은 어찌하여 서로들 멀리 헤어져서, 마치 호와 월처럼 하늘 끝 타향에서 지내는가.[何今日之兩絶, 若胡越之異區.]”라고 하였다.
  • 간담호월[肝膽胡越]  간과 쓸개는 서로 붙어 있어 떼려야 뗄 수 없이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호(胡)와 월(越)이 남방과 북방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 멀리 떨어진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사람 사이에 아주 작은 간격만 있어도 가까운 사람이 먼 사람처럼 느껴짐. 회남자(淮南子) 숙진훈(俶眞訓)에서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정신은 사방을 날아갈 수 있어서 한 번 날면 천만 리 먼 곳까지 갈 수 있는데, 사물의 차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간과 쓸개가 아주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거리는 북쪽 땅과 남쪽 땅처럼 멀리 떨어져 있고, 그들의 서로 같은 점을 보기로 한다면 만물이 모두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할 만큼 가까운 것이다.[一身之中, 神之分離剖判, 六合之內, 一擧而千萬里, 是故自其異者視之, 肝膽胡越; 自己同者視之, 萬物一圈也.]”라고 했다.
  • 기유[豈惟]  어찌 ∼뿐이겠는가, 어찌 ∼뿐이랴(豈唯). 어찌 ∼에 그치겠는가(何止).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눈이 먼 사람과는 꽃무늬와 색채를 함께 감상할 수 없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과는 종소리나 북소리를 함께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몸에만 눈 멀고 귀 먼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앎에 있어서도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다.[瞽者無以與乎文章之觀, 聾者無以與乎鐘鼓之聲. 豈惟形骸有聾盲哉, 夫知也有之]’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과벌목(課伐木)에 “너희가 솜씨 좋게 담장을 말끔히 세워놓고, 대나무를 고르게 엮어 속을 채워 넣었네. 황량한 산속에서는 곰들이 으르렁거리고, 새끼 가진 호랑이는 사람 살을 그리워하는데. 마을로 못 오게 할 마음을 보여주지 않은 채, 어찌 전쟁으로 죽은 이들 위해서만 울어야 하나.[藉汝跨小籬, 當仗苦虛竹. 空荒咆熊羆, 乳獸待人肉. 不示知禁情, 豈惟干戈哭.]”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동억[動抑]  움직이거나 억제(抑制)하여 멈추게 함. 사물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멈추고 함. 즉, 조종(操縱), 제어(制御)의 뜻이다.
  • 위구[爲仇]  원수(怨讐)가 되다. 원망(怨望)의 대상이 되다. 짝이 되다. 참고로, 역림(易林)에 “천 마리의 참새와 한 마리의 학이 있더라도 요와 싸우면 그 위세가 상대가 안 된다.[千雀萬鶴, 與鷂爲仇, 威勢不敵.]”라고 한 데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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