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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에 얽매이고 물욕에 가린 삶은 마른 지푸라기와 같다 <채근담>


풀과 나무의 향기롭고 아름다움과

물고기와 새들이 날고 뛰노는 모습과

안개와 구름과 바람과 달이 자재롭고 맑음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기틀이다.

만약 세속적인 번뇌에 속박당하고

물질적인 욕망에 가리고 막혀서

눈에 보이는 것에서 어떤 흥취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생명 또한 삭막하니 메마른 지푸라기와 같다.


草木之芳菲,  魚鳥之飛躍,  煙雲風月之逸宕而光霽,  皆吾性的生機.
초목지방비,  어조지비약,  연운풍월지일탕이광제,  개오성적생기.
若被塵勞羈鎖,  物欲翳障,  觸目不見一點趣味,  吾性亦索然稿矣!
약피진로기쇄,  물욕예장,  촉목불견일점취미,  오성역색연고의!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방비[芳菲]  화초(花草)가 향기롭고 꽃다움. 향기로운 꽃과 풀 또는 그 향기. 향기롭고 고움. 화초가 무성함. 화초의 방향(芳香). 풀과 나무가 아주 아름다움.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낙일(落日)에 “언덕밭 따라 꽃이 한창 향기로운데, 여울의 배에 의지해 저녁밥을 짓네.[芳菲緣岸圃, 樵爨倚灘舟.]”라고 하였고, 왕한(王翰)의 시 제패하(題敗荷)에 “예쁜 꽃들 오늘 보니 남김없이 시들고, 가을 가는 소리만 나그네 옷을 스쳐가네.[芳菲今日凋零盡, 却送秋聲到客衣.]”라고 하였고, 유우석(劉禹錫)의 시 춘일서회기동락백이십이양팔이서자(春日書懷寄東洛白二十二楊八二庶子)에 “들녘 풀은 붉은 비단 땅에 향기롭고, 아지랑이는 푸른 비단 하늘에 흩날리네.[野草芳菲紅錦地, 遊絲撩亂碧羅天.]”라고 하였고, 육구몽(陸龜蒙)의 시 장미(薔薇)에 “겉으로는 향기롭게 웃고 있지만, 속에 있는 가시로 사람 상하네.[外包芳菲雖笑日, 中含芒刺欲傷人.]”라고 하였고, 초사(楚辭) 이소(離騷)에 “나의 경패(瓊佩)는 귀하건마는 그 아름다움이 버림받아 이 지경에 이르렀네. 하지만 그윽한 향기는 없어지기 어려우니, 그 향기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네.[惟茲佩之可貴兮 委厥美而歷茲 芳菲菲而難虧兮 芬至今猶未沫]”라고 하였고, 한유(韓愈)의 시 만춘(晩春)에 “초목들도 봄이 갈 걸 알고 있어서, 앞다퉈 온갖 빛깔 꽃을 피워내네.[草樹知春不久歸, 百般紅紫鬪芳菲.]”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비약[飛躍]  높이 뛰어오르는 것. 힘차게 활동하는 것. 나는 듯이 높이 뛰어오름. 빠른 속도로 발전하거나 향상되어 높은 수준이나 단계로 나아감. 말이나 생각 따위가 일정한 단계나 순서를 따르지 않고 건너뜀. 소리개는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듯이 만물이 각자 제 살 곳을 얻어 잘 살아감.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군자의 도는 용(用)이 넓고 체(體)가 은미하다.……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소리개는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 하였는데, 이는 상하(上下)에 그 이치가 밝게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 군자의 도는 그 단서가 부부(夫婦)에게서 시작되나니, 그 지극함에 미쳐서는 천지에 밝게 드러난다.[君子之道 費而隱……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연운[煙雲]  구름 같이 피는 연기(煙氣). 연기와 구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구름이나 연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조금도 기억에 남지 않은 과거사(過去事)들을 비유한 말. 참고로, 소식(蘇軾)의 보회당기(寶繪堂記)에 “기뻐할 만한 것을 보면 이따금 소장하였으나, 남들이 집어가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안개와 구름이 눈앞을 스쳐 지나고, 온갖 새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지나고 나면 다시 생각나지 않는 데야 어쩌겠는가.[見可喜者 雖時復蓄之 然爲人取去 亦不復惜也 譬之煙雲之過眼 百鳥之感耳 豈不欣然接之 然去而不復念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풍월[風月]  청풍명월(淸風明月).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읊거나 노래함.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상으로 시를 짓고 흥취(興趣)를 자아내어 즐겁게 놂. 음풍농월(吟風弄月). 음풍영월(吟風詠月). 시문(詩文). 바람과 달로서 자연을 뜻한다. 풍월을 읊는다[음풍농월吟風弄月]라고 하면, 바람을 읊조리고 달은 노래한다는 뜻으로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소재로 시를 짓는 것이다. 풍월은 사람들의 입에 배어 흔히 시(詩)를 뜻한다. 참고로, 주희(朱熹)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畵像讚)에 주돈이(周敦頤)를 가리켜 “맑은 바람 밝은 달빛은 가없고, 뜨락의 풀은 파랗게 어우러졌네.[風月無邊, 庭草交翠.]”라고 하였다. 얻어들은 짧은 지식(知識).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운 짧은 지식.
  • 일탕[逸宕]  아주 편안하고 거리낌이 없는 모습. 구애 받지 않다. 개의치 않다. 일탕(逸蕩)과 같음. 정해진 도를 넘어 주색에 빠져 행실이 좋지 못함. 음탕하고 방종하다. 정처 없이 떠돌다. 구애 받지 않다.
  • 광제[光霽]  밝고 비가 개고 나서의 구름 없이 맑은 모습.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시원스러운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광재(光霽)는 광풍제월(光風霽月)의 준말인데, 청랑(淸朗)한 기상과 인품을 비유한다. 송나라 때 황정견(黃庭堅)의 산곡집(山谷集) 권1의 염계시(濂溪詩) 병서(幷序)에 “용릉 주무숙은 인품이 매우 높아서 흉중이 씻은 듯함이 마치 광풍제월과 같다.[舂陵周茂叔, 人品甚高, 胸中灑落, 如光風霽月.]”라고, 주돈이(敦頤)의 인품(人品)을 평(評)한 데서 유래(由來)한다. 용릉은 중국의 호남성(湖南省) 영원현(寧遠縣) 서북쪽에 있는 지명인데 주돈이(周敦頤)가 살았던 곳이다. 주돈이의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濂溪)이다.
  • 성명[性命]  타고난 성질과 운명. 인성(人性)과 천명(天命). 목숨이나 생명. 살아 있기 위한 바탕이 되는 힘. 만물이 하늘로부터 받아서 각각 고유(固有)하는 성질. 천성(天性)과 천명(天命)을 합해 설명하는 유학 이론. 성(性)은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받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등 오성(五性)이고, 명(命)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등 오행(五行)을 말한다. 주역(周易) 건괘(乾卦) 단(彖)에 “하늘의 도가 변화함에 따라 만물은 각각 자신의 성명을 바르게 한다.[乾道變化, 各正性命.]”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가 본의(本義)에서 “만물이 받은 것을 성이라 하고, 하늘이 부여한 것을 명이라 한다.[物所受爲性, 天所賦爲命.]”라고 해설하였다. 참고로,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어질지 않은 사람은 생명의 정수를 내팽개치고서 부귀를 탐한다.[不仁之人 決性命之情 而饕貴富]”라고 하였고, 한서(漢書) 권97하 외척전하(外戚傳下)에 “조고의 유덕을 이어받음이여! 어쩌면 그리도 성명이 맑고 신령한지.[承祖考之遺德兮 何性命之淑靈]”라고 하였고, 유종원(柳宗元)의 유고황질부(愈膏肓疾賦)에 춘추 시대 진(晉)나라 경공(景公)이 “하늘이 부여한 생명이 저처럼 따스함과 차가움이 있음을 안다면, 단명한다 해도 슬퍼할 일이 아니고, 장수한다 해도 기뻐할 일이 아니다.[固知天賦性命如彼暄寒 短不足悲 脩不足歡]”라고 말한 데서 보인다.
  • 생명[生命]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사물이 유지되는 일정한 기간. 유기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살아 있는 상태. 또는 그동안 나타내는 모든 현상들의 전체. 사물이 존재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물이 유지되는 기간. 사회적 존재로서의 지속성. 살아 있는 사물.
  • 생기[生機]  삶의 계기(契機). 삶의 기틀. 생존의 기회. 생명력. 삶의 희망. 살아갈 길. 생기 있게 활동함. 생기를 되찾는 계기. 활기. 생명력. 생명의 작용. 생기(生氣).
  • 진로[塵勞]  번뇌(煩惱). 세속적(世俗的)인 노고(勞苦). 세간의 일로 생기는 번뇌.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이나 욕망 따위의 망념. 외물(外物), 내우(內憂), 모두 마음을 괴롭히는 것을 이름. 참고로, 무량수경(無量壽經)에 “모든 번뇌를 흩어지게 하고, 욕망의 구덩이를 무너뜨린다.[散諸塵勞, 壞諸欲塹.]”라고 하였고, 이정문집(二程文集) 권1 ‘장소암 속에서 얼음을 가져다가 돌에 녹여 먹으니 맛이 매우 좋았다[長嘯巖中得冰以石敲餐甚佳]’라는 시에 “늙은 신선이 오래도록 속세에서 수고했다 웃고는, 운고를 주며 속된 창자를 씻으라 하네.[老仙笑我塵勞久, 乞與雲膏洗俗腸.]”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차운답방직자유오수(次韻答邦直子由五首)에 “다섯말 번뇌에도 아직은 머물 만하니, 문 닫고 남모르는 우울증을 고쳐 보고 싶네.[五斗塵勞尙足留 閉關却欲治幽憂]”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기쇄[羈鎖]  말의 고삐나 문을 채우는 자물쇠. 굴레와 쇠사슬. 속박. 얽매임. 속박당하고 얽매임. 속박(束縛)하다. 구속하다.
  • 진로기쇄[塵勞羈鎖]  번뇌와 구속. 티끌 세상에 노역을 당하고 묶이고 봉쇄된 상태를 뜻함.
  • 예장[翳障]  그림자가 드리워 본 모습을 볼 수 없음. 장애물로 막힘. 시선을 가리는 물건. 시선 따위를 가리다. 덮다. 눈의 겉 부분에 예막(翳膜)이 없이 눈동자가 속으로 가려지는 증상.
  • 촉목[觸目]  눈에 띄다. 눈길이 닿다. 눈길이 미치다. 돋보이다. 주목을 끌다. 두드러지다. 눈길을 모으다. 참고로, 육유(陸游)의 시 시월십사야몽여객분제득조행(十月十四夜夢與客分題得早行)에 “찬 등불 아래 침상에서 식사하고, 작은 시장 근처에서 수레에 기름 치네. 역 문엔 아직도 희미한 달이 떠있고, 길가 나무는 맑은 서리 가득하구나. 관하의 특이한 풍물 눈에 들어오고, 먼 길 앞에 두고 감회가 일어나네. 장부는 힘을 다해 살아가야 하나니, 두 귀밑머리는 시들기 쉽다네.[蓐食寒燈下, 脂車小市傍. 驛門猶淡月, 街樹正淸霜. 觸目關河異, 興懷道路長. 丈夫當自力, 雙鬢易蒼蒼.]”라고 한 데서 보이고,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에 “어떤 사람이 왕태위(王太尉: 왕연王衍)를 방문하였다가, 왕안풍(王安豊: 왕융王戎)과 왕대장군(王大將軍: 왕돈王敦) 및 왕승상(王丞相: 왕도王導)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방으로 가보니 또 왕계륜(王季胤: 왕후王詡)과 왕평자(王平子: 왕징王澄)가 있었다. 그는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 방문하러 갔을 때, 내 눈으로 본 것은 모두 임랑주옥(琳琅珠玉)이었다’라고 하였다.[有人詣王太尉, 遇安豊·大將軍·丞相在坐 ; 往別屋見季胤·平子. 還, 語人曰: 今日之行, 觸目見琳琅珠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취미[趣味]  마음에 끌려 일정한 방향으로 쏠리는 흥미. 아름다움이나 멋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 전문이나 본업은 아니나 재미로 좋아하는 일. 흥취. 흥미. 재미. 기호(嗜好).
  • 삭연[索然]  눈물을 흘리는 모양. 헤어지는 모양. 흥미가 없는 모양. 다하여 없어지는 모양. 흩어져 없어지는 모양. 외롭고 쓸쓸한 모양. 공허한 모양. 흥미가 없다. 따분하고 답답하다. 지루하다. 삭막(索莫)하다. 쓸쓸하고 막막하다. 참고로,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에 “자기(子綦)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내 아들이 어찌하여 이토록 지독한 불행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子綦索然出涕曰: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라고 한데서 보이는데, 사마표(司馬彪)는 삭연(索然)을 “눈물을 흘리는 모양이다.[涕下貌]”라고 풀이하였다. 또, 설원(說苑) 귀덕(貴德)에 “가령 사람들이 당에 가득 모여서 술을 마실 경우, 그중에 한 사람이 홀로 쓸쓸히 구석을 향하여 운다면 온 당에 모인 사람들이 다 즐겁지 않을 것이다.[今有滿堂飮酒者, 有一人獨索然向隅而泣, 則一堂之人, 皆不樂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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