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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는 자질을 따지지 말고, 입신에는 집안을 탓하지 마라 <圍爐夜話위로야화>


독서를 함에는 자질의 고저를 따질 것 없이

그저 부지런히 배우고 묻기를 좋아하며

모든 일에 있어 그 까닭을 생각해나가면

저절로 그 이치가 통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입신을 함에는 집안의 빈천을 탓할 것 없이

다만 성실하고 순후하며 노련하고 의젓하여

소행에 터럭만큼도 구차한 구석이 없다면

어느덧 주변에서 우러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


讀書無論資性高低,  但能勤學好問,
독서무론자성고저,  단능근학호문,
凡事思一個所以然,  自有義理貫通之日.
범사사일개소이연,  자유의리관통지일.
立身不嫌家世貧賤,  但能忠厚老成,
입신불혐가세빈천,  단능충후노성,
所行無一毫苟且處,  便爲鄕黨仰望之人.
소행무일호구차처,  편위향당앙망지인.

<圍爐夜話위로야화>


  • 독서[讀書]  책을 읽음. 책을 그 내용과 뜻을 헤아리거나 이해하면서 읽는 것.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 참고로, 수(隋)나라 왕통(王通)이 당시의 권신(權臣)인 양소(楊素)로부터 벼슬을 권유받았을 때 “나에게는 선인이 남겨 준 오두막이 있으니 풍우를 피하기에 족하고, 땅뙈기가 있으니 죽을 끓여 먹고 살기에 족하고, 글을 읽고 도를 얘기하니 스스로 즐기기에 족하다.[通有先人之敝廬 足以庇風雨 薄田足以供餰粥 讀書談道 足以自樂]”라고 하면서 사양했던 고사가 전한다. <御批歷代通鑑輯覽 卷47 龍門王通獻策不報>
  • 무론[無論]  말할 것도 없음. 말할 것도 없이. ~에도 불구하고. ~에 관계없이. ~도 상관없이.
  • 자성[資性]  자질(資質)과 천성(天性). 타고난 성품(性品)이나 소질(素質). 근본으로 타고난 성질.
  • 근학[勤學]  학문에 힘씀. 부지런히 공부함. 부지런히 공부하여 학문을 익힘. 참고로, 서경잡기(西京雜記)에 “광형은 부지런히 공부하였으나 촛불이 없었다. 이웃에 촛불이 있었으나 광형에게 미치지 않았다. 광형이 이에 벽을 뚫어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衡勤學無燭, 鄰舎有燭而不逮, 衡乃穿壁, 引其光而讀之.]”라는 고사가 있다. <蒙求集註 卷上 匡衡鑿壁>
  • 호문[好問]  다른 사람에게 잘 묻다. 묻기를 좋아하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6장에 “순 임금은 큰 지혜가 있는 분이시다. 그분은 묻기를 좋아하고 하찮은 말도 살피기를 좋아하셨다. 악한 말은 숨겨 주고 선한 말은 널리 알리셨으며, 양 극단을 절충하여 그 중도를 백성에게 행하셨으니, 이래서 아마 순 임금이 되셨을 것이다.[舜其大知也與. 舜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斯以爲舜乎.]”라는 내용이 있다.
  • 호문즉유[好問則裕]  묻기를 좋아하면 넉넉해짐. 모르는 것을 묻기를 좋아하면 흉중(胸中)이 광활하고 여유가 있음. 유(裕)는 견식(見識)이 많음을 이른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지 말고 남의 의견도 귀 기울이며 묻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경(書經) 상서(商書) 중훼지고(仲虺之誥)에 “능히 스스로 스승을 얻는 자는 왕자가 되고, 남들이 자기만 못하다고 말하는 자는 망한다. 묻기를 좋아하면 넉넉해지고, 자기 소견대로만 하면 작아진다.[能自得師者王, 謂人莫己若者亡. 好問則裕, 自用則小.]”라고 하였다. 남에게 묻기를 어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앎이 더욱 풍부해진다. 반대로 자신이 믿고 아는 것이 전부라고 여겨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할 줄 모르면 지식은 협소해지고 만다. 전하여, 호문즉유는 자신의 생각만 맹신하지 말고 거리낌 없이 남에게 가르침을 구하다 보면 학식도 인품도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 근학호문[勤學好問]  배우기를 부지런히 하고 묻기를 좋아함. 부지런히 공부하고 질문하기를 좋아하다.
  • 소이연[所以然]  그렇게 된 까닭. 그러하게 된 까닭. 그렇게 된 원인, 즉 본체를 일컫는 말로 형이상자(形而上者)에 해당한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 제2절 주희의 주에 “군자의 도는 가까이는 부부가 집에 거처하는 사이로부터 멀리는 성인과 천지도 능히 다할 수 없는 것에 이르러서 그 큼이 밖이 없고 그 작음이 안이 없으니, 광대하다고 이를 만하다. 그러나 그 이치의 소이연은 은미하여 드러나지 않는다.[君子之道, 近自夫婦居室之間, 遠而至於聖人天地之所不能盡, 其大無外, 其小無內, 可謂費矣. 然其理之所以然, 則隱而莫之見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유[自有]  자기(自己) 자신(自身)이 가지고 있는 것. 자연히 ~이 있다. 나름대로 ~이 있다. 스스로 ~이 있다. ~이 있게 마련이다. 저절로 ~이 있다. 본래 ~이 있다. 응당 ~이 있다.
  • 의리[義理]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 사람으로서 행(行)해야 할 옳은 길. 신의를 지켜야 할 교제상의 도리. 남남끼리 혈족과 같은 관계를 맺는 일. 뜻의 조리. 이치와 뜻. 정의(正義)와 진리(眞理).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권5 극기(克己)에 “의리와 객기(客氣)가 항상 서로 승부를 다툰다. 따라서 그 두 가지가 줄어들고 늘어나는 비율(比律)의 다소를 살피기만 해도 군자와 소인을 분별할 수가 있다. 의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많아질수록 객기가 줄어들고 흩어지면서 점점 적어짐을 자연히 알 것이니, 객기가 소진(消盡)된 자가 바로 대현(大賢)인 것이다.[義理與客氣常相勝 只看消長分數多少 爲君子小人之別 義理所得漸多 則自然知得客氣消散得漸少 消盡者是大賢]”라는 명도(明道) 정호(程顥)의 말이 있고, “책을 읽을 적에 의리를 찾고 책을 엮을 적에 반드시 귀착할 곳이 있음을 이해하며, 그저 써 내려가지 말고 또 전인들의 말씀과 행실을 많이 아는 것이 학문의 유익함이니, 잠시라도 한가히 보내지 말고 날마다 이와 같이 하면 3년이면 거의 진보가 있을 것이다.[讀書求義理, 編書須理會有所歸著, 勿徒寫過, 又多識前言往行, 此問學上益也, 勿使有俄頃閑度, 逐日似此, 三年庶幾有進.]”라는 장재(張載)의 말이 있다.
  • 관통무의[貫通無疑]  관통하여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음. 곧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해함을 의미한다. 격몽요결(擊蒙要訣) 독서장(讀書章)에 “무릇 책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한 책을 익숙히 읽어서 의미를 다 깨달아 꿰뚫어 통달하고 의심스러운 것이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다시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많이 읽기를 탐내고 얻기를 힘써서 바삐 섭렵해서는 안 된다.[凡讀書, 必熟讀一冊, 盡曉義趣, 貫通無疑然後, 乃改讀他書, 不可貪多務得, 忙迫涉獵也.]”라고 하였다.
  • 입신[立身]  세상에 나아가 뜻을 펼 수 있는 인격과 지식을 갖춤. 자신의 인격을 확립함. 뜻을 세움. 명예나 부, 확고한 지위 등을 획득하여 사회적으로 출세함. 사회에 나아가서 자기의 기반을 확립하여 출세함. 입신양명(立身揚名). 입신출세(立身出世).
  • 불혐[不嫌]  싫어하지 않음. 꺼리지 않음. 미워하지 않음. 의심하지 않다. 불만스럽지 않다. 언짢지 않다. 참고로,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은공(隱公) 7년 조에 “춘추(春秋)의 체제를 보면, 귀군(貴君)이나 천군(賤君)이나 똑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혐의로 여기지 않고, 호인(好人)이나 악인(惡人)이나 똑같은 문사를 사용하는 것을 혐의로 여기지 않는다.[春秋貴賤不嫌同號 美惡不嫌同辭]”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가세[家世]  집안 형편. 가정 형편. 가계(家系)와 문벌(門閥). 문벌과 세계(世系).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지체. 집안의 품위와 대대의 계통. 참고로,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 오서(吳書) 감택전(闞澤傳)에 “감택의 자는 덕윤(德潤)이고 회계군(會稽郡) 산음(山陰) 사람이다. 집안 대대로 농민이었으므로 감택은 학문을 좋아하였으나 살림살이가 가난하고 자금이 없어, 늘 다른 사람을 위해 필경(筆耕)을 하여 종이와 붓의 비용을 제공받았는데, 베끼는 일을 마치고 나서는 또 그 전체를 외웠다. 그는 스승을 쫓아 토론하고 연구하였으며, 많은 서적을 두루 열람하고 아울러 역법과 천문에도 통달하여 이로 인해 명성이 드러났다.[闞澤字德潤, 會稽山陰人也. 家世農夫, 至澤好學, 居貧無資, 常為人傭書, 以供紙筆, 所寫旣畢, 誦讀亦遍. 追師論講, 究覽羣籍, 兼通歷數, 由是顯名.]”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충후[忠厚]  충직(忠直)하고 순후(淳厚)하다. 성실하고 순후(純厚)하다. 충직하고 온순하며 인정이 두텁다. 진실하고 순후하다. 충직하고 온후하다.
  • 순후[淳厚]  온순(溫順)하고 인정(人情)이 두터움. 날씨가 적당하게 따뜻하고 좋음. 순박하고 인정이 두텁다.
  • 노성[老成]  경력이 많아 사물에 노련함. 경험을 쌓아서 일에 익숙한 것. 숙성(夙成)하여 의젓함. 많은 경력을 쌓아서 세상일에 노련하고 익숙함. 글이나 기예 따위가 착실하고 세련됨. 어른스럽다. 노숙(老熟)하다. 노련하다. 경험이 풍부하여 온건·신중하다. 참고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탕(蕩)에 “비록 노성한 사람은 없으나 그래도 떳떳한 옛 법이 남아 있다.[雖無老成人, 尙有典刑.]”라고 하였고, 서경(書經) 반경 상(盤庚上)에 “너희들은 노성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고, 외로운 어린이들을 하찮게 여기지 말며, 각각 그 거처를 장구히 하여 힘써 너희들의 힘을 내어서 나 한 사람이 만든 꾀를 따르도록 하라.[汝無侮老成人, 無弱孤有幼, 各長于厥居, 勉出乃力 聽予一人之作猷.]”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경증정간의십운(敬贈鄭諫議十韻)에 “털끝만큼도 유감이 없이, 파란의 그 문장 홀로 원숙해졌어라.[毫髮無遺憾, 波瀾獨老成.]”라고 하였다.
  • 소행[所行]  이미 하여놓은 일이나 짓. 하고 있거나 해 놓은 일. 이미 저질러 놓은 일이나 짓. 하고자 하는 것. 소위(所爲).
  • 구차[苟且]  불가한 줄 알면서도 그대로 따르고 고치지 않음. 편한 데로만 따르는 행위. 몹시 가난하고 궁색(窮塞)함. 살림이 몹시 가난하다. 말이나 행동이 떳떳하거나 버젓하지 못하다. 소홀히 하다. 그럭저럭 되는대로 하다. 대강대강 해치우다.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아가다.
  • 향당[鄕黨]  고대의 행정 단위로 향(鄕)은 1만 2500가호가 사는 곳이고 당(黨)은 500가호가 사는 곳인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을 가리킨다.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어떠하여야 선비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何如斯可謂之士矣.]”라고 묻자, 공자가 “처신함에 있어 부끄러워할 줄을 알며, 사방에 사신으로 나가서는 군주의 명을 욕되게 하지 않으면 선비라 할 수 있다.[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라고 하였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감히 그다음 가는 선비에 대하여 묻겠습니다.[敢問其次]”라고 하자, 공자가 “종족들로부터 효성스럽다는 칭찬을 받고 향당으로부터 공손하다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宗族稱孝焉, 鄕黨稱弟焉.]”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주자(朱子)는 “이것은 근본은 확립되었으나 재주가 부족한 자이므로 그다음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 향당[鄕黨]  고향. 동향(同鄕). 한 고향 사람. 향당(鄕黨)은 부모와 친족이 거주하는 고향지방이란 뜻이다. 흔히 자라난 고장을 말한다. 향리(鄕里)와 같은 말이다. 향(鄕)은 12,500가구의 마을이고, 당(黨)은 500가구 수준의 고을이다. 논어(論語) 향당(鄕黨)에 “공자(孔子)는 향당(鄕黨)에서는 공손하여 마치 말조차도 잘 못하는 사람 같았다.[孔子於鄕黨, 恂恂如也, 似不能言者.]”고 하였는데, 주(註)에 “향당(鄕黨)은 부형(父兄)과 종족(宗族)이 계신 곳이다.”라고 하였다. 또, 맹자(孟子) 공손추 하(公孫丑下)에 “천하에 달존이 세 가지가 있으니, 관작이 하나요, 연치가 하나요, 덕이 하나이다. 조정에는 관작만한 것이 없고, 향당에는 연치만한 것이 없으며, 세상을 돕고 백성을 기름에는 덕 만한 것이 없다.[天下有達尊三, 爵一齒一德一,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라고 하였고, 일주서(逸周書) 관인(官人)에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충성심과 은혜로움을 보고, 고향이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실성과 신뢰성을 본다.[君臣之間, 觀其忠惠; 鄕黨之間, 觀其誠信.]”라고 하였다.
  • 앙망[仰望]  우러러 바람. 우러러봄. 공경(恭敬)하고 흠모(欽慕)함. 머리를 들어 바라보다. 삼가 바라다. 받들다. 존경하다. 참고로,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제(齊)나라 사람이 아내와 첩을 두고 살았는데, 남편이 밖에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먹고 돌아오기에 아내가 누구와 같이 먹었는지를 물어보니 모두 부귀한 사람이었다. 아내가 남편을 뒤쫓아 가서 살펴보니 제사 지낸 무덤에 가서 남은 음식을 먹어 배를 불리자, 아내가 돌아와 첩에게 “남편은 우러러 바라보면서 일생을 마쳐야 할 사람인데, 지금 이 모양이다.[良人者, 所仰望而終身也, 今若此.]”라고 한 데서 보이고,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 “황제(黃帝)가 수산(首山)에 있는 구리를 채취하여 형산(荊山) 밑에서 정(鼎)을 만들었는데, 정이 완성되자 용 한마리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리고 땅으로 내려와 황제를 맞이하였다. 황제가 용에 올라타자, 여러 신하들과 후궁 70여 명이 따라 올라탔다. 용이 하늘로 올라가자, 나머지 신하들이 용에 타지 못하고 모두 용의 수염을 붙잡으니, 용의 수염과 황제가 지니고 있던 활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백성들이 우러러 바라보니, 황제가 이미 하늘로 올라갔으므로 백성들이 그 활과 수염을 안고 통곡하였다. 이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그곳을 ‘정호(鼎湖)’라고 이름 붙이고, 그 활을 ‘오호(烏號)’라고 이름 붙였다.[黃帝采首山銅, 鑄鼎於荆山下. 鼎既成, 有龍垂胡髥, 下迎黃帝. 黃帝上騎, 羣臣後宫從上龍七十餘人. 龍乃上去, 餘小臣不得上, 乃悉持龍髥, 龍髥拔墮, 黃帝之弓. 百姓仰望, 黃帝既上天, 乃抱其弓與胡髥號, 故後世因名其處曰鼎湖, 其弓曰烏號.]”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讀書無論資性高低,  立身不嫌家世貧賤.
讀書不無天賦的資質高或是低,  只要能夠用功,  不斷地學習, 遇有疑難之處肯向人請教,  任何事都把它想個透徹為什麼會如此,  終有一天能夠通曉書中的道理,  無所滯礙.  在社會上立身處世,  不怕自己出身貧窮低微的家庭,  只要為人忠實敦厚,  做事穩重踏實,  所行所為沒有一絲隨便或違背道義之處,  便足以為家鄉的父老所看重,  而成為眾人的榜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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