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선생의 말씀은 쓸모가 없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쓸모없는 것에 대해 알아야 비로소 쓸모를 얘기할 수가 있습니다.
천지는 넓고도 크기가 한이 없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걸을 때 쓰이는 것은 발로 밟는 부분뿐입니다.
그렇다고 발 크기에 맞추어 발자국만큼의 땅만 남겨놓고 나머지 부분은 황천에 이르도록 깎아낸다면
그래도 그 땅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겠습니까?”
혜자가 대답했다.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쓸모없는 것의 쓰임도 잘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장자(잡편) 제26편 외물>
惠子謂莊子曰:「子言無用.」
莊子曰:「知無用而始可與言用矣. 天地非不廣且大也, 人之所用容足耳. 然則厠足而墊之致黃泉, 人尙有用乎?」
惠子曰:「無用.」
莊子曰:「然則無用之爲用也亦明矣.」
<莊子(雜篇) 第26篇 外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