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중산(中山)에서 급히 안읍(安邑)으로 달려올 때에 전자방(田子方)이 모시고 따랐다. 그러다가 오는 길에 태자인 격(擊)이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따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자방은 여전히 수레에 앉은 채로 있다가 태자에게 이렇게 부탁하였다.
“저를 대신해서 임금님을 모셔 주십시오. 그리고 조가(朝歌)에 가서 저를 기다려 주십시오!”
이 말에 태자가 불쾌히 생각하면서 전자방에게 물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가난한 자가 남에게 더 교만한지, 부귀한 자가 더 교만한지?”
그러자 전자방이 이렇게 설명하였다.
“가난한 자가 교만하지요. 부귀한 자가 어찌 교만하겠습니까? 임금된 자가 교만하면 나라를 망치게 됩니다. 나는 아직까지 나라를 가진 자가 스스로 망하기를 바라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또 대부가 교만하면 그 집안을 망치게 됩니다. 역시 나는 이제껏 자기 집안이 스스로 망하기를 바라는 자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는 자는 뜻을 얻지 못하면 얼른 신을 신고 떠나 버리는 법이니, 어디에 간들 그만한 빈궁쯤이야 얻지 못하겠습니까? 따라서 가난한 자라야 남에게 교만스러운 것입니다. 부귀한 자가 어찌 남에게 교만하게 굴 수 있겠습니까?”
태자와 문후가 전자방의 이 말을 서로 주고받다가 문후가 이렇게 탄식하였다.
“우리 태자의 잘못이 없었더라면 내 어찌 어진 이의 말을 들을 수 있었겠는가! 내가 전자방에게 몸을 낮추어 행동하여 그와 벗하게 되었다. 내가 전자방과 벗한 이래로 임금과 신하 사이는 더욱 친밀해졌고, 백성들은 더욱 의지하여 따르게 되었으니, 나는 이 때문에 현사(賢士)와 벗한 공이 어떠한 줄을 안다. 또 내가 나는 무력(武力)으로 중산국(中山國)을 토벌하고자 무용(武勇)으로는 악양(樂羊)에게 몸을 낮추어 그를 예우했는데 3년 만에 중산국을 나에게 바쳤으니, 나는 이 때문에 무사(武士)를 벗한 공이 어떠한 줄을 안다. 내가 여기에서 좀 더 진보하지 못하는 까닭은 내가 지혜를 가지고 나에게 교만을 부리는 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지혜를 가지고 나에게 교만을 부리는 자를 만난다면 어찌 옛사람에게 미치지 못하겠느냐!”
<설원 : 존현>
魏文侯從中山奔命安邑, 田子方從, 太子擊過之, 下車而趨, 子方坐乘如故, 告太子曰 : 「爲我請君, 待我朝歌.」 太子不說, 因爲子方曰 : 「不識貧窮者驕人, 富貴者驕人乎?」 子方曰 : 「貧窮者驕人, 富貴者安敢驕人, 人主驕人而亡其國, 吾未見以國待亡者也 ; 大夫驕人而亡其家, 吾未見以家待亡者也. 貧窮者若不得意, 納履而去, 安往不得貧窮乎? 貧窮者驕人, 富貴者安敢驕人.」 太子及文侯道田子方之語, 文侯歎曰 : 「微吾子之故, 吾安得聞賢人之言, 吾下子方以行, 得而友之. 自吾友子方也, 君臣益親, 百姓益附, 吾是以得友士之功 ; 我欲伐中山, 吾以武下樂羊, 三年而中山爲獻於我, 我是以得有武之功. 吾所以不少進於此者, 吾未見以智驕我者也 ; 若得以智驕我者, 豈不及古之人乎?」 【說苑 : 尊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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