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동맹의 필요성과 위험성. 형세는 같아도 근심은 다르다[勢同患異] <戰國策전국책>


조(趙)나라가 천하의 제후를 끌어들여 제(齊)나라를 치려고 하였다. 이에 소진(蘇秦)이 제(齊)나라를 위해 조왕(趙王: 혜문왕惠文王)을 설득하고자 글을 올려 말하였다.

“신(臣)이 듣건대, 옛날 어진 임금은 그 덕행을 해내(海內)에만 베푼 것이 아니었으며, 그 교화(敎化)와 자비를 만민에게만 베푼 것이 아니었으며, 제사(祭祀)와 시향(時享)도 귀신에게만 항상 지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감로(甘露)가 내리고 때맞추어 풍우가 이르러 곡식이 무르익어 농민이 살이 찌는 것을 모든 이들이 기뻐해도 어진 군주는 이를 불안해하며 싫어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공적과 진력면에서 볼 때 진(秦)나라에 그다지 큰 봉사를 한 것도 아니며, 거듭되는 원한과 거듭되는 미움이라고 해보았자 한(韓)나라에 지난날 뼈아프게 창피를 당한 것도 아닙니다. 신이 은근히 타국에서 중신 및 속리들이 논하는 것을 들은 즉 모두 ‘주군께서 지금까지 전적으로 진나라를 의지해 온 것은 진나라가 조(趙)나라를 사랑하고 한나라를 미워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이 은근히 실정에 비추어본즉 진나라가 무엇 때문에 조나라를 사랑하고 한나라를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진나라는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동주와 서주의 영지를 삼키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한나라를 미끼로 조나라를 낚으려는 것이니 우선 앞서의 소문을 천하에 퍼뜨려서 주변국이 듣고 보는 것을 바란 것입니다. 그리하여 계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군을 움직여서 한나라를 치는 것 같은 자세를 조(趙)나라와 위(魏)나라에 보인 것입니다. 그러나 천하의 제후가 놀라며 그 속셈을 눈치 채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조금 한나라를 건드려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천하의 제후에게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제후에게 인질을 보내고 가장 신의 있는 척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나라를 위하는 것처럼 말을 퍼뜨리고 실속은 고립무원의 한나라를 치려는 것입니다. 신은 내심으로 진나라가 이렇게 꾀하는 것을 보고 진나라의 계책은 필시 이러한 속셈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고 논하였습니다. 본시 세객의 계책은 어느 것이나 「한나라가 삼천(三川)을 잃고, 위나라가 진국(晉國)을 함락시키면 한나라가 곤궁에 빠지기 전에 화가 조나라에 미치게 된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에는 시초와 사정이 다르면서 우환이 같은 경우가 있으며, 사정이 똑같으면서 우환이 다를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날 초인(楚人)이 오랫동안 진나라와 제나라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뒷걱정이 없어진 조나라의 공격을 받아서 중산(中山)이 멸망하였습니다.

지금 연(燕)나라가 제나라의 북변을 탈취하고 나면 사구(沙丘)에서 거록(鉅鹿)의 국경까지는 3백리에 불과합니다. 한관(扞關)에서 유중(楡中)까지 1500리 있다고는 하나, 진(秦)나라가 한(韓)・위(魏)의 상당(上黨)을 탈취하고 나면 그것은 상실되어 영지와 국토가 방토에 속하고, 관도로서 이어지기를 칠백리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이리하여 진나라와 전군의 강궁을 총동원하여 양장 위에 진을 치면 진나라의 영지는 한단에서 불과 20리이며, 또한 진나라가 전군으로 대왕의 상당을 치고 그 북방의 땅을 위태롭게 하면 구주(句注)의 서쪽은 대왕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진나라가 구주를 넘어 상산(常山)을 막아 그 사이 삼백리를 수비하고, 연나라의 당(唐)・곡오(曲吾)에 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대(代)의 말과 호(胡)의 망아지는 동쪽으로 오지 않고, 곤산(崑山)의 옥(玉)은 나오지 않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 가지의 보물이 또한 대왕의 것일 수 없습니다. 지금 강력한 진나라를 쫓아 함께 제나라를 치면 소신은 그 화가 이러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지난날 5국(제・초・한・위・연)의 왕이 동서에서 결합하고, 조나라를 쳐서 조나라의 판도를 5분하고, 그 공을 사발에 명기하여 술잔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바라보면서 서로의 공을 잊지 말자고까지 의논하였는데, 출동의 며칠 남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제나라와 한나라가 군사를 서쪽으로 보내어 진나라의 준동을 막고 진나라에 백기를 들게 하여 온(溫)・지(枳)・고평(高平)을 위나라에 돌리고 삼공(三公)・십청(什淸)을 조나라에 반환하도록 명령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을 대왕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본시 제나라와 한나라는 조나라에 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선의 교분을 가지는 것이 지당하거늘 지금 도리어 문책을 받고 공격을 받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소신은 금후 대왕을 받드는 제후가 자진해서 시비를 가려달라고 바라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지금 대왕이 공격하는 대신에 제나라를 이편으로 끌어들이면 천하의 제후가 대왕을 유덕하다고 할 것을 틀림없습니다. 한나라가 사직을 거느려서 대왕에게 봉사하면 천하의 제후가 대왕을 중시하리라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나라는 대왕을 의로운 군주로서 천하의 제후의 앞장을 서서 교분을 가질 것이며, 아래로는 한나라가 대왕을 사모하여 천하의 제후를 이편으로 끌어들일 것입니다. 그것은 일세의 지위를 대왕이 장악하는 것이 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신중히 측근 및 여러 신하와 더불어 유감없이 계책을 세우되 사전에 생각을 정리하여 실수 없이 하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전국책 : 조책>


趙收天下, 且以伐齊. 蘇秦爲齊上書說趙王曰: “臣聞古之賢君, 德行非施於海內也, 敎順慈愛非布於萬民也, 祭祀時享非當於鬼神也. 甘露降, 風雨時至, 農夫登, 年穀豐盈, 衆人憙之, 而賢主惡之. 今足不功力非數痛加於秦國, 而怨毒積惡非曾深凌於韓也.
臣竊外聞大臣及下吏之議, 皆言主前專據以秦爲愛趙而憎韓. 臣竊以事觀之, 秦豈得愛趙而憎韓哉? 欲亡韓呑兩周之地, 故以韓爲餌, 先出聲於天下, 欲鄰國聞而觀之也. 恐其事不成, 故出兵以佯示趙・魏. 恐天下之驚覺, 故微韓以貳之. 恐天下疑己, 故出質以爲信. 聲德於與國, 而實伐空韓.
臣竊觀其圖之也, 議秦以謀計, 必出於是. “且夫說士之計, 皆曰韓亡三川, 魏滅晉國, 恃韓未窮而禍及於趙. 且物固有勢異而患同者, 又有勢同而患異者. 昔者, 楚人久伐而中山亡. 今燕盡韓之河南, 距沙丘, 而至鉅鹿之界三百里, 距於扞關, 至於楡中千五百里. 秦盡韓・魏之上黨, 則地與國都邦屬而壤挈者七百里. 秦以三軍强弩坐羊唐之上, 卽地去邯鄲二十里. 且秦以三軍攻王之上黨而危其北, 則句注之西非王之有也. 今魯句注禁常山而守, 三百里通於燕之唐・曲吾, 此代馬胡駒不東, 而崑山之玉不出也. 此三寶者, 又非王之有也. 今從於彊秦國之伐齊, 臣恐其禍出於是矣.
昔者五國之王嘗合橫而謀伐趙, 參分趙國壤地, 著之盤盂, 屬之讎柞, 五國之兵有日矣. 韓乃西師以禁秦國, 使秦發令素服而聽, 反溫・枳・高平於魏, 反三公什淸於趙. 此王之明知也. “夫韓事趙, 宜正爲上交, 今乃以抵罪取伐, 臣恐其後事王者之不敢自必也. 今王收, 天下, 必以王爲得. 韓危社稷以事王, 天下必重王. 然則韓義, 王以天下就之; 下至韓慕, 王以天下收之, 是一世之命制於王已. 臣願大王深與左右羣臣卒計而重謀, 先事成慮而熟圖之也.” 【戰國策 : 趙策】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