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은 위대한 성인이었으나
단주(丹朱)와 상균(商均) 같은 불초한 자식을 낳았고
고수(瞽叟)와 곤(鯀)은 지극히 어리석었으나
순(舜)임금과 우(禹)임금 같은 훌륭한 자식을 낳았다.
조상의 복과 재앙이 후손에게 미친다는 이치로 보면
믿기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요임금과 순임금의 성인됨이
처음부터 단주와 상균으로 인해 줄어들지 않았고
고수와 곤의 어리석음 또한
순임금이나 우임금으로 인하여 감추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사람은 스스로 바로 서는 것이 귀중한 것이다.
堯舜大聖, 而生朱均. 瞽鯀至愚, 而生舜禹.
요순대성, 이생주균. 고곤지우, 이생순우.
揆以餘慶餘殃之理, 似覺難憑.
규이여경여앙지리, 사각난빙.
然堯舜之聖, 初未嘗因朱均而減.
연요순지성, 초미상인주균이감.
瞽鯀之愚, 亦不能因舜禹而掩, 所以人貴自立也.
고곤지우, 역불능인순우이엄, 소이인귀자립야.
<圍爐夜話위로야화>
- 요순[堯舜] 고대(古代) 중국(中國)의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아울러 이르는 말. 천하를 공으로 여겨 어진 이에게 선양(禪讓)하였다. 요임금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성제(聖帝)이다. 오제(五帝)의 한사람으로 백성이 잘 따라 평화로웠다고 하며, 순 역시 요의 뒤를 이어 선정(善政)을 베푼 임금이다. 요순 두 임금은 서로 제왕의 자리를 사양하다가 왕위에 오른 뒤에는 태평성대를 이룬 제왕의 모범으로서 받들어지고 있다. 참고로,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요순은 인의(仁義)의 성품을 타고났고, 탕왕과 무왕은 몸에 익혔고, 춘추 오패는 차용하였다. 오래도록 차용하고서 반환하지 않았으니,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堯舜性之也, 湯武身之也, 五覇假之也, 久假而不歸, 烏知其非有也.]”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황제와 요순은 의상을 드리운 채 편안히 앉아 있었으나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라고 하였다.
- 주균[朱均] 요(堯)임금의 아들인 단주(丹朱)와 순(舜)임금의 아들인 상균(商均)을 합쳐 부르는 말로, 불초(不肖)한 자식을 비유한다. 모두 품행이 변변치 못했던 까닭에 제왕(帝王)의 자리를 물려받지 못했다. 요(堯)는 순(舜)에게 선위(禪位)하고, 순(舜)은 우(禹)에게 선위(禪位)하였다.
- 고곤[瞽鯀] 순(舜)의 아버지 고수(瞽叟)와 우(禹)의 아버지로 곤(鯀)을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고(瞽)는 봉사로 순(舜)의 아버지 고수(瞽叟)를 이른다. 고수(瞽叟)는 후처(後妻)에게 빠져 후처와 그의 소생인 상(象)과 모의하여 순(舜)을 죽이려 하였으나, 순(舜)은 지극한 효성으로 결국 아버지를 감화시켜 단란한 가정을 만들었다. 이에 사람들은 그가 효자를 몰라보았다 하여 봉사라는 뜻으로 고수(瞽叟)라 칭하였다 한다. 수(叟)는 늙은이의 칭호이며, 고수(瞽瞍)로 표기하기도 하는데, 수(瞍) 역시 봉사의 뜻이다. 곤(鯀)은 우왕(禹王)의 아버지로 숭(崇)나라의 임금이었는데, 9년의 큰 홍수가 있자 요제(堯帝)의 명령을 받고 홍수를 다스렸으나, 물길을 막아 도리어 피해를 키워 귀양 가서 죽었으며, 아들인 우왕(禹王)이 다시 홍수를 잘 다스려 큰 공을 세웠다. 곤(鯀)은 순(舜)임금 때에 처벌된 네 악인(惡人)인 사흉(四凶)의 하나이기도 하다. 공공(共工)은 유주(幽州)로, 환두(驩兜)는 숭산(崇山)으로, 삼묘(三苗)는 삼위(三危)로, 곤(鯀)은 우산(羽山)으로 내쳐졌다.
- 순우[舜禹] 우순(虞舜)과 하우(夏禹). 중국(中國) 고대(古代)의 성군(聖君) 순(舜)임금과 우(禹)임금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논어(論語) 태백(泰伯)에, 공자가 순 임금과 우 임금을 두고 말하기를 “높고 크도다. 순 임금과 우왕은 천하를 소유하고도 그 자리를 즐겁게 여기지 않으셨도다![巍巍乎! 舜禹之有天下也而不與焉.]”라고 하였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맹호가 머뭇거림은 벌이나 전갈이 쏘는 것만 못하며, 준마의 주춤거림은 둔한 말이 천천히 가는 것만 못하며, 맹분(孟賁)의 여우같은 의심은 필부가 결행하는 것만 못하다. 비록 순(舜)임금이나 우(禹)임금과 같은 지혜가 있더라도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으면 벙어리나 귀머거리가 손짓발짓을 하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이는 실행할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는 말입니다. 무릇 공은 이루기 어렵고 실패하기는 쉬우며, 때는 얻기 어렵고 잃기는 쉽습니다. 때여, 때여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족하께서 자세히 살피도록 하십시오.[猛虎之猶豫, 不若蜂蠆之致螫 ; 騏驥之跼躅, 不如駑馬之安步 ; 孟賁之狐疑, 不如庸夫之必至也 ; 雖有舜禹之智, 吟而不言, 不如瘖聾之指麾也. 此言貴能行之. 夫功者難成而易敗, 時者難得而易失也. 時乎時, 不再來. 願足下詳察之.]”라고 괴통(蒯通)이 한신(韓信)을 설득하는 데서 보인다.
- 우순[虞舜] 우순(虞舜)은 고대 오제(五帝)의 하나로, 성은 요(姚)이고 이름은 중화(重華)이다. 처음에 우(虞) 지방에 도읍을 정했다 하여 우순(虞舜)이라 부른다. 사나운 아버지와 미련한 계모 그리고 거만한 이복아우가 항상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부모에 대한 효성이 변함없었다고 한다. 효기(孝己)는 은 고종(殷高宗)인 무정(武丁)의 태자이다. 전설에 의하면 효성이 지극하였으나, 그의 어머니가 죽은 뒤에 고종(高宗)이 후처의 말에 현혹되어 그를 추방해 죽게 하였다 한다.
- 하우[夏禹] 중국 고대의 성왕(聖王)인 하(夏)나라 우왕(禹王)이다. 천하의 홍수를 다스려 그 공로로 순(舜) 임금에게서 나라를 선양받아 하(夏)나라의 개국 군주가 되었다는 전설상의 임금이다. 은(殷)나라의 탕왕(湯王), 주(周)나라의 문왕(文王)과 함께 중국 고대의 삼왕(三王)으로 불린다. 9년의 홍수를 다스릴 때 손발에 군살이 배기고 얼굴에 검버섯이 피었다 한다. 이백(李白)의 시 공무도하(公無渡河)에 “대우도 범람하는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우는 아기를 두고 의연하게 집을 나섰네.[大禹理百川, 兒啼不窺家.]”라고 하였다.
- 여경[餘慶] 적선여경(積善餘慶). 적선(積善)의 갚음으로 앞으로 받을 경사(慶事). 조상들이 선행을 베푼 덕분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있음. 조상의 적선(積善)에 대한 보답으로 후손이 경사(慶事)를 받음. 남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 보답으로 그 자손이 누리게 되는 기쁘고 좋은 일. 경사가 넘치게 남을 정도로 많이 생긴다는 말로, 선대에 선을 행하여 덕을 쌓음으로써 그 후손이 누리게 될 복록을 뜻한다.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전(象傳)에 이르기를,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곧 이르게 됨은 음이 비로소 얼기 시작함이니, 그 도를 순조로이 점차로 익혀 가서 단단한 얼음에 이르는 것이다.[履霜堅氷,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氷也.]”라 하였고,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에 “선(善)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에게 반드시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온다.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고 자식이 아비를 시해하는 것은 하루아침과 하루저녁 사이에 생긴 변고가 아니요, 그 유래한 것이 점점 진행된 것이니, 이는 분변해야 할 것을 일찍 분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 漸矣, 由辯之不早辯也.]”라고 하였다.
- 여앙[餘殃]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한 대가로 받는 재앙(災殃), 자손에게까지 미치는 재앙.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전(象傳)에 이르기를,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곧 이르게 됨은 음이 비로소 얼기 시작함이니, 그 도를 순조로이 점차로 익혀 가서 단단한 얼음에 이르는 것이다.[履霜堅氷,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氷也.]”라 하였고,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에 “선(善)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에게 반드시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후손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온다.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고 자식이 아비를 시해하는 것은 하루아침과 하루저녁 사이에 생긴 변고가 아니요, 그 유래한 것이 점점 진행된 것이니, 이는 분변해야 할 것을 일찍 분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 漸矣, 由辯之不早辯也.]”라고 하였다.
- 사각[似覺] 마치 ~처럼 느끼다. 깨닫는 것 같다.
- 난빙[難憑]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다. 의심스럽다. 믿어지지 않다. 기대기 어렵다. 믿기 어렵다. 의지하기 어렵다.
- 사각난빙[似覺難憑] 믿기 어렵게 느껴지는 듯하다. 믿기 어려운 것처럼 느껴진다.
- 미상[未嘗] 일찍이 ~ 한 적이 없다. 일찍이 ~ 하지 않다. 아직 ~하지 않다. 항상 ~하지 않다. 결코 ~(이)지 않다. 결코 ∼하지 않았다. 아직 ~ 하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못하다.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직도. 증경(曾經: 진작 ~한 적이 있다)의 부정이다. 미상(未常). 미증(未曾). 부증(不曾).
- 자립[自立] 남에게 의지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섬. 남에게 예속(隸屬)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 스스로 제왕(帝王)의 지위(地位)에 섬.
【譯文】 人貴自立.
堯和舜都是古代的大聖人, 卻生了丹朱和商均這樣不肖的兒子 ; 瞽和鯀都是愚昧的人, 卻生了舜和禹這樣的聖人. 若以善人遺及子孫德澤, 惡人遺及子孫禍殃的道理來說, 似乎不太說得通. 然而堯舜的聖明, 並不因後代的不賢而有所毀損 ; 而瞽鯀那般的愚昧, 也無法被舜禹的賢能所掩蓋, 所以人最重要的是能自立自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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