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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와 우애는 당연한 것, 지극하다 감격할 것 없다 <채근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에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애와 공경이 지극할지라도

그것은 마땅히 그리해야할 일일 뿐

털끝만큼도 감격할 것이 못 된다.

베푸는 이가 그것을 은덕이라 자부하고

받는 이가 그것을 은택으로 여긴다면

이는 곧 모르는 행인과 같게 되어

문득 상업상의 거래관계가 되어 버린다.


父慈子孝,  兄友弟恭,  縱做到極處,
부자자효,  형우제공,  종주도극처,
俱是合當如此,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
구시합당여차,  저부득일호감격적염두.
如施者任德,  受者懷恩,  便是路人,  便成市道矣.
여시자임덕,  수자회은,  변시로인,  변성시도의.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부자자효[父慈子孝]  어버이는 자식에게 도타운 사랑을 베풀고 자식은 부모를 잘 섬기는 일.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러워야 함을 이르는 말.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무엇을 사람의 의라고 하는가? 아버지는 자애하고 아들은 효도하며, 형은 어질고 아우는 공경하며, 남편은 의롭고 아내는 순종하며, 어른은 베풀고 어린이는 유순하며, 임금은 어질고 신하는 충성하는 것, 이 열 가지를 사람의 의라 한다.[何謂人義 父慈子孝 兄良弟弟 夫義婦聽 長惠幼順 君仁臣忠 十者謂之人義]”라고 하였다. 慈나 孝는 모두 사랑한다는 뜻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慈이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이 孝이다. 따라서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지만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父慈]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子孝]고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형우제공[兄友弟恭]  형제(兄弟)끼리 우애(友愛)가 깊음. 형제간에 서로 우애를 다함. 형은 아우를 벗으로 대하듯 사랑하고 보호하며, 아우는 형을 공경해야 한다는 의미. 좌전(左傳)에 “아버지는 의로워야 하고, 어머니는 자애로워야 하며, 형은 우애로워야 하고, 아우는 공손해야 하고, 아들은 효도해야 한다.[父義母慈兄友弟恭子孝]”라고 하였다. 이를 오전(五典), 오상(五常), 혹은 오륜(五倫)이라 한다.
  • 종[縱]  비록. 가령(假令). 설령(設令). 설령 ~일지라도. 설령~이더라도. 설령~하더라도
  • 주도[做到]  성취하다. 달성하다. 이루다. ~한 정도·상태까지 해내다.
  • 극처[極處]  더 이상 나아갈 데 없는 막다른 고비에 이른 곳. 맨 끝. 궁극(窮極)에 다다른 곳. 참로고, 대학장구(大學章句) 경(經) 1장의 주에 “격은 이름이요 물은 사와 같으니,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그 극처에 이르지 않음이 없고자 하는 것이다.[格至也, 物猶事也, 窮至事物之理, 欲其極處無不到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부득[不得]  못한다. 못하고. 하지 못할. 어떤 압력이나 제한 때문에 불가능하다. 동사 뒤에 붙어서, ‘~해서는 안 된다’나 ‘~할 수가 없다’를 나타냄.
  • 구시[俱是]  모두 ~이다.
  • 일호[一毫]  부정문에 쓰여, 한 개의 가는 털이라는 뜻으로, 극히 작은 정도를 나타내는 말. 몹시 가늘고 작은 털이란 뜻으로, 아주 작은 정도를 비유함. 일호반점(一毫半點). 추호(秋毫). 추호지말(秋毫之末).
  • 은덕[恩德]  은혜와 덕. 은혜(恩惠)로 입은 신세(身世). 여래삼덕(如来三德) 중의 하나로, 타인에게 은혜를 베푸는 덕. 부처가 중생을 구하여 해탈하게 하는 덕.
  • 은택[恩澤]  은혜와 덕택.
  • 은혜[恩惠]  자연(自然)이나 남에게서 받는 고마운 혜택(惠澤). 사랑으로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 매우 고마운 데가 있다.
  • 염두[念頭]  마음의 속. 생각의 맨 처음. 머리 속의 생각.
  • 변시[便是]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곧. 다른 것이 없이 곧.
  • 노인[路人]  길을 오가는 사람. 행인. 낯선 사람. 관계없는 사람.
  • 시도[市道]  상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의 상도(常道). 정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는 장사꾼의 도리. 이익만 중히 여기고 의리는 망각하는 장사꾼의 태도. 시도지교(市道之交)의 준말로, 상업상(商業上)의 교제, 즉 이익만을 위하여 맺은 교제를 말한다. 도의(道義)로 사귀는 친구를 도의교(道義交)라 하고, 시장(市場)의 상인(商人)처럼 이해(利害)로 사귀는 것을 시도교(市道交)라 한다. 사기(史記) 권 81 염파열전(廉頗列傳)에 “온 천하가 시도로써 사귀어 임금에게 권세가 있으면 임금을 따르고 임금에게 권세가 없으면 떠나버리나니, 이는 바로 당연한 이치인데 무슨 원망할 것이 있겠는가.[天下以市道交 君有勢則從君 君無勢則去 此固其理也 有何怨乎]”라고 하였다.

【譯文】 父慈子孝,  倫常天性.
父母慈愛子女孝順,  兄長友愛弟妹恭敬,  卽使做到最完美地步,  全都是應當這樣做的,  用不著有一絲感激的念頭.  如果布施的任負恩德,  接受的人懷感恩澤,  這樣就是過路之人,  這就成爲市井道路之人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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