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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덩이 속에서도 자유로운 사람. 의식하지 않는다 <열자 / 황제>


조양자(趙襄子)가 따르는 자 십만 명을 거느리고 중산(中山)으로 사냥을 갔다. 그 무리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짐승을 잡기 위해 산림에 불을 질렀다. 부채살 같은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 백여 리나 뻗쳤다.

그런데 이때 한 사나이가 바위틈에서 불쑥 나오더니, 무럭무럭 타오르는 연기를 따라 공중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저것은 사람이 아니고 귀신이다”라고 했다. 그 사나이는 불길이 다 지나간 뒤에 유유한 걸어 나왔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양자는 괴이하게 생각하여 그 사나이를 붙잡아 그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굴빛은 물론이고, 두 눈과 두 귀와 코와 입, 심지어는 배꼽이나 항문까지 일곱 개의 구멍이 있었고, 또한 숨소리와 음성도 보통 사람과 똑 같았다. 양자가 그 사나이에게 물었다.

“무슨 방법으로 바위틈에도 들어가고, 불더미 속에도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까?”

그 사나이가 말하였다.

“어떤 물건을 바위라 하고, 어떤 물건을 불이라 하는 것입니까?”

양자가 말하였다.

“아까 그대가 구멍에서 나온 곳이 바위입니다. 또한 그대가 연기를 타고 공중에서 오르락내리락 한 곳이 바로 불입니다.”

사나이가 말하였다.

“그렇습니까? 나는 전혀 그런 물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위 문후(魏文侯)가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자기에게 와서 벼슬을 하고 있던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에게 물었다.

“바위틈에도 들어갈 수 있고, 불길 속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입니까?”

자하가 말하였다.

“제가 저의 스승인 공자께 들은 말을 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지 사이의 화기(和氣)라는 것은 온 만물에 있어 모두 똑 같은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얻은 사람은 어떤 물건이든 그를 해칠 수 없다. 쇠와 돌 속에 들어가서 놀 수도 있고, 물과 불을 밟을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문후가 말하였다.

“그러면 선생께서는 어째서 그런 일을 하지 않으십니까?”

자하가 말하였다.

“저는 아직까지 마음을 버리고, 지혜를 버리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수양을 더 쌓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문후가 다시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째서 그런 일을 하지 않으십니까?”

자하가 말하였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후는 자하의 말을 듣고서 크게 기뻐하였다.

<열자 : 2편 황제 (12)>


趙襄子率徒十萬, 狩於中山, 藉芿燔林, 扇赫百里, 有一人從石壁中出, 隨煙燼上下, 衆謂鬼物. 火過, 徐行而出, 若無所經涉者, 襄子怪而留之, 徐而察之:形色七竅, 人也 ; 氣息音聲, 人也. 問奚道而處石? 奚道而入火? 其人曰: “奚物而謂石? 奚物而謂火?” 襄子曰: “而向之所出者, 石也 ; 而向之所涉者, 火也.” 其人曰: “不知也.” 魏文侯聞之, 問子夏曰: “彼何人哉?”  子夏曰: “以商所聞夫子之言, 和者大同於物, 物無得傷閡者, 遊金石, 蹈水火, 皆可也.” 文侯曰: “吾子奚不爲之?” 子夏曰: “刳心去智, 商未之能. 雖然, 試語之有暇矣.” 文侯曰: “夫子奚不爲之?” 子夏曰: “夫子能之而能不爲者也.” 文侯大說. 列子 : 2篇 黃帝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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