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은
정신을 가다듬어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며
공적과 명예에 뜻을 둔다면
필시 깊은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이고
글을 읽으면서
고상한 명구나 읊조리는 데 흥미를 둔다면
결코 심오한 진리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學者要收拾精神, 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로.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 必無實詣.
여수덕이유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詠風雅, 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 정불심심.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수습[收拾] 어수선한 사태(事態)를 거두어 바로잡음. 산란(散亂)한 정신(精神)을 가라앉히어 바로잡음. 어수선하게 흩어진 물건(物件)을 다시 정돈(整頓)함. 몸가짐을 가다듬어 바르게 함. 거두다. 고치다. 벌을 주다. 없애다.
- 병귀[倂歸] 아울러 돌아감. 집중시킴.
- 사공[事功] 사업과 공적. 공을 이루어 출세를 노림. 공적. 공로. 공리(功利). 공훈과 업적. 일의 성취. 현실의 구체적 사무에서 실효를 거둠.
- 실예[實詣] 참다운 조예(造詣). 진실된 경지. 실재조예(實在造詣).
- 조예[造詣] 학문(學問)이나 기예(技藝)가 깊은 경지(境地)까지 이름. 어떤 부분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깊은 경지에 도달한 정도.
- 기흥[寄興] 흥을 불러일으킴. 흥을 붙이다. 정취를 두다.
- 음영[吟咏] 시나 노래가락을 읊조림. 시문을 읊다.
- 음영[吟詠] 시부를 읊조림. 시가(詩歌) 따위를 소리를 내어 읊음. 운율이 있게 시나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소식(蘇軾)이 저주 태수(滁州太守) 왕조(王詔)의 시에 차운한 차운왕저주견기(次韻王滁州見寄) 시에, 예전에 구양수와 왕우칭(王禹偁)이 이곳의 태수를 지낸 고사를 거론하며, “그들이 저주 백성을 가르쳐서 음영을 알게 했는지라, 지금도 길거리에서 부귀한 자들을 비웃는다네.[敎得滁人解吟詠 至今里巷嘲輕肥]”라고 일컬은 대목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34>
- 풍아[風雅] 풍류(風流)와 문아(文雅). 고상(高尙)하고 멋이 있음. 풍치가 있고 우아함. 속되지 않고 정취가 있음. 가장 고상한 시가(詩歌)로 일컬어진 시경(詩經)의 국풍(國風)과 대아(大雅), 소아(小雅)를 합칭한 말로 시경(詩經)을 이른다. 전하여 바르고 고상한 시문(詩文) 또는 시가(詩歌)를 비유한다. 시경(詩經) 서(序)에 “시(詩)에는 육의(六義)가 있으니 1은 풍(風), 2는 아(雅)라” 하였고, 그 주에 ‘한 나라의 일은 풍(風)이 되고 천하의 일은 아(雅)가 된다.’라고 하였다.
- 풍아[風雅] 시경(詩經)의 국풍(國風)과 대아(大雅)·소아(小雅)를 말하는데, 전하여 바르고 고상한 시문(詩文)의 비유로 쓰인다. 시경(詩經)은 그 내용과 성격에 따라 크게 풍(風), 아(雅), 송(頌)으로 분류되는데, 풍은 국풍으로 주나라 때 각 지방의 민요이고, 아는 대아(大雅)와 소아(小雅)로 주나라 때 조정(朝廷)의 아악(雅樂)이고, 송은 주송(周頌), 상송(商頌), 노송(魯頌)으로 선조(先祖)의 공덕(功德)을 찬양하는 종묘악(宗廟樂)이다.
- 심심[深心] 온갖 선행을 닦고자 하는 굳은 마음. 묘리(妙理)와 선도(仙道)를 구(求)하는 마음. 삼심(三心)의 하나로, 여래(如來)의 본원(本願)을 깊이 믿는 마음을 말한다. 깊은 마음. 전심전력. 깊은 생각. 한마음. 능엄경(楞嚴經)에 “내 심심을 가지고 우주의 수없이 많은 세계를 받드는 것, 이것이 부처의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네.[將此深心奉塵刹, 是則名爲報佛恩.]”라고 하였고, 남조 송(宋) 안연지(顔延之)의 오군영(五君詠) 중 상수(向秀)를 읊은 시에 “상수는 담박함을 달게 여기며, 붓과 종이에다 깊은 마음 의탁했네.[向秀甘淡薄 深心托豪素]”라는 표현이 나온다.
【譯文】 修德忘名, 讀書深心.
求取學問要集中精神專心研究, 如果修養德行卻又留意事業功績名聲榮譽, 必然沒有實在造詣 ; 讀書把興趣寄托在吟詠詩詞風流儒雅, 一定不會深入內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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