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하는 사람은
항상 조심하는 마음을 가져야하되
한편으로는 활달한 멋을 지녀야 한다.
만약 몸가짐을 지나치게 단속하고
청렴결백하려고만 하다면
그것은 쌀쌀한 가을의 살기만 있을 뿐
따뜻한 봄의 생기가 없는 것이니
어찌 만물을 자라게 할 수 있겠는가.
學者要有段兢業的心思, 又要有段瀟灑的趣味.
학자요유단긍업적심사, 우요유단소쇄적취미.
若一味斂束淸苦, 是有秋殺無春生, 何以發育萬物.
약일미염속청고, 시유추살무춘생, 하이발육만물.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소창유기小窓幽記)에는 “학자는 학업을 다투려는 치열한 마음을 지녀야 하지만, 소탈한 취미도 지녀야 한다.[學者要有兢業的心思, 又要有瀟灑的趣味.]”라고 하였다.
- 학자[學者] 학문(學問)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 경학(經學), 예학(禮學)에 능란한 사람.
- 학문[學問]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히는 일. 또는, 사물을 탐구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지식을 세우는 일. 일정한 분야에서 어떤 이론을 토대로 하여 체계화한 지식의 영역.
- 일단[一段] 한 계단. 한층. 계단 등의 한 층계. 문장, 이야기 등의 한 토막. 인쇄물의 한 단(段). 일조(一條). 일편(一片). 벼 한 묶음.
- 긍업[兢業] 두려워하여 경계하고 조심함. 긍업(兢業)은 긍긍업업(兢兢業業)의 줄임말로 항상 조심하며 삼가는 모양을 가리킨다. 경계하고 근신하면서 위태롭게 여겨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謨)에 “안일함과 욕심으로 제후들을 가르치지 말아서 삼가고 두려워하소서. 하루 이틀 사이에도 일의 발단이 만 가지나 됩니다.[無敎逸欲有邦 兢兢業業 一日二日萬幾]”라고 하였다. 긍긍(兢兢)은 ‘경계하고 삼가다.[戒謹]’라는 뜻이고 업업(業業)은 ‘위태롭게 여기고 두려워하다.[危懼]’라는 뜻이니, 바로 재앙과 근심의 기미에 삼가고 두려워하여 도모하는 것이다.
- 소쇄[瀟灑] 가지고 있는 기운이 맑고 깨끗함.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고 활달함. 그윽하고 품위가 있는 모습. 단정하고 깨끗한 모습. 세속을 벗어난 고상한 모습. 대범하고 거리낌이 없다. 모습이나 행동 따위가 소쇄하다. 쇄락(灑落)하다. 소탈하다. 말쑥하고 멋스럽다. 선뜻하다. 자연스럽고 대범하다. 구속을 받지 않다. 시원스럽다. 거리낌이 없다. 풍모나 정취가 시원스럽고 멋스럽다. 기운이 맑고 세련된 것을 가리킨다. 여유롭고 자재로운 것을 가리킨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왕우군(王右軍)에 “왕우군의 성정은 본래 맑고 참되어, 풍진 세상에서도 고상함을 잃지 않았네.[右軍本淸眞 瀟灑在風塵]”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종지는 말쑥한 아름다운 소년인데, 술잔 들고 흰 눈으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깨끗하기가 바람 앞에 섰는 옥나무 같다네.[宗之瀟灑美少年 擧觴白眼望靑天 皎如玉樹臨風前]”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일미[一味] 첫째가는 좋은 맛. 한결같이. 일당(一黨). 부처의 교설(敎說)이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인 듯하나, 그 본지(本旨)는 하나라는 뜻. 한약종(漢藥種)의 일품.
- 염속[斂束] 거두어 단속함. 몸단속을 엄하게 하는 것. 거두어 졸라맴.
- 청고[淸苦] 지나친 청렴결백. 가난하지만 조수(操守)가 고결(高潔)함. 고통스럽지만 절개를 지키는 것. 성품이 청렴하여 살기가 어려움. 청렴하여 곤궁을 견디어 내는 것. 청빈하다. 가난하고 결백하다. 가난하고 고생스럽다.
- 추살[秋殺] 추형(秋刑)이라고도 한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만물을 말려 죽임을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4 관성현(觀聖賢)에 “중니(仲尼)는 원기요, 안자(顔子)는 봄에 만물을 낳는 것이요, 맹자(孟子)는 가을에 숙살(肅殺)하는 것을 아울러 다 나타내셨다.[仲尼元氣也, 顔子春生也, 孟子幷秋殺盡見.]”라고 한 구절의 주(注)에 “부자는 대성의 자품이니 원기가 두루 유행하여 혼륜하고 넓어서 끝이 없어 간격을 볼 수 없는 것과 같고, 안자는 아성의 재질이어서 봄에 따뜻한 햇볕이 가득하여 만물을 발생하니, 사시의 우두머리요 모든 선의 으뜸인 것과 같다. 맹자 또한 아성의 재질이다. 강렬하고 밝게 분별하고 정제하고 엄숙하므로 숙살까지 아울러 모두 나타내신 것이다.”라고 하였다.
- 춘생[春生] 봄에 새싹이 돋는 것을 가리킨다.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 “봄에 나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저장하는 것은 자연의 큰 법칙이다.[夫春生夏長, 秋收冬藏, 此天道之大經也.]”라고 하였다. 봄이 온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 춘생[春生] 봄이 만물을 내는 것과 같은 온화한 덕의 소유자라는 말로, 정호(程顥)가 안회(顔回)를 비유한 말이다.
- 춘생추살[春生秋殺] 봄에는 낳고 가을에는 죽임. 때에 따라 사랑하기도 하고 벌하기도 한다는 말. 춘생(春生)은 따뜻한 봄기운이 만물을 생동시키는 것을 이르고 추살(秋殺)은 매서운 가을서리가 만물을 죽이는 것을 이른다. 따뜻한 봄기운이 만물을 내고 매서운 가을 서리가 만물을 죽인다는 말로 선인(善人)은 봄 햇살처럼 따뜻하게 감싸고 악인은 가을 서리처럼 가차 없이 주살(誅殺)하는 것을 비유한다. 참고로, 정호(程顥)가 “공자는 원기이고, 안연은 봄의 생기이고, 맹자는 가을의 쌀쌀함까지 모두 드러난다. 공자는 포괄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안연은 후세에 ‘우직하게 어기지 않은 공부’를 보여 주었으니 자연스러운 온화함이 있어 말하지 않고 화한 분이다. 맹자는 재기를 드러내었으니, 또한 그때가 된 연후에 한 번 일어난 것이다.[仲尼元氣也 顔子春生也 孟子幷秋殺盡見 仲尼無所不包 顔子示不違如愚之學於後世 有自然之和氣 不言而化者也 孟子則露其才 蓋亦時然一作焉]”라고 하였다. <二程遺書 卷5> 이 말을 두고 주자의 제자가 “정자께서 ‘안연은 봄의 생기요, 맹자는 가을의 살기까지 모두 드러났다.’라고 하신 것은 무슨 말입니까?”라고 묻자 주자가 “공자는 포괄하지 않은 바가 없다. 안연은 바야흐로 봄의 생기와 같은 뜻이 드러난다. 잘하는 것을 자랑함이 없는 것과 자기의 공로를 뽐냄이 없는 것[無伐善 無施勞]이 이것이다. 이러한 것조차도 드러나지 않는 분은 공자이다. 맹자는 가을의 쌀쌀함과 같아 재주를 모두 드러내 보였다. 이른바 영기(英氣)이니, 이는 발휘하는 곳마다 모두 나타난다.”라고 하였다. <朱子語類 卷96 程子之書>
- 발육[發育] 생물(生物)이 발달(發達)하여 크게 자라남. 신체나 정신 따위가 발달하여 점차로 크게 자람.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7장에 “위대하도다, 성인의 도여. 광대하여 만물을 발육하여 그 고대(高大)함이 하늘 끝까지 닿았도다.[大哉 聖人之道 洋洋乎發育萬物 峻極于天]”라고 하였다.
【譯文】 寬嚴得宜, 勿偏一方 : 心中淸淨, 自有趣味.
做學問的人要有一段兢兢業業的心神才思, 又要有一段瀟然灑脫的情趣意味. 如果一味地收斂約束淸貧刻苦, 這樣只有秋天蕭殺沒有春天生機, 如何去萌發培育萬般事物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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