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약은 아름다운 덕성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고 비루함이 되어
오히려 바른 도리를 손상시키게 되고
겸양은 훌륭한 행실이지만
지나치면 비굴하고 소심함이 되니
이런 것은 흔히 간교한 마음에서 나온다.
儉, 美德也. 過則爲慳吝, 爲鄙嗇, 反傷雅道.
검, 미덕야. 과즉위간린, 위비색, 반상아도.
讓, 懿行也. 過則爲足恭, 爲曲謹, 多出機心.
양, 의행야. 과즉위주공, 위곡근, 다출기심.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소창유기小窓幽記 : 성醒>
- 검약[儉約] 검소(儉素)하게 절약(節約)하여 사용(使用)함. 돈이나 물건, 자원 따위를 낭비하지 않고 아껴 씀. 또는 그런 데가 있음.
- 절검[節儉] 절약(節約)하고 검소(儉素)하게 함. 사치하거나 낭비하지 않고 아껴 씀. 절검하다. 절약하다.
- 미덕[美德] 아름다운 덕성(德性). 도덕적으로 바르고 아름다운 일. 또는 그러한 행위. 특히 뛰어나거나 좋은 점.
- 간린[慳吝] 하는 짓이 소심하고 인색함. 물건을 아까워함. 몹시 안달하여 하는 짓이 다라움. 간탐(慳貪). 칠죄종(七罪宗)의 하나인 인색(吝嗇).
- 비색[鄙嗇] 비루하고 인색함.
- 아도[雅道] 바른 도리. 바른길. 맑은 도리. 정도(正道).
- 겸양[謙讓] 겸손(謙遜)한 태도로 사양(辭讓)함.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는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함.
- 의행[懿行] 훌륭한 행실. 아름다운 행실. 좋은 품행. 좋은 행실(行實).
- 주공[足恭] 도에 넘는 지나친 공경. 아첨하여 비위를 맞추는 것. 너무 공손한 것. 대단히 공손하다. 참고로,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에 “말을 듣기 좋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고 공손을 지나치게 함을 옛날 좌구명(左丘明)이 부끄러워하였는데, 나 또한 이것을 부끄러워하노라.[巧言令色足恭, 左丘明恥之, 丘亦恥之.]”라고 보인다.
- 곡근[曲謹] 신중하다. 소심하다. 잘다. 지나치게 삼가다. 대범하지 않다. 작은 일에 얽매이고 세사한 행동까지 삼가 경계한다. 사소한 것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소심하게까지 되는 것을 가리킨다.
- 소렴곡근[小廉曲謹] 작은 청렴과 근신. 사소한 일에 청렴하고 근신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큰일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폄하하는 뜻으로 쓰인다. 송(宋)나라 왕안석(王安石)의 왕심보묘지명(王深父墓志銘)에 “소렴곡근하여 사람들의 이목에 영합하지 않고, 취사와 진퇴와 거취를 반드시 인의(仁義) 위주로 하였다.[小廉曲謹以投眾人耳目, 而取舍進退去就必度於仁義.]”라는 말이 나온다.
- 곡겸[曲謙] 지나치게 겸손하다, 자신의 뜻을 굽혀서 남의 의견에 영합함을 이름.
- 기심[機心] 교묘하게 속이는 간교(奸巧)한 마음. 계교(計較)하는 마음. 교사(巧詐)하는 마음. 기교(機巧)를 부려 사리(私利)를 꾀하는 마음. 기회를 노리는 마음. 기회를 보고 움직이는 마음.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 자기의 양심을 속임. 자신의 사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교묘하게 도모하는 마음. 기계지심(機械之心). 기교지심(機巧之心).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초(楚)나라에 노닐고 진(晉)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다 보니, 한 노인이 우물을 파서는 항아리를 안고 그 속으로 들어가 물을 퍼서 밭에 붓고 있었다. 이에 자공이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을 용두레[桔槹 용두레]라고 합니다.’라고 하니, 그 노인이 성난 기색을 띠었다가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기계(機械)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機事]이 생기게 되고,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機心]이 가슴에 차 있으면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吾聞之吾師, 有機械者心有機事, 有機事者必有機心. 機心存於胸中, 則純白不備. 純白不備, 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 吾非不知, 羞而不爲也.]’라고 대답하였다는 데서 보이고,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갈매기를 몹시 좋아하여 매일 아침 바닷가로 가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날아와서 노는 갈매기가 백 마리도 넘었다. 그의 아버지가 ‘내가 들으니 갈매기들이 모두 너와 함께 논다고 하던데, 네가 그 갈매기를 잡아와라. 나 역시 갈매기를 가지고 놀고 싶다.’라 하였다. 다음날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기만 하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海上之人有好漚鳥者, 每旦之海上, 從漚鳥游, 漚鳥之至者百住而不止. 其父曰: 吾聞漚鳥皆從汝游, 汝取來! 吾玩之. 明日之海上, 漚鳥舞而不下也.]”는 이야기에서 보인다. 참고로,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고풍(古風)에 “나 또한 마음을 씻은 자이니, 기심을 잊고 너를 따라 노닐련다.[吾亦洗心者, 忘機從爾遊.]”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강교(江郊)에 “낚시만 생각하고 고기는 잊고서, 이 낚싯대와 줄만 즐기노라. 한가로이 유유자적하며 사물의 변화를 완상한다.[意釣忘魚 樂此竿綫 優哉悠哉 玩物之變]”라고 하였다.
【譯文】 過儉則吝, 過讓則卑.
節儉, 是美好品德, 過分了就是慳澀吝惜, 成爲鄙吝嗇細, 反而傷害了高雅正道 ; 謙讓, 是美好行爲, 過分了就是十足恭維, 成爲曲意謹愼, 多半是出於機變用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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