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부른 뒤에 맛있는 것을 떠올리면
기름지고 담백함의 구별도 모두 사라지고
색욕을 채운 후에 음탕한 일을 떠올리면
이성에 대한 관심마저 끊어져버린다.
그러므로 사람이 항상
일이 지난 후에 후회할 것을 깨달아
일을 하기 전에 어리석음을 깨버린다면
성품이 안정되어 행동함에 바르지 않음이 없다.
飽後思味, 則濃淡之境都消 ; 色後思淫, 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 즉농담지경도소 ; 색후사음, 즉남녀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 破臨事之癡迷, 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상이사후지회오, 파임사지치미, 즉성정이동무부정.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前集전집>
- 농담[濃淡] 짙음과 옅음. 용액 따위의 진함과 묽음. 또는 그런 정도. 색채나 명암 따위의 짙고 옅은 정도.
- 농담지경[濃淡之境] 맛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별.
- 미도[味道] 도(道)를 완미하고 체득함. 맛. 느낌. 기분. 티. 흥취. 흥미. 재미.
- 도소[都消] 모두 사라짐. 모두 소멸함.
- 색후[色後] 성교를 한 뒤. 성욕을 만족 시킨 뒤.
- 색욕[色慾] 성적 대상에 대하여 일어나는 욕구. 색에 대한 욕망. 남녀 간의 성욕(性慾). 색정(色情). 색정과 이욕(利慾).
- 남녀지견[男女之見] 이성(異性)에 대한 의식. 남자와 여자의 만남.
- 회오[悔悟]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 자기의 잘못을 깨달아 후회하고 뉘우치다.
- 임사[臨事] 일에 임함. 어떤 일을 대함. 일을 시작하려는 때. 참고로,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삼군을 인솔하고 전쟁터에 나간다면 누구와 함께 가겠냐는 자로(子路)의 물음에, 공자(孔子가 “범을 맨손으로 잡으려 하고 하수를 맨몸으로 건너려다가 죽어도 뉘우침이 없는 자를 나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일을 당하면 두려워하고 계책을 내기를 좋아하여 성공하는 자라야 할 것이다.[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라고 하였다.
- 치미[癡迷] 어리석음과 미혹(迷惑). 얼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다. 사로잡히다. 매혹되다.
【譯文】 事悟癡除, 性定動端.
酒足飯飽之後回想酒菜的味道, 卽使濃烈淸談的意境都已消失 ; 房事滿足之後回味性欲的情趣, 卽使男女歡愛的念頭全部斷絕. 所以人們常用事後的悔恨醒悟, 來破解面臨事物的愚癡迷妄, 這樣才能使本性安定而行動沒有不正當的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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