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하늘에 잠기어 있고
산은 제 그림자 깔고 앉았다
산과 달이 마주 앉아서
달은 구름에 얼굴을 씻고
산은 골안개에 발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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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그림자 깔고 앉아서
옆도 앞도 비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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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달을 같이 보다가
깔고 앉은 그림자가 안쓰러워서
슬며시 일어나니 밟히어 있네
밟힌 그림자가 안쓰러워서
걸어도걸어도 앞에 누웠네
걸어도걸어도 뒤에 누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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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기울어도 자리는 비어
그림자 밟으며 집으로 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자갈길에는
산 그림자 반만 드리워
자갈에 차이며 걸어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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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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