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바탕이 맑고도 투명하여
항상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속에 있는 것처럼 하면
세상에 싫어할 일이란 저절로 사라지고
뜻과 심기가 화목하고 평온하여
항상 화창하고 상쾌한 날씨 속에 있는 것처럼 하면
세상에 미워할 사람이란 저절로 사라진다.
心體澄徹, 常在明鏡止水之中, 則天下自無可厭之事.
심체징철, 상재명경지수지중, 즉천하자무가염지사.
意氣和平, 常在麗日光風之內, 則天下自無可惡之人.
의기화평, 상재여일광풍지내, 즉천하자무가오지인.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應酬응수>
- 심체[心體] 마음의 바탕. 마음과 몸. 마음의 본체. 심성(心性) 신체(身體) 대비하여 사용하는 표현. 대학장구(大學章句) 전(傳) 6장 장하주(章下註)에 “심체의 밝음이 미진한 바가 있으면 그 발하는 바가 반드시 실제로 그 힘을 쓰지 못하여 구차하게 스스로 속임이 있게 된다. 그러나 혹 이미 밝게 알았다 하더라도 이 홀로 있음을 삼가지 않으면 그 밝힌 것이 또 자기의 소유가 아니어서 덕에 나아가는 기초로 삼을 수 없다.[心體之明有所未盡, 則其所發必有不能實用其力, 而苟焉以自欺者. 然或已明而不謹乎此, 則其所明又非己有, 而無以爲進德之基.]”라는 주희의 주가 보인다.
- 징철[澄徹] 대단히 맑음. 맑고 투명하다. 아주 맑다. 매우 맑아서 밑바닥까지 환히 보임. 징철(澄澈). 참고로, 당나라 소미도(蘇味道)의 시 영정(詠井)에 “영롱함이 옥함을 비추고, 깨끗함이 은상을 씻누나.[玲瓏映玉檻, 澄澈瀉銀床.]”라고 하였다.
- 명경[明鏡] 매우 맑은 거울. 저승의 길 어귀에 있는 거울. 여기에 비추면 죽은 이가 생전(生前)에 지은 착한 일, 악(惡)한 일의 행업(行業)이 나타난다고 한다. 명경지수(明鏡止水)로 마음을 비유한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추포가(秋浦歌)에 “하얀 머리가 무려 삼천 장, 시름 때문에 이렇게 길어졌다네. 모르겠네, 밝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니, 어디에서 이런 가을 서리를 얻게 되었던가.[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지수[止水] 흐르지 않고 괴어 있는 물. 마음이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음의 비유. 지수(止水)는 파란(波瀾)이 일지 않고 고요하게 멈추어 있는 물로, 외물에 동요되지 않는 고요한 마음을 비유한다. 참고로,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하여 “사람은 흐르는 물에서는 자신을 비추어 보지 못하고, 멈춰 있는 물에서 비추어 볼 수 있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 “고래가 노니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멈추어 있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흐르는 깊은 물도 연못이다.[鯢桓之審爲淵, 止水之審爲淵, 流水之審爲淵.]”라고 한 데서 보이고,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제이시랑문(祭李侍郞文)에 “치아가 서로 삐걱거리고, 파란이 사방에서 일어났는데, 공은 유독 어떤 사람이었나. 마음이 지수와도 같았다오.[齒牙相軋, 波瀾四起. 公獨何人? 心如止水.]”라고 하였고, 자각(自覺)이라는 시에 “마음은 명경지수처럼 깨끗이 가지고, 육신은 뜬 구름같이 부질없게 본다네.[置心爲止水, 視身如浮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소식(蘇軾)의 답만숙견사영교상과지십(答曼叔見謝潁橋相過之什)에 “선생은 사람들과 교제를 끊은 지 오래이니, 마음은 고요한 물 같고 몸은 마른 나뭇가지 같아라.[先生久與人絶跡, 心如止水形枯柯.]”라고 한 데서 보인다. 명경지수(明鏡止水).
- 명경지수[明鏡止水] 거울과 맑고 잔잔한 물. 고요하고 잔잔한 마음[心境]. 마음이 고요하고 잡념이나 가식, 허욕이 없이 아주 맑고 깨끗함. 깨끗하고 밝은 마음의 상태.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邪念)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노(魯)나라에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왕태(王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공자의 제자 수와 같았다. 공자의 제자가 그에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까닭을 묻자, 공자가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고 대답하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 가염[可厭] 매우 싫다. 진저리나다. 싫증이 나다. 누르다. 배부르게 하다. 참고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민공(閔公) 원년(元年)에 “융적은 승냥이나 늑대와 같은 존재이니 제압하지 않을 수가 없고, 중국의 제후들은 친근하게 대해야 할 대상이니 포기하면 안 된다.[戎狄豺狼, 不可厭也. 諸夏親暱, 不可弃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의기[意氣] 기세(氣勢)가 좋은 적극적인 마음.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마음이나 기개. 뜻을 이루어 만족해하는 마음이나 기개. 표정이나 태도 등을 통해 드러나는 기색. 사람이 타고난 기개(氣槪)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模樣). 장(壯)한 마음. 득의(得意)한 마음. 기상(氣像). 호기(豪氣)와 기개(氣槪).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부풍호사가(扶風豪士歌)에 “부풍의 호걸스러운 선비 천하에 뛰어나니, 의기가 서로 통하면 산을 옮길 수 있네.[扶風豪士天下奇, 意氣相傾山可移.]”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증왕이십사시어계사십운(贈王二十四侍御契四十韻)에 “애당초 의기가 서로 부합하여, 곧장 성정의 진실함을 취하였네.[由來意氣合, 直取性情眞.]”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화평[和平] 개인 간이나 나라 사이에 충돌이나 다툼이 없이 평화로운 상태. 마음속이나 집단 안에 갈등이나 충돌이 없이 평온함. 마음이 기쁘고 평안함. 나라 사이에 다툼 없이 잘 지냄. 화목하고 평화스러움. 평화롭다. 순하다. 평온하다. 순조롭다. 참고로, 사기(史記) 귀책열전(龜策列傳)에 “천하가 화평하고 왕도가 제대로 되면 시초 줄기가 1장(丈)이 되고, 무더기로 백 개가 난다.[天下和平, 王道得, 而蓍莖長丈, 其叢生滿百莖.]”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여일[麗日] 날씨가 맑고 화창한 날. 봄이나 가을의 화창한 날. 날씨가 좋은 날. 참고로, 당(唐)나라 장대안(張大安)의 봉화별월왕(奉和別越王)에 “고운 해가 방초 무성한 들을 비추니, 아름다운 기운이 신경에 쌓이누나.[麗日開芳甸, 佳氣積神京.]”라고 하였고, 심약(沈約)의 시 삼월삼일(三月三日)에 “아름다운 날은 바로 상사일이요, 꽃다운 시절은 모두 이때에 있네.[麗日屬上巳, 芳年俱在斯.]”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광풍[光風] 맑게 갠 날씨에 부는 바람, 봄날에 따사롭게 부는 바람. 봄볕이 다사로운 맑은 날씨에 부는 바람. 비가 개고 해가 뜬 뒤에 부는 온화한 바람. 비가 갠 뒤의 맑은 햇살과 함께 부는 시원한 바람. 비가 갠 뒤의 깨끗하고 상쾌한 경치. 고상한 인격의 소유자. 순(舜) 임금이 오현금(五絃琴)을 타면서 지었다는 남풍가(南風歌)의 가사에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여움을 풀겠구나.[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염계시서(濂溪詩序)에 “용릉의 주무숙은 인품이 너무도 고매해서, 흉중이 쇄락하기가 마치 맑은 바람이요 갠 달과 같았다.[舂陵周茂叔 人品甚高 胸中灑落 如光風霽月]”라는 말이 나온다. 또, 전국 시대 송옥(宋玉)의 초혼(招魂)에 “비 갠 뒤의 바람은 혜초를 흔들고, 한 떨기 난초는 꽃향기 넘쳐 나네.[光風轉蕙, 氾崇蘭些.]”라고 하였다.
- 가오[可惡] 얄밉다. 밉살스럽다. 가증스럽다. 괘씸하다. 참고로,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에 “가욕스러움을 선인(善人)이라 이른다.[可欲之謂善]”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서 “그 사람됨이 가증스럽지 않고 가욕스러우면 선인이라 이를 만하다.[其爲人也可欲而不可惡, 則可謂善人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心若止水, 意在光風.
心靈性體澄浄淸澈, 時常處在明亮鏡子靜止水流中, 天下自然就沒有可以厭惡的事物 ; 意志氣概和順平靜, 尙且處在絢麗日照朗月和風內, 天下自然就沒有可以憎惡的人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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