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길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쯤 물러나 남이 먼저 가게하고
맛있고 진한 음식은
얼마간 나누어 남도 맛보게 하라.
이것이 세상살이에 있어 가장 안락한 방법이다.
徑路窄處, 留一步與人行. 滋味濃的, 減三分讓人嗜.
경로착처, 유일보여인행. 자미농적, 감삼분양인기.
此是涉世一極安樂法.
차시섭세일극안락법.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前集전집>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格言聯璧격언련벽 : 接物類접물류>
※ 격언연벽(格言聯璧)에는 “徑路窄處, 留一步與人行 ; 滋味濃底(處), 減三分讓人嘗.”라고만 나온다.
- 경로[徑路] 오솔길. 지름길. 좁은 길. 가깝게 질러서 가는 빠른 길. 첩경. 처세하는 방법. 간사한 짓을 할 길. 참고로, 진서(晉書) 완적전(阮籍傳)에 “완적도 원래는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위나라와 진나라가 교차하는 시절이라 천하에 변고가 많아서 명사들 중에는 온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완적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마침내는 술 마시고 취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 때로는 마음이 내키면 홀로 수레를 몰고나갔는데 길이 아닌 곳으로 가다가 수레가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르면 한바탕 통곡하고 돌아왔다.[籍本有濟世志. 屬魏晉之際, 天下多故, 名士少有全者. 籍由是不與世事, 遂酣飮爲常 … 時率意獨駕, 不由徑路, 車跡所窮, 輒慟哭而反]”라는 기록이 있다.
- 착처[窄處] 좁은 곳. 아주 협착함.
- 자미[滋味] 자양분(滋養分)이 많고 좋은 맛, 또는 그러한 음식. 맛. 재미. 흥취. 미미(美味). 자(滋)는 초목(草木) 중의 맛있는 것으로,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상중에 병이 있으면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반드시 초목의 자미를 먹는다.’라고 하였으니, 생강과 계피 등을 말한 것이다.[曾子曰:喪有疾, 食肉飮酒, 必有草木之滋焉. 以爲薑桂之謂也.]”라고 하였다. 참고로 종영(鍾嶸)은 시품서(詩品序)에 “오언시는 각종 시들 중에서 수위를 차지하며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음미할 만한 뜻이 풍부하다.[五言居文詞之要, 是衆作之有滋味者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구월일일과맹십이창조십사주부형제(九月一日過孟十二倉曹十四主簿兄弟)에 “청담에서 재미를 보미 그대들과 나이를 잊고 사귈만하네.[淸談見滋味, 爾輩可忘年.]”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농저[濃底] 농적(濃的). 짙음. ‘底’는 ‘的’과 같음. ~의 것.
- 섭세[涉世] 세상(世上)을 살아나감. 세상을 살아가다. 세상 물정을 겪다. 세상 경험을 쌓다. 세상사를 겪다. 세상일을 경험하다. 당언겸(唐彦謙)의 시 제삼계(第三溪)에 “세상일 꿈 같단 걸 일찍부터 알아서, 봄비 내린 뒤 때 산밭 가는 걸 버려둘 수 없었네.[早知涉世眞成夢 不棄山田春雨犁]”라고 하였다.
- 일극[一極] 한쪽 끝. 또는 한 극단. 지극(至極)의 도(道). 서경(書經) 주서(周書) 홍범(洪範)에 “한 가지가 지나치게 많아도 흉하며, 한 가지가 지나치게 적어도 흉하다.[一極備凶 一極無凶]”라고 하였다.
- 안락[安樂] 근심, 걱정이 없이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즐거움.
- 안락법[安樂法] 편안하고 즐겁게 사는 법. 북송(北宋) 황정견(黃庭堅)의 사휴거사시서(四休居士詩序)에 “송(宋)나라 태의(太醫) 손군 방(孫君昉: 손방孫昉)이 사휴거사(四休居士)라 자호하였으므로 산곡(山谷)이 그 설(說)을 물었더니, 사휴가 말하기를 ‘거친 차와 싱거운 밥에 배부르면 곧 쉬고, 해진 옷 기워서 추위 가려 따뜻하면 곧 쉬고, 평평하고 온온하게 지낼 만하면 곧 쉬고, 탐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고 늙으면 곧 쉬는 것이다.[麤茶淡飯飽卽休 補破遮寒暖卽休 三平二滿過卽休 不貪不妬老卽休]’라고 하므로, 산곡이 말하기를 ‘이것이 바로 안락법이다.[此安樂法也]’라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山谷集 四休居士詩幷序> <豫章集 卷8 四休居士詩序>
【譯文】 路留一步, 味讓三分.
道路山徑狹窄的地方, 餘留一步給別人行走 ; 滋養味道濃美的食物, 減少三分讓別人品嘗. 這是涉曆世事一個極其快樂的方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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