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하늘에 있듯
산새는 산에서 울고, 물새는 물에서 운다.
가을 들판에 붙은 불처럼
타오르는 야성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목에 걸린 사슬을 끊기 위해 이빨을 갈고 있다.
들개…….
들쥐를 잡으러 천리를 달려도
신선한 더운피로 굼시럽게 자라나는
이빨을 적시고 싶은 목마름에
날마다 하늘보고 울어대지만
기차 소리에 갈가리 찢겨 버린다.
별의 가슴에서 태어나 들의 품에서 자라난
지금은 비록 사슬에 묶여
한 끼의 아침을 위해 밤을 세우고
점심을 위해 꼬리를 치고,
저녁을 위해 짖어야 하는
똥개와 같지만
쫓고, 쫓기지 않는 왕
산과 들을 누비는 영웅이었다.
들로 가고 싶은데, 가야 하는데
이놈의 사슬은 너무도 굵다.
하얗게 달빛이 쏟아지는 밤
― 꽃이 피면 지는 들판, 지고는 피는 들판 ―
거기, 누비며 치닫는 동무들의 모습이, 외침이 선한데
하늘이나 울리고 있는 것인가.
봄에는 파릇한 새싹이 좋고, 여름에는 이글대는
태양이 좋고, 가을에는 하얀 들꽃이 좋고,
겨울에는 끝없는 눈 바다―
내 사랑하는, 내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 들이 좋은데
귀 기울이면 가늘게가늘게 높게높게 밀려오는 외침들
들판을 달리는 동무들의 끊임없는 노래 소리
왕이 되고 싶다.
들에서 바위라도 깨물고 싶다.
들로 가고 싶어
어우러지고 싶어서 들을 향하여
빨갛게 거품 물고 밤새워 울어댄다.
울음소리는 허공에 네온으로 부서지고
몰려오는 기차소리에 씹혀버리고
들개 아닌 들개는 허연 이빨로
사슬을 씹으며 울어댄다.
밤 새워 울어댄다.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