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추가 죽던 날 아무도 울지 않았다
죽은 꼽추를 묻던 날도
휑하니 묻어버리고 산을 내려오던 그날도
누구 하나 울어주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만 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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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삼간에 굽은 허리로
동네 사람들 머리를 깎아주던 꼽추는
죽기 전날까지도 듬성듬성 빠진 이와
백발 성성한 채로
이웃 장 영감 머리를 깎아주고
할멈이 말아준 아욱국 한 사발 달게 먹고는
구부린 채 잠들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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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꼽추라 했고
누구는 꼽세라 했다
또 누구는 깎쇠라고도 했는데
어쩌다 한번 체부가 전해주는 편지엔
김태경이라는 꼽추의 번듯한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김 태 경
큰 벼슬을 바라던 어버이의 꿈이
너무 맹랑했을까
홍역으로 첫아들 만식이가 죽고
외동딸 영순이마저 절름발이가 되었는데
끝내 죽는 그날까지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했던 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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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여 세워 꼽추가 떠나는 날
상주도 없이 절둑거리며 영순이 따라가고
맑고 맑은 가을 날
노랗게 핀 들국 사이로
꼽추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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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네를 탄다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그네를 탄다
높은 하늘에 닿을 듯
구름을 차고 오를 듯
멀어진 꼭지점에서 그네 줄이 끊어진다
소년 김태경
그는 이후 평생을 꼽추로 살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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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호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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