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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번뇌 / 복효근


오늘도 그 시간

선원사 지나다 보니

갓 핀 붓꽃처럼 예쁜 여스님 한 분

큰스님한테서 혼났는지

무엇에 몹시 화가 났는지

살풋 찌뿌린 얼굴로

한 손 삐딱하게 옆구리에 올리고

건성으로 종을 울립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 눈을 내리감고

지극정성 종을 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모습 아름다워 발걸음 멈춥니다

이 세상 아픔에서 초연하지 말기를,

가지가지 애증에 눈감지 말기를,

그런 성불일랑은 하지 말기를

들고 있는 그 번뇌로

그 번뇌의 지극함으로

저 종소리 닿는 그 어딘가에 꽃이 피기를…

지리산도 미소 하나 그리며

그 종소리에 잠기어가고 있습니다

– 복효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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