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臨江) 땅의 어떤 사람이 사냥을 나갔다가 고라니 새끼 한 마리를 잡아서는 집에서 기르려고 데리고 왔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집안에 있던 개들이 모두 침을 흘리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주인은 무섭게 화를 내며 야단을 쳤다.
그로부터 주인은 매일 새끼 고라니를 안고 개들과 가깝게 지냄으로써 개들이 고라니를 해치지 못하게 하니 점점 고라니가 개들과 어울려 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개들은 모두 주인의 뜻을 따랐다.
고라니는 점점 자라면서 자신이 고라니라는 사실을 잊고 개들을 자신의 친구로 여겨, 머리로 받기도 하고 함께 나뒹굴며 더욱더 가깝게 지냈다.
개들은 주인이 무서워 고라니의 비위를 맞춰가며 잘 지냈다.
그러나 수시로 입맛을 다셨다.
3년 후 어느 날 고라니가 문 밖에 나갔는데, 밖의 개들이 길가에 많이 있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 함께 놀려고 하였다.
밖의 개들이 고라니를 보고는 먹잇감이 오니 반갑기도 하고 장난을 거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여 우르르 달려들어 고라니를 죽여 잡아먹어 버렸다.
길 위에 여기저기 피가 낭자하였다.
고라니는 죽을 때까지 자기가 죽는 이유를 깨닫지 못하였다.
<유종원柳宗元 / 삼계三戒 / 임강지미臨江之麋 임강의 고라니>
臨江之人, 畋得麋麑, 畜之. 入門, 群犬垂涎, 揚尾皆來. 其人怒, 怛之. 自是日抱就犬, 習示之, 使勿動, 稍使與之戲. 積久, 犬皆如人意. 麋麑稍大, 忘己之麋也, 以爲犬良我友, 牴觸偃僕, 益狎. 犬畏主人, 與之俯仰甚善, 然時啖其舌. 三年, 麋出門外, 見外犬在道甚衆, 走欲與爲戲. 外犬見而喜且怒. 共殺食之, 狼藉道上, 麋至死不悟. <柳宗元 / 三戒 / 臨江之麋>
삼계三戒 / 세 가지 경계할 일 / 병서幷序
나는 항상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본성을 헤아릴 줄 모르고 외부의 사물을 빙자하여 함부로 재주 부리는 것을 싫어하였는데,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의 세력에 의지하여 자신과 다른 부류를 벗으로 삼고, 어떤 경우는 하찮은 재주를 부려 강자를 격노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기회를 틈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두 큰 화를 당한다. 어떤 사람이 고라니, 나귀, 쥐 등 세 가지 동물에 관한 고사를 이야기하여 주었는데, 그 일이 앞의 몇 가지 경우와 비슷하였으므로 이 삼계(三戒)를 쓴다.
吾恒惡世之人, 不知推已之本, 而乘物以逞. 或依勢以干非其類, 出技以怒强, 竊時以肆暴, 然卒迨於禍. 有客談麋驢鼠三物. 似其事. 作三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