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其一]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長安喜氣新[장안희기신] 장안에서 신바람 새롭던 날
初登高第後[초등고제후] 첫 번에 과거에 우등 급제하여
乍作好官人[사작호관인] 졸지에 좋은 관직을 얻었나니
省壁明張榜[성벽명장방] 중서성 벽에는 합격 방문 붙었고
朝衣穩稱身[조의온칭신] 조복은 편안히 몸에 꼭 맞았네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爭奈帝城春[쟁내제성춘] 서울의 봄을 어찌할거나
–
– [其二]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天涯話舊情[천애화구정] 헤어졌던 벗을 만나 정담 나눌 때
靑雲俱不達[청운구부달] 둘 다 청운의 꿈 이루지 못하고
白髮遞相驚[백발체상경] 허옇게 센 머리에 서로 놀라네
二十年前别[이십년전별] 이십 년 전에 헤어져서는
三千里外行[삼천리외행] 삼천 리 밖을 떠돌았다네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以敍平生[하이서평생] 무엇으로 평생의 사연을 풀까
–
– [其三]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朱門羨少年[주문선소년] 부귀하나 젊음이 부러울 때
春分花發後[춘분화발후] 춘분날 온갖 꽃 활짝 피어난 뒤
寒食月明前[한식월명전] 한식날 달이 밝기 전에
小院回羅綺[소원회라기] 정원에는 비단옷 여인이 배회하고
深房理管弦[심방리관현] 깊은 방 안에서는 악기를 조율하네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爭過豔陽天[쟁과염양천] 화창한 봄날은 다투듯 지나가리
–
– [其四]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霜庭老病翁[상정로병옹] 서리 내린 뜰에 늙고 병든 노인
暗聲啼蟋蟀[암성제실솔] 희미한 소리로 귀뚜라미 우는데
乾葉落梧桐[건엽낙오동] 마른 오동잎은 나무에서 떨어지고
鬢爲愁先白[빈위수선백] 시름으로 귀밑털은 일찍이 세어
顏因醉暫紅[안인취잠홍] 얼굴은 술 취해야 잠시 붉어지니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計奈秋風[하계나추풍] 이 가을바람을 어찌할거나
–
– [其五]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軍功第一高[군공제일고] 전쟁에서 이룬 공이 제일 높을 때
還鄕隨露布[환향수노포] 고향에 돌아감에 승전보가 따르고
半路授旌旄[반노수정모] 거리는 반이나 깃발로 덮여있네
玉柱剝蔥手[옥주박총수] 고운 손은 거문고 타다 벗겨지고
金章爛椹袍[금장란심포] 금장은 두루마기에 눈부시구나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以騁雄豪[하이빙웅호] 무엇으로 영웅호걸의 회포를 풀까
–
– [其六]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青門送別多[청문송별다] 청문에서 송별이 잦을 때라네
斂襟收涕淚[염금수체루] 옷깃 여미고 눈물을 훔치니
簇馬聽笙歌[족마청생가] 말들도 생황소리에 귀 기울이네
煙樹灞陵岸[연수파릉안] 파릉 언덕 나무는 안개에 싸이고
風塵長樂坡[풍진장낙파] 장락궁 비탈에는 흙먼지 이네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爭奈去留何[쟁내거류하] 떠나고 머무는 맘 어찌하리오
–
– [其七]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逐臣歸故園[축신귀고원] 쫓겨 귀양갔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赦書逢驛騎[사서봉역기] 사면 조서 가져온 역마를 맞이하니
賀客出都門[하객출도문] 축하하는 손님이 도성 문을 나오네
半面瘴煙色[반면장연색] 얼굴 반은 거무스름 병색이 짙고
滿衫鄕淚痕[만삼향루흔] 옷엔 가득 고향 그린 눈물 자국
此時無一醆[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物可招魂[하물가초혼] 무엇으로 떠나는 혼을 불러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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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勸酒十四首권주십사수:何處難忘酒七首하처난망주칠수 / 어떨 때 술 잊기 어려운가 / 白居易백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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勸酒十四首권주십사수 并序병서 : 내가 동도(東都: 낙양洛陽)에 살면서 한가로운 날이 많았다. 한가하면 술을 마시고 취하면 시를 읊었으니, 만약 시문(時文)이 없었으면 노래를 부르지 못하였을 것이다. 매번 생각이 날 때 한 편씩 만들다보니 모두 14편이 되었는데, 모두가 술에 관한 것으로 자작하며 즐기던 것이어서 ‘하처난망주(何處難忘酒)’와 ‘불여래음주(不如來飲酒)’로 이름 붙였다.[予分秩東都, 居多暇日. 閒來輒飲, 醉後輒吟, 若無詞章, 不成謠詠. 每發一意, 則成一篇, 凡十四篇, 皆主於酒, 聊以自勸, 故以何處難忘酒, 不如來飲酒命篇.] <白氏長慶集백씨장경집 巻二十七권이십칠>
- 희기[喜氣] 기쁜 기분(氣分). 기쁨. 희색. 기뻐하는 기색.
- 고제[高第] 고과(高科). 과거(科擧)에서의 우등 급제(及第). 과거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이르던 말.
- 관인[官人] 벼슬에 있는 사람. 관직에 임명하다. 관직인. 벼슬아치.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
- 칭신[稱身] 옷이 몸에 꼭 맞음. 의복 따위가 몸에 맞다.
- 쟁나[爭奈] 어떻게 할 수 없는. 어찌. 어찌하여. 어찌 하랴?
- 제성[帝城] 황성(皇城). 황제가 있는 나라의 서울.
- 천애[天涯] ‘천애의 고아’의 구성으로 쓰여, 하늘 끝에 홀로 서 있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핏줄이나 부모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하늘의 끝. 하늘의 끝이 닿는 땅의 한 귀퉁이라는 뜻으로, 아득하게 멀리 떨어진 낯선 곳을 이르는 말.
- 구정[舊情] 옛정. 지난날에 사귀어 깊어진 정.
- 구부달[俱不達] 모두 출세를 하지 못하다.
- 체상경[遞相驚] 번갈아 서로 놀라다.
- 주문[朱門] 주문은 붉은 칠을 한 문으로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의 호화로운 집을 말한다.
- 이현[理弦] 현의 음조를 조정하다. 줄의 음을 맞추다.
- 염양[艶陽] 화창(和暢)한 봄날의 기후(氣候). 화창하고 따스한 봄 날씨. 화려한 만춘의 계절. 따스한 봄 날씨.
- 노포[露布] 일반에게 널리 퍼뜨림. 격문(檄文). 군대의 승리의 소식. 봉하지 않은 조서(詔書)나 상주문(上奏文). 공고문.
- 노포[露布] 승첩을 알리는 문서이다. 전투에서 승리한 뒤에 그 전과를 기록하여 보고하는 글을 말하는데, 밀봉하지 않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後漢書 卷57 李雲列傳> 당(唐)나라 봉연(封演)이 지은 봉씨문견기(封氏聞見記) 노포(露布)에 “노포는 승첩을 알리는 문서의 별명이다. 제군(諸軍)이 적병을 격파하면 비단에다 글을 써서 장대에다 걸어놓는데, 병부(兵部)에서 이것을 노포라고 이른다.”라고 하였다.
- 정모[旌旄] 의장(儀杖)인 정절(旌節)과 모절(旄節)을 아울러 이르는 말. 밝은 빛으로 문채를 만든 기. 천자의 깃발과 장식.
- 의장[儀仗] 천자(天子)나 왕공(王公) 등 지위가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에 위엄을 보이기 위하여 격식을 갖추어 세우는 병장기(兵仗器)나 물건. 의(儀)는 위의(威儀)를, 장(仗)은 창이나 칼 같은 병기를 가리킨다.
- 옥주[玉柱] 옥으로 만든 기둥이라는 뜻으로, 대궐이 크고 화려함을 이르는 말. 옥으로 만든 기러기발. 옥진(玉軫).
- 총수[蔥手] 섬섬옥수(纖纖玉手).
- 금장[金章] 금(金)으로 만든 인장(印章)을 말함. 대개 재상이 이를 패용하였으므로 고관 재상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함.
- 심포[椹袍] 중국 전통의상(오디 모양의 단추를 오른 쪽 옷섭에 길게 내려 단 중국 전통 두루마기로 추정됨)
- 청문[靑門] 도성(都城)의 동쪽 문을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도성인 장안성(長安城) 동남문(東南門)인 패성문(覇城門)의 색깔이 푸르다 하여 청문이라 불렀다. 일반적으로 이별의 장소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또 상여가 나가는 문이라는 뜻으로 만시(挽詩) 등에 자주 나온다.
- 청문[靑門] 묘지. 고대에 무덤들이 있던 곳으로 동곽(東郭) 또는 동교(東郊)라고도 한다. 왕환(王渙)의 시 도망(悼亡)에 “오늘 청문에 그대를 묻었네, 매미 요란하고 시든 풀에 석양이 비끼네.[今日靑門葬君處 亂蟬衰草夕陽斜]”라고 읊었다.
- 염금[斂襟] 옷깃을 여밈. 삼가 옷깃을 바로잡고 정숙(靜肅)히 함. 예의(禮儀)를 차리어 남을 대함의 비유(比喩ㆍ譬喩). 옷자락을 여미다. 옷깃을 잘 매만진 뒤 남을 정중하게 대하는 자세.
- 체루[涕淚] 슬퍼서 흐르는 눈물. 슬프거나 감동하여 흐르는 눈물.
- 연수[煙樹] 연기(煙氣)나 안개, 구름 따위에 싸여 멀리 뽀얗게 보이는 나무. 저녁 무렵에 내가 끼어서 뿌옇게 된 숲.
- 장락파[長樂坡] 섬서성(陝西省) 장안현(長安縣) 서북쪽에 있는 지명. 옛날 한대(漢代)의 장락궁(長樂宮)이 있던 곳.
- 쟁내[爭奈] 어떻게 할 수 없는. 어찌. 어찌하여. 어찌 하랴?
- 축신[逐臣] 추방된 신하. 조정에서 쫓겨나 귀양 간 신하(臣下)를 말한다.
- 고원[故園] 옛 뜰. 고향. 전(前)에 살던 곳. 옛날에 만들어진 뜰.
- 역기[驛騎] 역마(驛馬). 역참(驛站)에 비치하여 두고 공무(公務)로 여행하는 자에게 제공하던 말.
- 장연[瘴煙] 장기(瘴氣)를 품은 안개. 습하고 더운 땅에서 생기는 독기를 품은 안개나 연기. 중국(中國) 남부지방(南部地方)의 따뜻한 곳 하천에서 피어오르는 유독(有毒)한 증기. 독무(毒霧).
- 초혼[招魂]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오다. 중병에 걸린 사람의 혼을 불러오다. 병이 나거나 경기든 어린애를 위해 혼백을 불러오다. 멸망한 것을 부활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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