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작은 충성이라 하는가?
예전에 초 공왕(楚共王)이 진 여공(晉厲公)과 언릉(鄢陵)에서 싸울 때, 초(楚)나라의 군대는 패하고 공왕(共王)은 눈에 부상을 입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질 때, 사마(司馬)인 자반(子反)은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이에 내시인 곡양(穀陽)이 술잔을 들고 왔다.
자반이 말하였다.
“치워라, 술이 아니냐!”
곡양이 말하였다.
“술이 아닙니다.”
그러자 자반이 술을 받아 마셨다. 자반은 사람됨이 술을 매우 좋아하는 지라, 술을 입에서 떼지 못하고 모두 마시고는 취하여 전투를 파하고 말았다. 공왕은 다시 싸우기 위해 사람을 시켜 자반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러나 자반은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하였다. 공왕은 몸소 말을 타고 가서, 자반의 천막에 들어갔다가 술 냄새를 맡고는 돌아와서 말하였다.
“오늘 전투에서 나는 부상을 입었다. 믿을 것은 자반 장군뿐이다. 그러나 장군마저 취해 있다. 그는 초나라의 사직을 잊고 우리 군대의 곤경을 가벼이 여기고 있다. 나는 이제 싸울 뜻이 없어졌다.”
그리고는 군대를 돌려 돌아와 자반을 참형에 처하고 시체를 시가에 내걸었다.
곡양이 자반에게 술을 권한 것은 그를 원수로 여겨서 한 짓이 아니다. 그 본심은 자반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를 죽게 한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작은 충성을 행하는 것은 큰 충성의 적이 된다.’라고 한 것이다.
<한비자 제10편 십과>
奚謂小忠? 昔者楚共王與晉厲公戰於鄢陵, 楚師敗, 而共王傷其目. 酣戰之時, 司馬子反渴而求飮, 竪穀陽操觴酒而進之. 子反曰: 「嘻!, 退, 酒也.」 陽曰: 「非酒也.」 子反受而飮之. 子反之爲人也, 嗜酒而甘之, 弗能絶於口, 而醉戰其罷. 共王欲復戰, 令人昭司馬子反, 司馬子反辭以必疾, 共王駕而自往, 入其幄中, 聞酒臭而還, 曰: 「今日之戰, 不穀親傷. 所恃者, 司馬也, 而司馬又醉如此, 是亡楚國之社稷而不恤吾衆也. 不穀無與復戰矣.」 於是還師而去, 斬司馬子反以爲大戮. 故豎穀陽之進酒, 不以讐子反也, 其心忠愛之而適足以殺之. 故曰:行小忠, 則大忠之賊也. <韓非子 第10篇 十過>
- 불곡[不穀] 진나라 이전에 천자가 스스로를 낮추어 부르던 말이다. 여기서 ‘곡(穀)’은 ‘록(祿)’인데, 하늘이 내리는 복(福)을 ‘록(祿)’이라 한다. ‘불곡(不穀)’이 곧 ‘불록(不祿)’으로, 하늘의 보살핌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이 말은 제왕이 재앙(災殃)이나 상사(喪事), 재난(災難), 변란(變亂), 화(禍) 등을 당했을 때 사용했다.
- 불곡[不穀] 군주가 스스로 자신을 이르는 겸칭. 불곡(不穀)은 과인(寡人)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 임금의 자칭(自稱)이다. 임금이나 제후가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곡식보다 못한 자신을 자칭하는 말이다.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사이(四夷)의 대국(大國)은 경내(境內)에서 자칭 불곡(不穀)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 사마[司馬] 사마는 주대(周代)에 병무(兵務)를 관장하던 관청으로, 즉 후대(後代)의 병부(兵部)에 해당하는데, 주례(周禮) 하관(夏官)에 의하면 대사마(大司馬)・소사마(小司馬)・군사마(軍司馬)・여사마(輿司馬)・행사마(行司馬)가 있다. 춘추 시대에 진(晉)나라는 삼군(三軍)을 만들고 각 군마다 별도로 사마를 두었다. 한나라에서는 궁문(宮門) 및 대장군, 장군, 교위(校尉)의 속관에 모두 사마가 있었고 변방 고을에도 별도로 천인사마(千人司馬)를 설치하였는데, 오로지 군사에 관한 일을 관장하였다. <通典 職官15>
- 대륙[大戮] 죄인을 죽이고 그 시신을 진열하여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으로서 기시(棄市)를 뜻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2년 조에 “옛날에 밝은 임금이 불경스러운 자를 징벌한 뒤에, 그 고래[鯨鯢]와 같은 시체를 모아 높이 쌓아 놓고는 이것을 대륙(大戮)이라고 하였으며, 이 광경을 모두 보게 함으로써 흉악한 행동을 징계토록 하였다.[古者明王伐不敬, 取其鯨鯢而封之, 以爲大戮, 於是乎有京觀, 以徵淫慝.]”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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