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신인욕[屈身忍辱]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몸을 굽혀 겸손하게 처신하고 치욕을 참음을 이른다. 진수(陳壽)가 지은 삼국지(三國志)에서 “손권은 몸을 굽혀 치욕을 참고, 재능 있는 자를 임명하고 큰 계획을 숭상하였으니, 월왕(越王) 구천(句踐)의 기이한 영재가 있는 인걸이었다. 그로 인하여 강표를 차지하여 정립(鼎立)하는 대업을 이루었다. 그러나 타고난 성품이 의심이 많고 주저함이 없이 살육을 자행하였으니 만년에 이르러서는 더욱 심하였다. 참언을 듣고 대를 이을 자손을 버리고 죽였으니 어찌 자손들에게 평안한 책모를 남기고, 신중하게 자손의 안전을 계획한 자라 할 수 있겠는가? 그 후대가 쇠미하여 끝내 나라가 뒤집히기에 이른 것은 바로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孫權屈身忍辱, 任才尚計, 有句踐之奇英, 人之傑矣. 故能自擅江表, 成鼎峙之業. 然性多嫌忌, 果於殺戮, 曁臻末年, 彌以滋甚. 至于讒說殄行, 胤嗣廢斃, 豈所謂貽厥孫謀以燕翼子者哉? 其後葉陵遲, 遂致覆國, 未必不由此也.]”라고 손권(孫權)을 평(評)한 데서 보인다.
굴신재비 반복유수[詘(屈)伸在臂 反覆惟手] 살펴보건대 마음이 스스로 잃고 스스로 찾음은 비유하면 팔뚝이 스스로 굽히고 스스로 펴며, 손이 스스로 젖히고 스스로 엎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주자(朱子)의 구방심재명(求放心齋銘)에 “천지(天地)가 변화함에 이 마음이 매우 인(仁)하다. 인(仁)을 이룸이 자신에게 있으니, 마음은 몸을 주재한다. 그 주재함은 무엇인가? 신명(神明)하여 측량할 수가 없다. 만 가지 변화를 발휘하여 이 인극(人極)을 세운다. 잠시라도 잃으면 천리(千里)로 달아나니, 성(誠)이 아니면 어찌 있으며 경(敬)이 아니면 어찌 보존하겠는가. 무엇이 잃는 것이고 무엇이 찾는 것이며, 무엇이 없는 것이고 무엇이 있는 것인가? 굴신(屈伸)함이 팔뚝에 있고 반복(反覆)함이 손에 있는 것과 같다. 은미함을 막고 홀로를 삼감이 지킴의 떳떳한 법이니, 간절히 묻고 가까이 생각함으로써 도울지어다.[天地變化, 其心孔仁. 成之在我, 則主于身. 其主伊何, 神明不測. 發揮萬變, 立此人極. 晷刻放之. 千里其奔. 非誠曷有, 非敬曷存, 孰放孰求, 孰亡孰有. 詘伸在臂, 反覆惟手. 防微謹獨, 茲守之常. 切問近思, 曰惟以相之.]”라고 하였다.
굴신제천하[屈臣制天下] 신하에게 굽히고 천하를 제패한다는 말이다. 곧 자기의 의견을 굽혀 아랫사람의 뜻에 따라 더 큰 목적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허리를 굽혀 큰 일을 성취한다는 뜻으로, 극천하이굴신(克天下而屈臣)이라고도 한다.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에 무안군(武安君) 백기(白起)가 진 소왕(秦昭王)에게 “소신은 가기만 하면 공이 없어도 죄를 모면할 수 있고, 가지 않으면 죄가 없어도 주살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원컨대 대왕께서는 소신의 어리석은 계책을 살피시어 조나라를 버리고 백성을 쉬게 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여 제후간의 동정을 관망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쪽을 위로하고 교만한 쪽을 치고 무도한 자를 주멸하여 제후에게 분부를 내리시면 천하의 패권은 안정될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꼭 조나라부터 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까. 이것이야말로 이른바 ‘한 사람의 신하에게 굽히고 천하의 제후에게 이긴다’는 것이며, 만약에 대왕께서 소신의 어리석은 계책을 깨닫지 못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조나라에 쾌재를 부르게 하고 소신을 죄짓게 하고 싶으시다면, 이른바 ‘한 사람의 신하에게 이기고 천하의 제후에게 굽힌다’는 것이 됩니다. 도대체 일개 신하에게 이기는 위엄과 천하의 제후에게 이기는 위엄 중 어느 쪽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소신은 ‘명석한 군주는 그 나라를 사랑하고, 충신은 그 이름을 사랑한다’고 들었습니다. 한번 망한 나라는 두 번 다시 일으킬 수 없고, 한 번 죽은 병졸은 두번 다시 살릴 수 없습니다. 소신은 엎드려 무거운 주벌을 받을지라도 싸움에 져서 군을 욕되게 하는 대장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대왕께서는 이 점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武安君頓首曰:“臣知行雖無功, 得免於罪; 雖不行無罪, 不免於誅. 然惟願大王覽臣愚計, 釋趙養民, 以諸侯之變. 撫其恐懼, 伐其憍慢, 誅滅無道, 以令諸侯, 天下可定, 何必以趙爲先乎? 此所謂 ‘爲一臣屈而勝天下’也. 大王若不察臣愚計, 必欲快心於趙, 以致臣罪, 此亦所謂 ‘勝一臣而爲天下屈’者也. 夫勝一臣之嚴焉, 孰若勝天下之威大耶? 臣聞明主愛其國, 忠臣愛其名. 破國不可復完, 死卒不可復生. 臣寧伏受重誅而死, 不忍爲辱軍之將.]”라고 한 데서 보인다.
굴씨기기[屈氏嗜芰] 굴씨(屈氏)는 춘추 시대 초(楚)나라에서 막오(莫敖)를 지낸 굴도(屈到)를 가리킨다. 그는 평소 마름을 무척 좋아하여 자신의 제사에 마름을 올리라고 유언을 하였으나 그의 아들 굴건(屈建)이 제사에는 마름을 쓰지 않는다면서 마름 대신 연밥을 썼다고 한다. <唐宋八家文 卷21 屈到嗜芰論> <星湖僿說 卷21 祭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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