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무제 / 죽 한 그릇 / 金炳淵김병연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노니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이여 무안하다 말하지 마시라…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노니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이여 무안하다 말하지 마시라…
倦馬看山好[권마간산호] 게으른 말 산 구경에 더 좋아 停鞭故不加[집편고부가] 채찍 멈춰 일부러 치지 않네 岩間纔一路[암간재일로] 바위 사이 바듯 오솔길 하나 烟處或三家[연처혹삼가] …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천리 나그네길 막대기 하나 의지하고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여윳돈 일곱닢도 오히려 많다 여기며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주머니 속 깊이깊이 있으라 일렀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해질녘…
十里平沙岸上莎[십리평사안상사] 십리 모래밭 언덕 위에 사초하니 素衣靑女哭如歌[소의청녀곡여가] 소복 청상과부 노래하듯 곡을 하네 可憐今日墳前酒[가련금일분전주] 가련타 오늘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양득아랑수종화] …
一步二步三步立[일보이보삼보립]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 서니 山靑石白間間花[산청석백간간화] 산 푸르고 돌 희고 간간이 꽃이로다 若使畵工摸此景[약사화공모차경] 만일 화공더러 이…
窮達在天豈易求[궁달재천기이구] 궁달은 재천이니 어찌 쉽게 구하랴 從吾所好任悠悠[종오소호임유유] 나는 내 좋을 대로 유유하게 살리라 家鄕北望雲千里[가향북망운천리] 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이 천리요 身勢南遊海一漚[신세남유해일구] …
盡日聲乾啄啄鴉[진일성건탁탁아] 종일 밭은 소리 톡톡 까마귀가 쪼았나 虛庭自屯減空華[허정자둔감공화] 빈 뜰에 절로 모여 허공 꽃이 줄었네 如戀故香徘徊下[여련고향배회하] 옛 향취 그리는 듯…
蕭蕭瑟瑟又齊齊[소소슬슬우재재] 가을바람 솨솨 솔솔 우수수 떨어져 埋山埋谷或沒溪[매산매곡혹몰계] 산 덮고 골 메우고 시내에도 잠기네 如鳥以飛還上下[여조이비환상하] 새처럼 날아올라 도로 내리기도 하며 隨風之自各東西[수풍지자각동서] …
曉起飜驚滿山紅[효기번경만산홍] 새벽에 일어나 온 산 붉어 놀라라 開落都歸細雨中[개락도귀세우중] 꽃피고 지는 게 다 가랑비에 달렸구나 無端作意移粘石[무단작의이점석] 까닭 없이 멋대로 바위에 붙기도…
瘦骨稜稜滿禿毛[수골릉릉만독모] 앙상한 몰골에 뭉텅뭉텅 털은 빠져 傍隨老馬兩分槽[방수노마양분조] 늙은 말 곁따라 구유를 나눠 쓰네 役車荒野前功遠[역거황야전공원] 황야에 수레 끌던 예전의 공은 멀고…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둥둥 내 삿갓은 가볍기 빈 배 같아 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 한번 쓰게 되어 사십 평생 흘렀네 牧竪輕裝隨野犢[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이 가뜬 쓰고 소…
哭子靑山又葬妻[곡자청산우장처] 청산에 아들 곡하고 아내마저 묻고 나니 風酸日薄轉凄凄[풍산일박전처처] 시린 바람 저무는 해에 더욱이 처연하여 忽然歸家如僧舍[홀연귀가여승사] 넋을 잃고 집에 오니 고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