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 이시영
나는 아직 그 더벅머리 이름을 모른다 밤이 깊으면 여우처럼 몰래 누나 방으로 숨어들던 산사내 봉창으로 다가와 노루발과 다래를 건네주며 씽긋…
나는 아직 그 더벅머리 이름을 모른다 밤이 깊으면 여우처럼 몰래 누나 방으로 숨어들던 산사내 봉창으로 다가와 노루발과 다래를 건네주며 씽긋…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 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를 한 움큼…
물 건너 산 큰고모는 얼금뱅이에 육손이 시집 가 이태 만에 징용으로 남편 잃고 상머슴처럼 남의 품팔아 쐐기밭뙈기나 장만한 뒤 할아버지…
삼동 내-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 왜저리 놀려 대누. –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신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오는 아침 나어린 아내는 첫아들을 낳었다 – 인가(人家) 멀은 산(山)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 컴컴한 부엌에서 늙은…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짝새가 발부리에서 날은 논드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어먹었다 – 게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그웠다…
경북대 역사과를 나온 그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진 않았다. 햇병아리 하사에게도 경례를 하는 유일한 병장이었고 언젠가 달도 없는 밤, 비무장…
대남대북방송도일시멎은한밤인민군하전사도군관도바라보고초병도순찰사관도바라보고밤잠없는군견도노루멧돼지올빼미도
대통령은수출의날기념식연설에서한국은친애하는지도자덕분에개발도상국의위치를벗어나선진국의대열로피바다가극단을찾아위문하시고
인생길에는 주색의 함정이 널려 있으니 심신을 백번 단련하여 강건한 사람이 되라. 세상사에는 시비의 문호가 열려 있으니 입을 세 번 봉한…
한가히 찻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화로 안 음양의 이치를 터득하고 되는대로 두는 바둑판의 놀이를 바라보며 손안에서 살리고 죽이는 심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