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居乏人工[빈거핍인공] 가난한 살림에 일손 모자라니
灌木荒余宅[관목황여택] 관목이 나의 집을 덮어버렸네
班班有翔鳥[반반유상조] 하늘에는 맴도는 새 또렷한데
寂寂無行跡[적적무행적] 땅에는 인적 없어 적적하구나
宇宙一何悠[우주일하유] 우주는 어찌 그리도 유구한가
人生少至百[인생소지백] 인생은 백 년도 못다 사는데
歲月相催逼[세월상최핍] 세월이 재촉하듯 몰아세우니
鬢邊早已白[빈변조이백] 살쩍은 일찌감치 세어버렸네
若不委窮達[약불위궁달] 궁달의 집착 버리지 못한다면
素抱深可惜[소포심가석] 평소 품은 뜻 몹시 애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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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酒二十首[其十五]음주20수15 / 궁달을 잊으리 / 陶淵明도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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幷序병서 : 나는 한가롭게 살아 기뻐할 일이 적은데다 근래에는 밤마저 길어지는 차에, 우연찮게 좋은 술을 얻게 되어 저녁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없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홀로 잔을 비우고 홀연히 취하곤 하는데, 취한 후에는 언제나 시 몇 구를 적어 스스로 즐겼다. 붓으로 종이에 적은 것이 꽤 되어, 말에 조리도 두서도 없지만 애오라지 친구에게 쓰게 하여 이로써 즐거운 웃음거리로 삼고자 한다.[余閒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飮酒二十首 幷序>
-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 동진(東晉) 말기부터 남조(南朝) 송(宋:유송劉宋) 초기 사람이다. 시인이자 문학가로 청신하고 자연스러운 시문으로 시명을 얻었다. 강주(江州) 심양(尋陽) 시상(柴桑)에서 태어났다. 자는 원량(元亮)이다. 송(宋)나라에 와서 이름을 잠(潛)으로 바꾸었다. 일설에는 연명(淵明)이 그의 자(字)라고도 한다. 증조부 도간(陶侃)은 동진(東晉)의 개국공신으로 관직이 대사마에 이르렀으며, 조부 도무(陶茂)와 부친 도일(陶逸)도 태수를 지냈다. 29세 때에 벼슬길에 올라 주(州)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얼마 안 가서 사임하였다. 그 후 생활을 위하여 진군참군(鎭軍參軍)・건위참군(建衛參軍)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항상 전원생활을 동경한 그는 팽택현령(彭澤縣令)이 되었으나 80여 일 만에 벼슬을 버리고,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와 문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였다. 고향에 은거한 뒤에 다시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세상을 떴다. 그의 사후에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이들이 그에게 정절선생(靖節先生}이란 시호를 주어 불렀다. 양(梁)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고금의 은일시인 가운데 첫머리[古今隱逸詩人之宗]”라 평가했을 만큼 그의 시풍이 중국문학사에 남긴 영향이 매우 크다. 주요 작품으로 음주(飮酒)・귀원전거(歸園田居)・도화원기(桃花源記)・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귀거래사(歸去來辭) 등이 있다. 도연명이 직접 지은 만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에 의만가사(擬挽歌辭)라는 제목으로 3수가 실려 있다.
- 인공[人工] 사람이 하는 일. 인력으로 하는 일. 수공업적인 일. 사람이 자연물을 가공하는 일. 어떤 일을 하는 데에 들어가는 사람의 힘이나 노력. 인위(人爲). 인조(人造). 한 사람의 1일분 작업 단위. 하루품. 일손. 노력.
- 관목[灌木] 일반적으로 사람의 키보다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
- 반반[班班] 선명하고 뚜렷한 모양. 명백한 모양.
- 상조[翔鳥] 높이 나는 새. 선회하는 새.
- 일하[一何] 어찌. 어찌 이리도~. 얼마나. 무엇 때문에. 一은 심하다는 뜻.
- 상최[相催] 서로 따르며 재촉한다는 의미이다.
- 최핍[催逼] 재촉하고 다그치다.
- 빈[鬢] 살쩍.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 귀와 눈초리 사이에 머리털이 길게 아래쪽으로 내려온 곳. 귀밑털. 귀밑머리.
- 궁달[窮達] 빈궁(貧窮)과 영달(榮達)을 아울러 이르는 말. 깊이 궁리(窮理)하여 통달(通達)함
- 소포[素抱] 평소부터 품었던 생각. 평소의 취지 또는 포부. 소지(素志).
- 가석[可惜] 몹시 아까움. 섭섭하다. 아쉽다. 애석하다. 아깝다.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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