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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있을 때와 일 없을 때, 득의했을 때와 실의했을 때 <채근담/소창유기>


일이 없으면 바로

쓸데없는 상념이 있지나 않은지를 생각하고

일이 있으면 바로

경박한 의기가 있지나 않은지를 생각하라.

뜻을 얻었으면 바로

교만한 말과 낯빛이 있지나 않은지를 생각하고

뜻을 잃었으면 바로

원망하는 감정이 있지나 않은지를 생각하라.

수시로 이렇게 점검하여

많은 곳으로부터 적은 곳으로 들어오고

있음으로부터 없음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학문의 참된 변화이며 흐름이다.


無事便思有閑雜念想否,  有事便思有粗浮意氣否.
무사변사유한잡념상부,  유사변사유조부의기부.
得意便思有驕矜辭色否,  失意便思有怨望情懷否.
득의변사유교긍사색부,  실의변사유원망정회부.
時時檢點, 到得從多入少,  從有入無處, 纔是學問的眞消息.
시시검점, 도득종다입소,  종유입무처, 재시학문적진소식.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醒성>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소창유기小窓幽記)에는 “無事便思有閑雜念頭否, 有事便思有粗浮意氣否;得意便思有驕矜辭色否, 失意便思有怨望情懷否. 時時檢點得到, 從多入少. 從有入無, 才是學問的真消息.”라고 되어 있다.


  • 무사[無事]  아무 일도 없음. 아무런 탈이 없음. 장애가 없음. 걱정이 없음. 사고가 없어서 편안함.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음. 특별한 일없이 한가한 때. 무심(無心), 무구(無求)와 함께 선종(禪宗)에서 강조하는 삶의 태도 중의 하나. 참고로, 송(宋)나라 소식(蘇軾)이 신종(神宗)이 승하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은 시인 귀의흥류제서죽사(歸宜興留題西竹寺)에 “이 인생 다행히도 무사한 때를 만났는데 금년엔 잇따라 큰 풍년을 만났구나. 절에서 돌아와 좋은 소식을 들으니 들꽃과 지저귀는 새도 흔연히 기뻐하네.[此生幸得都無事, 今歲仍逢大有年. 山寺歸來聞好語, 野花啼鳥亦欣然.]”라고 하였고, 또, 동파전집(東坡全集) 권100의 약송(藥誦)에 “거사가 노래하여 답하기를 ‘일 없는 일을 일삼으면 모든 일이 다스려지고, 맛없는 맛을 음미하면 오미가 갖추어 지네’라고 하였다.[居士則歌以答之曰 : 事無事之事, 百事治兮; 味無味之味, 五味備兮.]”라고 한 데에서 보인다.
  • 한잡[閑雜]  직접적 관계가 없는. 무관한. 일정한 직무가 없는. 한가함과 복잡함에 대한 차이로 고민하는 상태.
  • 염상[念想]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함. 마음속에 깊이 새겨 기억하거나 대상을 마음속으로 그리는 일.
  • 상념[想念]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 검점[檢點]  낱낱이 검사함. 점검하다. 신중히 하다. 단속하다. 주의하다. 국가 행정의 일환으로 각종 사안을 조사하는 일. 점검(點檢).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권5 극기(克己)에, 1년간 무슨 공부를 하였느냐는 정이천(程伊川)의 물음에 사상채(謝上蔡)가 “다만 하나의 자랑할 긍(矜) 자를 없앴습니다.”라고 하니, 무슨 연고인지 다시 정이천이 묻자 “자세히 살펴보니 병통이 모두 여기에 있었습니다. 만약 이 잘못만 억제할 수 있다면, 비로소 앞으로 향해 나아갈 데가 있을 것입니다.[子細檢點得來 病痛盡在這裏 若按伏得這個罪過 方有向進處]”라고 하였다는 데서 보인다.
  • 조부[粗浮]  거칠고 경솔함.
  • 추부[麤浮]  거칠고 들떠 있는 상태. 침착하지 목하고 소홀히 하는 것.
  • 의기[意氣]  기세(氣勢)가 좋은 적극적인 마음.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마음이나 기개. 뜻을 이루어 만족해하는 마음이나 기개. 표정이나 태도 등을 통해 드러나는 기색. 사람이 타고난 기개(氣槪)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模樣). 장(壯)한 마음. 득의(得意)한 마음. 기상(氣像). 호기(豪氣)와 기개(氣槪).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부풍호사가(扶風豪士歌)에 “부풍의 호걸스러운 선비 천하에 뛰어나니, 의기가 서로 통하면 산을 옮길 수 있네.[扶風豪士天下奇, 意氣相傾山可移.]”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증왕이십사시어계사십운(贈王二十四侍御契四十韻)에 “애당초 의기가 서로 부합하여, 곧장 성정의 진실함을 취하였네.[由來意氣合, 直取性情眞.]”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득의[得意]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 만족해하거나 자랑스러워함.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서 뽐냄. 뜻을 이루어 자랑함. 자기의 뜻대로 행동함. 뜻을 얻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어 가다. 마음에 들다. 의기양양하다. 참고로, 포조(鮑照)의 학고시(學古詩)에 “인생은 뜻을 얻는 것을 귀히 여기니, 군주를 모시고 아뢸 수 있기를 바라네.[人生貴得意, 懷願待君申.]”라고 하였고,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에 “어째서 어떤 때는 회합을 하였다고 하고 어떤 때는 정벌을 하였다고 하는가? 뜻대로 되면 회합에 이르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정벌을 행한다.[曷爲或言致會, 或言致伐? 得意致會, 不得意致伐.]”라고 한 데서 보이고, 맹교(孟郊)가 급제를 자축한 시인 등과후(登科後)에 “봄바람 속에 뜻을 얻어 말발굽도 부리나케, 하루에 장안의 꽃들을 모조리 구경했다네.[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라고 한 데서 보인다. 득심(得心).
  • 교긍[驕矜]  교만하여 지나치게 자신을 가짐. 잘난 체하며 뽐냄. 교만(驕慢)하고 자부(自負)함. 또는 교만(驕慢)하고 자부(自負)하는 생각. 참고로, 위백규(魏伯珪)의 존재집(存齋集)에 “사람의 가장 큰 불행은 교만한 마음에 잘난 체하는 것이고 사람의 가장 큰 허황됨은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것이다.[人之禍莫大乎驕矜 人之妄莫甚於多上]”라고 하였다.
  • 사색[辭色]  말과 얼굴빛. 말과 표정(表情). 언사와 안색(顔色). 말씨와 그 말을 하는 기색이나 태도.
  • 사색불변[辭色不變]  너무 태연하여 말과 얼굴빛이 조금도 변하지 아니함.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태연자약(泰然自若)하여 말이나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실의[失意]  어떤 일을 행하거나 이루려는 의지나 욕구를 잃어버림. 뜻을 이루지 못하다. 뜻대로 되지 않다. 낙담(落膽). 실망(失望).
  • 원망[怨望]  못마땅하게 여겨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함. 남이 한 일을 억울하게 또는 못마땅하게 여겨 탓함. 분하게 여기고 미워함. 유감(遺憾)으로 생각하여 불평함.
  • 정회[情懷]  생각하는 정과 회포(懷抱). 가슴에 사무쳐 오는 정과 회포(懷抱). 또는 그런 애틋한 감정을 자아내게 하는 정서. 심사. 기분. 감흥. 감정. 심경. 참고로, 송(宋)나라 소강절(邵康節: 소옹邵雍)의 안락음(安樂吟)에 “바람과 달을 마음에 품고, 강호의 삶이 기질에 맞아. 낯빛을 살펴 날아오르다가, 빙빙 돈 후 내려앉았네.[風月情懷, 江湖性氣. 色斯其擧, 翔而後至.]”라고 한 데서 보이고, 자작진찬(自作眞贊)에 “송계의 조행과 앵화의 문재, 강산의 기도와 풍월의 정회. 그대들에게서 얼굴 모양 차용하고 그대들에게서 형체를 빌린 이 몸, 구슬 가지고 노는 여가에 한가로이 갔다가 한가로이 오노라.[松桂操行, 鶯花文才. 江山氣度, 風月情懷. 借爾面貌, 假爾形骸. 弄丸餘暇, 閑往閑來.]”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도득[到得]  ~하기에 이르다. ~하게 되다.
  • 소식[消息]  천지의 시운(時運)이 바뀌어가는 형편. 천지의 시운이 끊임없이 돌고 돌아 자꾸 변화하고 순환하는 일.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생겨날 것은 생겨나게 하는 본래의 이치. 일월(日月)의 내왕(來往). 때의 변천(變遷). 영고(榮枯)와 성쇠(盛衰). 풍신(風信). 소장(消長). 소장(消長). 소식(消息)은 곧 천지조화의 자취에 의하여 만물이 사라지고 자라나고 하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주역(周易) 풍괘(豊卦) 단(彖)에 “해는 중천에 있으면 기울고 달은 차면 먹히니, 천지의 성쇠도 때에 따라 진퇴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이며 하물며 귀신에 있어서이랴.[日中則昃 月盈則食 天地盈虛 與時消息 而況於人乎 況於鬼神乎]”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박괘(剝卦) 단전(彖傳)에 “군자가 소식과 영허를 숭상하는 것이 천도이다.[君子尙消息盈虛, 天行也.]”라고 하였다. 이는 이치는 소쇠(消衰)하고 식장(息長)하고 영만(盈滿)하고 허손(虛損)하는데 군자는 이 이치에 순종하여 하늘을 섬긴다는 뜻이다. 또,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도는 소식영허하여 끝이 나면 시작이 있다.[消息盈虛 終則有始]”라고 하였는데, 음양의 기운과 계절의 순서가 순환한다는 말이다.
  • 소식[消息]  고려하다. 참작하다. 육조(六朝) 사람들의 관용어로 짐작(斟酌)과 통한다. 한(漢)・위(魏)・육조(六朝)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소식(消息)은 모두가 짐작(斟酌)의 뜻으로 쓰였다.
  • 소식[消息]  사람의 안부나 일의 형세 따위를 알리는 말이나 글. 편지. 안부(安否) 상황(狀況) 또는 새로이 생기는 사실 등에 관한 기별(奇別)이나 알림.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종송[種松]에 “복령의 소식이 없으니, 머리털이 밤낮으로 허옇게 세누나.[茯苓無消息, 雙鬢日夜摧.]”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송로육시어입조(送路六侍御入朝)에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 온 사십 년 세월, 중간에는 소식이 둘 다 묘연하였지.[童稚情親四十年, 中間消息兩茫然.]”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時時檢點,  獲眞消息.
無所事事時就想想有沒有閑散混雜的念頭想法,  有事忙碌時就想想有沒有粗率浮躁的意氣用事,  春風得意時就想想有沒有驕傲自負的言辭神色,  失意落泊時就想想有沒有怨惱忿恨的心情感懷.  常常檢討查點, 等到從多到少,  從有到無的地步,  才是學習詢問的消長眞諦所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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