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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요는 의지를 익사시키고, 고적 마음을 고사시킨다 [棲心玄默 適志恬愉] <채근담/소창유기>


분요는 의지를 익사시키는 터이고

고적은 마음을 고사시키는 땅이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의당 현묵에 마음의 터를 잡음으로써

나의 참모습을 평안히 하여야 하고

또한 염유에 뜻을 맞추어

나의 원기를 길러야 한다.


紛擾固溺志之場,  而枯寂亦槁心之地.
분요고익지지장,  이고적역고심지지.
故學者當棲心玄默,  以寧吾眞體.
고학자당서심현묵,  이영오진체.
亦當適志恬愉,  以養吾圓機.
역당적지염유,  이양오원기.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法법>


  • 분요[紛擾]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움. 분잡하고 소요스러움. 분쟁을 일으켜 시끄러운 것. 분란(紛亂). 혼란. 동란. 헝클어져 얽히는 것. 옥신각신하는 것.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선비전(鮮卑傳)에 “관동에 동란이 발생하여 길이 막혔다.[關東紛擾, 道路不通.]”라고 하였다.
  • 고적[枯寂]  인적이 없어 한적함. 쓸쓸함. 적막함. 허전함. 메마르고 쓸쓸하다. 단조롭고 지루하다. 적막하다. 무미건조하다.
  • 현묵[玄默]  말이 없이 조용함. 사려가 깊고 과묵함. 마치 죽은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음. 조용히 침묵(沈默)함. 우아(優雅)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음. 청정(淸淨)하여 인위적인 조작이 없음. 도가(道家)의 청정무위(淸靜無爲)와 같은 뜻으로, 청정하여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인위적으로 어떤 일을 조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장양부(長楊賦)에 “임금은 현묵으로 정신을 삼고 담박함으로 덕을 삼는다.[人君以玄默爲神, 澹泊爲德.]”는 말이 나온다. 한(漢)나라 문제(文帝)가 몸소 현묵을 닦아서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렸다 하는데, 현묵(玄黙)이란, 현묘(玄妙)한 도(道)를 묵묵히 생각하여 법령이나 군사를 너무 떠벌리지 않고 백성을 절로 교화되게 하는 것. 즉, 말하지 않아도 그 덕에 감화되어 착하게 되는 도가적 이상정치를 뜻한다. 참고로, 전한서(前漢書) 형법지(刑法志)에 “한 문제(漢文帝)가 즉위하자 몸소 현묵(玄默)의 도(道)를 닦아 농상(農桑)을 장려하고 조세를 경감시켰다. 장상(將相)은 모두 옛 공신들이라서 문식(文飾)이 적고 질박함이 많아 망한 진(秦)나라의 가혹한 정사를 싫어하여 의론은 관대하게 하는 데 힘쓰고 남의 과실을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리하여 교화가 천하에 행해져서 고자질하는 풍속이 바뀌었다. 관리는 직무를 편안히 여기고 백성은 생업을 즐겁게 여겨 축적이 갈수록 늘어나고 호구가 점차 불어났고 풍속이 돈후해지고 법망이 성글어졌다. 장석지(張釋之)를 뽑아 정위(廷尉)로 삼으니 죄의 유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백성에게 맡겼다. 이 때문에 형벌의 집행이 크게 줄어들어 옥사에 대한 판결이 4백 건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러 형벌이 방기되는 기풍이 있었다.[及孝文卽位 躬修玄默 勸趣農桑 減省租賦 而將相皆舊功臣 少文多質 懲惡亡秦之政 論議務在寬厚 恥言人之過失 化行天下告訐之俗易 吏安其官 民樂其業 畜積歲增 戸口寖息 風流篤厚 禁罔疏闊 選張釋之爲廷尉 罪疑者予民 是以刑罰大省 至於斷獄四百 有刑錯之風]”라고 하였다. 위서(魏書) 형법지(刑法志)에도 “한 문제(漢文帝)는 인자함과 돈후함으로 다스려서 옥사에 대한 판결이 4백 건뿐이어서 거의 형벌이 방기되는 수준에 이르렀다.[文帝以仁厚 斷獄四百 幾致刑措]”라고 하였다. 또, 삼국지 위지(三國志魏志) 권27 왕창전(王昶傳)에, 왕창(王昶)이 자신의 아들과 조카의 이름을 지어주며 당부하기를 “내 너희들이 입신하고 처신함에 유가의 가르침을 따르고 도가의 말을 실천하게 하고자 하였으므로 현·묵·충·허로 이름을 지었으니, 너희들로 하여금 이름을 돌아보고서 그 뜻을 생각하여 감히 어기지 못하게 하고자 함이다.[欲使汝曹立身行己, 遵儒家之教, 履道家之言, 故以玄默沖虛爲名, 欲使汝曹顧名思義, 不敢違越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현묵(玄黙).
  • 진체[眞體]  참된 모습. 참된 실체. 진정한 본체. 사물의 참 모습.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진리의 본체. 진리의 여실한 모습. 마음의 참된 본모습. 죽은 이의 시체. 생사를 해탈하여 변함없이 자유자재한 진여(眞如).
  • 염유[恬愉]  편안하고 즐거움. 마음이 편안해서 기쁨. 편안히 누그러트림. 염담(恬淡)을 유쾌하게 느끼는 정서. 고요한 모습. 참고로, 굴원(屈原) 초사(楚辭) 원유부(遠遊賦)에 “안으로 반성하여 단조를 함이여, 정기의 말미암은 바를 구하노라. 막연히 허정으로써 편안함이여, 담연히 무위로써 자득하도다.[內惟省而端操兮, 求正氣之所由. 漠虛靜而恬愉兮, 澹無爲而自得.]”라고 하였다.
  • 원기[圓機]  원만한 근기. 우주가 운행하는 기틀. 원활한 활동. 원활한 작용. 원만한 기밀. 두루 퍼져 혼연히 작용하는 힘. 원만하여 어디에나 적용이 되는 기틀. 세상을 원만하게 여기며 이끄는 기틀. 외물로부터 속박을 받지 않은 본연의 기틀이나 원리. 참고로, 장자(莊子) 도척(盜跖)에 “굽었든 곧았든 간에 하늘의 법도에 서로 호응해야 한다.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옳든 그르든 간에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若枉若直, 相而天極. 面觀四方, 與時消息. 若是若非, 執而圓機. 獨成而意, 與道徘徊.]”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원기[圓機]  원활(圓滑)한 기봉(機鋒). 마음의 개오로 성불하는 성근. 원만한 이치를 단박에 깨우친다는 원돈(圓頓)의 본디 불성을 위한 인연의 틀. 불교 선가(禪家)의 설법에 관한 용어(用語)로 원돈기근(圓頓機根)의 약칭이다. 원돈(圓頓)은 원만돈족(圓滿頓足)의 뜻으로 일순간 깨달음을 얻어 신속히 성불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말하고, 기근(機根)은 교법(敎法)을 받을 근기(根機)와 교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기봉(機鋒)이 원활(圓活)하다는 말이다.

【譯文】 棲心元默,  適志恬愉.
紛亂騷擾固然是沉溺心志的場所,  而枯燥寂寞也是槁枯心氣的地方.  所以做學問的人寄托心志於沉靜,  用來安寧我的眞實本體,  也應當適應志趣恬淡愉快,  用來培養我的圓通機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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