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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오는 날


짐 지운 사람은 없었건만

스스로 짐을 지고 무거워 한다

벗어버려 누구 하나 뭐라 않건만

무거운 짐 벗지 못해 괴로워 한다

그럭저럭 살다 가면 그만인 삶을

내려앉을 곳 찾아 몸을 뒤틀고

녹지 않으려 움츠린다

살고 보면 산 것이 찰라일 것을

무얼 바라고 무얼 아끼나

어둠 속에서도 눈빛이고자

약해 빠진 몸을 털어대는 눈

어차피 녹아서는 물이 될 것을

흙탕물의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을

그것이 본래의 모습인 것을

버리자 버리자 다 버리자

바람에 몸을 맡겨 너울거리자

가질 것 버릴 것 다 버리자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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