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전화하니 안 계시더니
비닐하우스에 계셨었군요.
이른 봄이면 고추 모로 푸르고
가을이면 마르는 고추로 붉던
이제는 마땅히 심길 것이 없어
바람에 풀럭이는 비닐하우스
산새도 가끔 우는 빈 산골에
마음 쓸쓸한 어머니는
몸이 추우신 어머니는
봄볕 미리 끌어다 쪼이시며
철푸데기 앉아 무슨 생각 하셨을까
저무는 겨울 오후 햇볕이
따듯한 봄 햇살로 머물었으면
어머니 마음속 근심 걱정을
봄 눈 녹이듯 녹이었으면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