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人夜不寐[유인야불매] 유인은 밤새 잠 못 이루고
待曉開窓扉[대효개창비] 새벽을 기다려 창문을 여네
曙色天外至[서색천외지] 새벽 빛 하늘가에 이르렀으나
空庭尙熹微[공정상희미] 빈 뜰은 여전히 희미하구나
南枝動春意[남지동춘의] 남쪽 가지에는 봄기운 돌고
歸鴈正北飛[귀안정북비] 돌아가는 기러기 북으로 나네
萬物各遂性[만물각수성] 만물이 저마다 본성 따르니
仰賀璇與機[앙하선여기] 우러러 자연조화 치하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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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興九首[其四]잡흥9수4 / 유인은 밤을 지새우고 / 崔惟淸최유청 : 東文選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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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청[崔惟淸] 고려(高麗) 시대의 학자이자 문신이다. 자는 직재(直哉)이고 본관은 창원(昌原)이며 문하시랑 최석(崔奭, 崔錫)의 아들이다. 예종 때 과거에 급제했으나 학문이 완성되지 않았다 하여 벼슬을 하지 않고 독서에만 힘썼다. 후에 추천을 받아 직한림원(直翰林院)이 되었으나 인종초에 이자겸(李資謙)의 간계로 파직되었다. 이자겸이 몰락한 뒤 내시(內侍)가 되었고, 좌사간(左司諫)·상주수(尙州守)·시어사(侍御史)를 역임하였다. 1132년(인종10)에 예부원외랑(禮部員外郎)으로 진주사(陳奏使)가 되어 송나라에 다녀왔다. 1142년에 간의대부(諫議大夫)로 금나라에 다녀와 호부시랑(戶部侍郎)에 제수되었고, 동북면병마부사(東北面兵馬副使)·승선(承宣)을 역임하였다. 1149년(의종3)에 참지정사, 중서시랑평장사가 되고, 2년 후 왕제 대령후(大寧侯)가 참소된 사건에 처남인 정서(鄭敍)와 함께 관련되어 남경유수사(南京留守使)로 좌천되고, 6년 뒤 충주목사(忠州牧使), 광주목사(廣州牧使)로 좌천되었다. 1161년(의종15)에 중서시랑평장사에 오르고, 정중부의 난 때 다른 문신은 모두 화를 입었으나 평소 그의 덕망에 감화한 무신들이 그를 보호하여 화를 면했다. 명종이 즉위하자 중서시랑평장사에 다시 임명되었고 이어 수사공집현전대학사판예부사(守司空集賢殿大學士判禮部事)로 치사했다. 경사에 해박했으며, 불경에도 관심이 깊어 많은 학생과 승려의 자문에 응했다. 왕의 조서를 받들어 이한림집주(李翰林集註)을 편찬했고 유문사실(柳文事實)을 주해했다. 문집에 남도집(南都集)이 있으며 동문선(東文選)에 6수의 시와 45편의 문이 실려 있다. 시호는 문숙(文淑)이다.
- 유인[幽人] 그윽하고 고요하고 편안한 사람으로 흔히 은자(隱者)를 뜻한다. 주역(周易) 이괘(履卦) 구이(九二)에 “구이는 행하는 도가 평탄하니, 유인이라야 정(貞)하고 길(吉)하리라.[九二, 履道坦坦, 幽人貞吉.]”라고 보이는데, 정이(程頤)는 역전(易傳)에서 유인을 ‘그윽하고 고요하고 편안한 사람[幽靜安恬之人]’이라고 풀이하였다.
- 유인[幽人] 번잡한 속세(俗世)를 피하여 그윽한 곳에 조용히 숨어사는 사람으로, 은자(隱者), 은사(隱士)를 뜻한다. 소식(蘇軾)의 시 정혜원우거월야우출(定惠院寓居月夜偶出)에 “숨어 사는 이 일 없어 문밖 출입 안 하다가, 우연히 봄바람 따라 밤 깊도록 서성였네.[幽人無事不出門 偶逐東風轉良夜]”라고 하였다.
- 창비[窓扉] 창짝. 여닫이 창문짝.
- 서색[曙色] 새벽빛. 새벽녘의 경치. 새벽녘의 하늘빛. 여명. 동이 틀 때의 하늘빛을 가리킨다.
- 천외[天外] 매우 높고 먼 곳. 뜻밖의 것. 먼 하늘 저 밖. 의외의 것. 하늘의 바깥이라는 뜻으로, 극히 고원(高遠)함을 의미한다. 쉽게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엉뚱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잠참(岑參)의 시 송최자환경(送崔子還京)에 “한 필 말로 서쪽에서 하늘 끝으로 가는데, 채찍 들어 나는 새와 빠르기를 다투네.[匹馬西從天外歸 揚鞭只共鳥爭飛]”라고 하였다.
- 천기[天機] 모든 조화(調和)를 꾸미는 하늘의 기밀(機密). 중대(重大)한 기밀(機密). 천부의 성질(性質) 또는 기지(機知). 자연 조화(造化)의 은밀한 기틀. 천지조화(天地造化)의 심오한 기밀, 또는 천부적인 영감. 천리(天理)가 발용(發用)하는 것. 천부의 영기(靈機), 즉 영성(靈性).
- 천기[天機] 타고난 근기(根器). 하늘이 부여한 재능. 타고난 재치나 영감.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기호와 욕망이 깊은 사람은 천기(天機)가 얕다.[其耆欲深者 其天機淺]”라고 하였다.
- 천기[天機] 만물 속에 내재(內在)한 하늘의 기틀, 즉 자연의 이법(理法). 내면의 천진(天眞)함. 천부적으로 타고난 기지(機智)나 성품.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이 일찍이 말[馬]의 상(相)을 잘 보았던 구방고(九方皐)로 하여금 천리마(千里馬)를 구해 오게 했는데, 3개월이 지난 뒤에야 구방고가 와서 천리마를 얻었다고 하므로, 목공이 어떤 말이냐고 물으니, 구방고가 누런 암말[牝而黃]이라고 대답하므로, 다른 사람을 시켜 가서 보게 한 결과 검은 숫말[牡而驪]이었다. 그러자 목공이 앞서 구방고를 천거한 그의 친구 백락(伯樂)을 불러 책망하기를 “실패했도다. 그대의 천거로 말을 구해 오게 했던 사람은 말의 색깔도 암수도 알지 못하는데, 무슨 말을 알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니, 백락이 말하기를 “구방고가 본 것은 곧 천기(天機)이므로, 그 정(精)한 것만 얻고 추(麤)한 것은 잊어버리며, 내면의 것만 중시하고 외면의 것은 잊어버린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말을 데려와서 보니, 과연 천하의 양마(良馬)였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列子 說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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