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딱 한 번이었다
내 열 두어 살쯤에 기역자 손전등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푸석하고 컴컴해진 초가집 처마 속으로 잽싸게 손을 밀어 넣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밤 내 손끝에 닿던 물큰하고 뜨끈한 그것,
그게 잠자던 참새의 팔딱이는 심장이었는지, 깃털 속에 접어 둔 발가락이었는지, 아니면 깜박이던 곤한 눈꺼풀이거나 잔득잔득한 눈곱 같은 것이었는지,
어쩔 줄 모르고 화들짝 내 손끝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던,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사다리 위에서 슬퍼져서 한 발짝 내려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허공을 치며 소리 내어 엉엉 울지도 못하고, 내 이마 높이에 와 머물던 하늘 한 귀퉁이에서 나대신 울어주던 별들만 쳐다보았다
정말 별들이 참새같이 까맣게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울던 밤이었다
네 몸 속에 처음 손을 넣어 보던 날도 그랬다
나는 오래 흐른 강물이 바다에 닿는 순간 멈칫 하는 때를 생각했고
해가 달의 눈을 가려 지상의 모든 전깃불이 꺼지는 월식의 밤을 생각했지만,
세상 밖에서 너무 많은 것을 만진
내 손끝은, 나는 너를 훔치는 도둑은 아닌가 싶었다
네가 뜨거워진 몸을 뒤척이며 별처럼 슬프게 우는 소리를 내던 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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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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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현대문학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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