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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함에 뜻이 뚜렷해지고 부귀에 지조를 잃는다 [澹泊明志 肥甘喪節] <채근담>


명아주 국으로 입을 달래고

비름나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대개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하지만

좋은 옷을 입고 귀한 음식을 먹는 사람은

종처럼 굽실거리고 아첨함도 달게 여긴다.

대체로 뜻은 담박함으로써 뚜렷해지고

절조는 기름지고 달콤함을 좇다가 잃게 된다.


藜口莧腸者,  多冰淸玉潔.
여구현장자,  다빙청옥결.
袞衣玉食者,  甘婢膝奴顔.
곤의옥식자,  감비슬노안.
蓋志以澹泊明,  而節從肥甘喪也.
개지이담박명,  이절종비감상야.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前集전집>


  • 여곽지갱[藜藿之羹]  명아주 잎과 콩잎으로 끓인 국이다. 빈궁한 사람의 음식을 뜻하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에 “요(堯)가 천하에 왕 노릇 할 때에 지붕을 이은 띠풀의 끝을 가지런하게 자르지 않았으며, 채벌(採伐)해온 서까래도 다듬지 않았다. 여자(糲粢)로 만든 밥과 여곽(藜藿)으로 만든 국을 먹었으며, 겨울에는 사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여름에는 칡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堯之王天下也 茅茨不翦 采椽不斲 糲粢之食 藜藿之羹 冬日麑裘 夏日葛衣]”라고 보이고,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 “토계(土階)는 세 계단이고, 지붕을 띠풀로 이고서 그 끝을 가지런히 자르지 않고, 서까래를 다듬지 않고, 질그릇에 밥을 담아 먹고, 토기(土器)에 국을 담아 먹었으며, 기장밥과 여곽국이었다.[土階三等 茅茨不剪 采椽不刮 食土簋 啜土刑 糲粱之食 藜藿之羮]”라고 하였다.
  • 빙청옥결[氷淸玉潔]  얼음같이 맑고 옥같이 깨끗한 절개.
  • 빙청[氷淸]  얼음같이 맑음. 진서(晉書) 권36 위개열전(衛玠列傳)에, 진(晉)나라 악광(樂廣)과 사위 위개(衛玠)를 두고 “위개의 장인은 악광(岳廣)으로 천하에 중망이 있었는데, 논하는 자가 말하기를 ‘장인은 얼음처럼 맑게 빛나고, 사위는 옥돌처럼 은은하게 빛난다.’고 하였다.[玠妻父樂廣, 有海内重名, 議者以爲, 婦公氷淸, 女壻玉潤.]”라고 한 데서 보인다. <晉書 卷36 衛玠列傳>
  • 옥결[玉潔]  옥같이 깨끗함. 옥처럼 희다. 당(唐)나라 이한(李漢)의 창려문집서(昌黎文集序)에 “태양처럼 빛나고 옥같이 깨끗하며, 주공의 뜻이요 공자의 생각이다.[日光玉潔 周情孔思]”라고 하였다. 또, 진(晉)나라 왕가(王嘉)의 습유기(拾遺記) 주영왕(周靈王)에 “노담이 주나라 말기에 반경일실 산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지냈다. 황발의 노인 다섯 사람이 있었는데……눈동자가 모두 네모나고 얼굴빛은 옥처럼 깨끗했으며 손에는 청균장을 쥐고 담과 더불어 천지의 운수를 이야기했다.[老聃在周之末 居反景日室之山 與世隔絶 有黃髮老叟五人……瞳子皆方 面色玉潔 手握靑筠之杖 與聃共談天地之數]”라고 하였다.
  • 빙옥[氷玉]  빙옥(氷玉)은 얼음과 옥으로, 맑고 깨끗하여 아무런 티가 없음을 뜻하는 말인데, 흔히 고결한 지조 또는 고상하고 깨끗한 인품을 비유한다. 참고로 송나라 소식(蘇軾)의 시 유혜산(遊惠山)에 “형형하게 가슴속에서, 이미 빙옥이 되어 빛나도다.[炯然肝肺間, 已作冰玉光.]”라고 하였고, 한서(漢書) 권57 하 사마상여전(司馬相如傳)에 “봄에는 아침노을의 기운을 마시고, 여름에는 한밤중 북방의 기운을 호흡한다.”는 말이 나오고, 소식(蘇軾)의 시에 “오나라 사람들은 산과 호수 굽이에서 생장하면서, 호수의 빛을 호흡하고 산의 푸르른 기운을 마시기 때문에, 굳이 신선이 사는 세상 밖의 선경을 따질 것도 없이, 남녀 모두가 신선처럼 빙옥 같은 자태를 지니고 있다.[吳儂生長湖山曲 呼吸湖光飮山綠 不論世外隱君子 傭奴販婦皆氷玉]”는 말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25 書林逋詩後>
  • 현장[莧腸]  현장(莧腸)은 비름으로 배를 채운다는 뜻으로, 마음이 담박한 사람을 말한다.
  • 곤의[袞衣]  12가지의 무늬를 수놓은 제복(祭服)인 십이장복(十二章服)을 말한다. 12가지 무늬는, 일(日)·월(月)·성신(星辰)·산(山)·용(龍)·화(火)·화충(華蟲)·조(藻)·분미(粉米)·보(黼)·불(黻)이다.
  • 곤의[袞衣]  곤의(袞衣)는 고대에 제왕이나 공경이 입었던 권룡(卷龍)을 수놓은 예복이다. 시경(詩經) 구역(九罭)에 “우리가 그분을 만나 보니, 곤의와 수상을 입었도다.[我覯之子 袞衣繡裳]”라고 하였고, “이러므로 곤의가 있는 것이니, 우리 공을 데리고 돌아가, 우리 마음 슬프게 하지 말라.[是以有袞衣兮 無以我公歸兮 無使我心悲兮]”라고 한 데서 보인다. 곤의수상(袞衣繡裳)은 용을 그린 곤룡포와 수놓은 치마의 관복을 이른다.
  • 옥식[玉食]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 하얀 쌀밥. 귀한 진미(珍味).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임금만이 복을 내리고 임금만이 위세를 부리며 임금만이 진귀한 음식을 받을 수 있으니, 신하는 복을 짓고 위엄을 짓고 옥식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惟辟作福 惟辟作威 惟辟玉食 臣無有作福作威玉食]”라고 하였고, 열자(列子) 주목왕(周穆王)에 “다달이 옥의(玉衣)를 바치고 아침마다 옥식(玉食)을 올린다.[月月獻玉衣 旦旦薦玉食]”라고 하였다.
  • 노안[奴顔]  아첨이나 즐기는 노예의 얼굴. 노예근성. 종같이 굽실거리는 비굴한 얼굴. 얼굴을 종처럼 한다는 것이니, 곧 마치 노예처럼 언어와 기색(氣色)을 바싹 움츠려서 비굴하게 제 몸을 낮추어 갖은 아양으로 세력 있는 자를 받들어 섬기는 것을 말한다.
  • 비슬[婢膝]  종처럼 무릎을 꿇고 굽실거림.
  • 비슬노안[婢膝奴顔]  계집종의 무릎걸음과 사내종의 아첨하는 얼굴색. 남에게 아첨(阿諂)하는 모양. 노예처럼 비굴하게 아첨함. 비굴하게 남에게 빌붙다. 사람을 대할 때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일. 환심을 사려고 남에게 비굴하게 알랑거리다. 사내종이 고개를 숙이고, 계집종이 무릎을 꿇듯이 남과 교제(交際)할 때 지나치게 굽실굽실하며 비굴(卑屈)한 태도(態度)로 일관(一貫)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동진(東晉)의 학자이자 도사인 갈홍(葛洪)이 지은 포박자(抱朴子) 외편(外篇) 교제(交際)에 “노비와 같이 비굴한 얼굴 표정과 무릎 꿇는 듯한 태도로 남을 대하는 사람은 세상을 잘 아는 사람이다.[以奴顔婢膝者爲曉解當世]”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 개[蓋]  대개(大槪: 대부분). 대략. 모두.
  • 담박[澹泊]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 재물·명예·사랑·미움 등에 끌리지 아니하는 담담하고 소박한 마음. 맛이나 빛이 산뜻함. 공명(功名)과 이록(利祿)을 탐하지 않아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한 것을 가리킨다.
  • 담박명지[澹泊明志]  제갈량(諸葛亮)이 아들을 경계하는 글에 “군자의 행실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르니, 담박함이 아니면 뜻을 밝힐 수 없고 안정함이 아니면 원대함을 이룰 수 없다.[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非澹泊, 無以明志; 非寧靜, 無以致遠.]”라고 하였다. <小學 嘉言>
  • 비감[肥甘]  기름지고 달콤하다는 뜻으로 부귀를 의미함. 살지고 맛이 좋음. 또는 그런 고기. 맛 좋은 음식. 한유(韓愈)의 송궁문(送窮文)에 “소인(小人)과 군자(君子)는 그 마음이 같지 않으니, 오직 시대에 맞지 않아야 비로소 하늘과 통한다. 완염(琬琰: 보옥寶玉)을 가지고서 양가죽 한 장과 바꾸려 하고, 비감(肥甘: 맛난 음식)에 물려서 저 겨죽을 그리워하는구려. 천하에 그대를 아는 것이 누가 우리보다 더하겠는가?[小人君子, 其心不同, 惟乖於时, 乃与天通. 携持琬琰, 易一羊皮, 飫於肥甘, 慕彼糠糜. 天下知子, 誰過於予.]”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절조[節操]  절개(節槪·節介)와 지조(志操)를 아울러 이르는 말. 굳게 지키는 지조(志操).
  • 절개[節槪]  절의(節義)와 기개(氣槪), 신념(信念) 등을 지키어 굽히지 않는 충실(充實)한 태도(態度).
  • 지조[志操]  원칙과 신념을 지켜 끝까지 굽히지 않는 꿋꿋한 의지나 기개.

【譯文】 澹泊明志담박명지,  肥甘喪節비감상절.
滿足粗茶淡飯的人,  多半像冰玉般淸澈純潔  ;  追求華服美食的人,  甘願像奴婢般卑躬屈膝.  因爲志向以恬淡寡欲而顯明,  而節操都從物質享受中喪失殆盡.
甘於過清貧生活的人多半品行高潔,  淡泊自守  ;  而貪戀榮華富貴的人,  受物欲名利的驅使,  寧願卑躬屈膝,  喪失一個人應有的氣節.  所以 志向可以通過淡泊名利的生活表現出來,  節操也可以因爲貪圖物質享受而喪失殆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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