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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되 역동하는 기상이 있어야 한다[鳶飛魚躍연비어약] <채근담>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등불과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 꺼져 식은 재나 마른 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고요한 구름이나 잔잔한 물속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니

이것이야말로 도를 깨우친 사람의 마음바탕이다.


好動者,  雲電風燈  ;  嗜寂者,  死灰槁木.
호동자,  운전풍등  ;  기적자,  사회고목.
須定雲止水中,  有鳶飛魚躍氣象,  纔是有道的心體.
수정운지수중,  유연비어약기상,  재시유도적심체.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前集전집>


  • 운전[雲電]  구름 사이에서 번쩍이는 번갯불.
  • 풍등[風燈]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말로, 짧은 시간 또는 덧없는 인생에 비유된다.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 권5에 “무상이 신속하여 생각생각마다 변천하니, 돌이 부딪쳐서 이는 불과 바람 앞의 등잔불, 흘러가는 물과 지는 낙조, 이슬 젖은 꽃과 번갯불 그림자로도 비유할 수 없다.[無常迅速, 念念遷移, 石火風燈, 逝波殘照, 露華電影, 不足爲喩.]”라고 하였다. 또, 송나라 소식(蘇軾)의 손신로구묵묘정시(孫莘老求墨妙亭詩)에 “지금 옛날을 보듯 뒷날에 지금을 볼 것이니, 눈앞을 지나는 백세도 바람 앞의 등불 같도다.[後來視今猶視昔, 過眼百世如風燈.]”라고 하였다.
  • 풍등[風燈]  바람에 불이 꺼지지 않게 종이를 붙인 등. 종이를 발라 바람을 막을 수 있게 만든 등(燈)을 가리킨다. 방풍등(防風燈).
  • 사회고목[死灰枯木]  불 꺼져 식은 재와 죽어 마른 나무. 완연(頑然)하여 지각(知覺)이 없는 모양. 외물로 인하여 마음이 동요되지 않음. 물아(物我)를 모두 잊은 상태. 사람이 욕심이 없거나 생기가 없는 상태. 마음은 불 꺼진 재처럼 아무 생각이 없고 형체는 마른 나무가 서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음을 이른다. 사람의 무위무심(無爲無心)함을 비유한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안석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우러러 길게 숨을 내쉬자, 그 멍한 모양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았으므로, 안성자유(顔成子游)가 곁에서 그를 모시고 있다가 묻기를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형체는 진실로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마음은 진실로 식은 재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지금 안석에 기대앉은 분은 전에 안석에 기대앉은 그분이 아닙니다.[何居乎? 形固可使如枯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 今之隱几者, 非昔之隱几者也.]”라고 하니, 남곽자기가 대답하기를 “언아, 자네는 또한 착하지 아니한가. 자네가 그렇게 물음이여. 지금 나는 나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자네도 그것을 알았던가?[偃不亦善乎? 而問之也. 今者吾喪我, 女知之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마음에 아무런 동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 정운지수[定雲止水]  한 곳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 구름과 머물러 흐르지 않는 물. 정운지수(停雲止水).
  • 지수[止水]  지수(止水)는 파란(波瀾)이 일지 않고 고요하게 멈추어 있는 물로, 외물에 동요되지 않는 고요한 마음을 비유한다.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하여 “사람은 흐르는 물에서는 자신을 비추어 보지 못하고, 멈춰 있는 물에서 비추어 볼 수 있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라고 하였다. 이는 당시 죄를 지어 다리가 잘린 노(魯)나라의 왕태(王駘)라는 사람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자 공자의 제자가 그 이유를 물은 가운데 나온 이야기이다. 참고로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제이시랑문(祭李侍郞文)에 “치아가 서로 삐걱거리고, 파란이 사방에서 일어났는데, 공은 유독 어떤 사람이었나. 마음이 지수와도 같았다오.[齒牙相軋, 波瀾四起. 公獨何人? 心如止水.]”라고 하였다.
  • 연비어약[鳶飛魚躍]  연비어약(鳶飛魚躍)은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으로, 만물이 각기 제자리를 얻어 이치가 환히 드러남을 형용한 말이다. 시경(詩經) 한록(旱麓)에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는 못 속에서 뛰어논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자사(子思)가 “군자의 도는 쓰임이 광대하고 은미하다.[君子之道 費而隱]”라고 하면서,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는 못 속에서 뛰어논다.’라고 하였으니, 천지조화가 위아래에 나타난 것을 말한 것이다.[詩云: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다. 정자(程子)가 이를 두고 “이 1절은 끽긴(喫緊)하게 사람을 위한 것으로 활발발(活潑潑)한 곳이다.”라고 하였다.
  • 연비어약[鳶飛魚躍]  하늘에는 솔개가 날고 연못에는 물고기가 뜀. 만물이 각자 제 살 곳을 얻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현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원리는 하나인 자연 만물의 이치를 가리킨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旱麓)에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는데,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논다.[鳶飛戾天 魚躍于淵]”는 구절이 있다.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 속에 고기가 뛰어노는 것이 자연스럽고 조화로운데, 이는 솔개와 물고기가 저마다 나름대로의 타고난 길을 가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만물이 저마다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전체적으로 천지의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 자연의 오묘한 도임을 말한 것이다. 참고로 명나라 왕세정(王世貞)의 엄주속고(弇州續稿) 권154 제섭교수문(祭葉教授文)에 “옹의 풍골은, 학처럼 청수하고 솔처럼 꼿꼿하며, 옹의 흉금은, 뛰노는 물고기와 높이 나는 솔개라오.[翁之風骨, 鶴癯松堅. 翁之襟懐, 躍魚戾鳶.]”라고 하였다.
  • 재시[纔是]  이것이야 말로 ~ 이다. 정말로 ~ 이다.
  • 심체[心體]  마음과 몸. 마음의 본체. 심성(心性).

【譯文】  動靜合宜,  道之眞體.
喜好活動的人猶如雲間閃電風中燈火  ;  嗜好淸靜的人宛如火滅灰燼枯槁樹木.  必須在穩定雲彩平靜流水中,  出現鷗鷹飛舞魚兒跳躍景象,  才算是具有崇高道德的心懷胸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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