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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물을 쓸어내고 진면목을 찾아야 한다 <채근담>


사람마다 마음속에

한 구절 참 문장이 있건만

옛글 나부랭이에 모두 갇혀버리고

한 가락 참 풍류가 있건만

요염한 노래와 춤에 모두 잠겨버린다.

배우는 자는 모름지기

외물을 쓸어버리고, 직접 진면목을 찾아야

비로소 참다운 멋을 받아 누릴 수 있게 된다.


人心有一部眞文章,  都被殘編斷簡封錮了.
인심유일부진문장,  도피잔편단간봉고료.
有一部眞鼓吹,  都被妖歌艶舞湮沒了.
유일부진고취,  도피요가염무인몰료.
學者須掃除外物,  直覓本來,  纔有個眞受用.
학자수소제외물,  직멱본래,  재유개진수용.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춘추 시대 제 환공(齊桓公)이 일찍이 대청 위에서 글을 읽고 있을 때, 마침 수레바퀴를 깎는 편(扁)이란 장인(匠人)이 대청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제 환공에게 묻기를 “감히 묻겠습니다. 대왕께서 읽으시는 것이 무슨 말입니까?[敢問公之所讀者何言耶?]”라고 하자, 환공이 성인(聖人)의 말씀이라고 대답하니, 그가 또 성인이 살아 있느냐고 물으므로, 환공이 이미 돌아갔다고 대답하자, 그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대왕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粕已夫.]”라고 하였다고 한다. <莊子 天道>


  • 일부[一部]  한 권. 한 질[一帙].
  • 도피[都被]  모두 당함. 모두 덥힘.
  • 잔편[殘編]  낙질(落帙). 한 질을 이루는 여러 권의 책 중에서 몇 권이 빠지고 남은 책. 남은 조각.
  • 잔편단간[殘編斷簡]  편(編)은 죽간을 매는 가죽 끈을, 간(簡)은 죽간(竹簡)을 각각 가리킨다. 단편적으로 남은 옛 기록. 손상된 책과 끊어진 죽간이라는 뜻으로, 이지러지고 흩어져 온전하지 못한 책이나 글발. 잔편(殘編)은 책이 낡아서 대부분이 없어지고 일부만 남아 있는 것, 단간(斷簡)은 끊어진 간찰(簡札)이니, 옛날에는 대나무 조각을 엮어 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즉, 낡은 옛날의 책을 이른다.
  • 단간[斷簡]  떨어지거나 빠져서 온전하지 못한 책이나 문서. 떨어지고 빠지고 하여서 완전(完全)하지 못한 글월.
  • 단간잔편[斷簡殘編]  간(簡)은 죽간(竹簡)을, 편(編)은 죽간을 매는 가죽 끈을 각각 가리킨다. 떨어져 나가고 빠지고 하여 조각이 난 문서(文書)나 글월. 동강동강 끊어진 글이 조각조각 흩어져서 온전(穩全)하지 못하게 된 책(冊). 끊어진 죽간과 손상된 책이라는 뜻으로, 이지러지고 흩어져 온전하지 못한 책이나 글발.
  • 봉고[封錮]  갇히고 막히다. 봉쇄(封鎖)되어 막힘. 굳게 갇힘.
  • 고취[鼓吹]  북과 피리. 고는 타악, 취는 관악. 음악 연주(演奏). 전하여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면 저절로 흥이 나는 것처럼 용기나 기운을 북돋워 일으키거나 의견, 사상 등을 열렬히 주장하여 불어넣는 것을 가리킨다. 선전(宣傳).
  • 고취[鼓吹]  제향(祭享)이나 궁중의 예식(禮式)이나 국장(國葬)이 있을 때 그 반열에서 연주하던 아악대(雅樂隊)또는 아악대가 연주하는 음악을 이른다.
  • 고취곡[鼓吹曲]  악부(樂府) 고취곡사(鼓吹曲辭)의 준말로, 단소요가(短簫饒歌)라고도 불린다. 북, 징, 피리, 호드기 등으로 합주하는 군악(軍樂)이며, 한(漢)나라 초기에는 변방의 군대에서 사용했으나 뒤에 점차 궁중에서도 사용되었다.
  • 풍류[風流]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속사를 떠나 풍치(風致)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 화조풍월(花鳥風月). 운치(韻致)스러운 일. 음악(音樂)을 예스럽게 일컫는 말.
  • 요가[妖歌]  요염한 노래. 요망한 노래. 속된 노래. 참고로, 소식(蘇軾)이 서법가(書法家)인 당(唐)나라의 장욱(張旭)과 회소법사(懷素法師)의 글씨를 진(晉)나라 종요(鍾繇)와 왕희지(王羲之)에 비교하면서 “마치 저잣거리 창부(娼婦)가 청홍의 분을 얼굴에 찍어 바르고는, 속된 노래와 춤을 추며 아동을 현혹하는 것 같다.[有如市娼抹靑紅 妖歌嫚舞眩兒童]”고 비평한 시구가 있다. <蘇東坡詩集 卷25 題王逸少帖>
  • 염무[艶舞]  요염한 춤.
  • 인몰[湮沒]  모두 없어지다. 흔적이 모두 없어짐. 자취도 없이 모두 없어짐. 인멸(湮滅).
  • 외물[外物]  신외지물(身外之物). 몸 밖의 것. 외계(外界)의 사물. 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의 모든 대상. 자아(自我)에 속하지 않고 객관적 세계에 존재하는 물건. 본래의 순수함을 어지럽히는 외부의 잡물. 즉 명예(名譽), 이익(利益), 재물, 관직, 명성 같은 것들을 가리킨다. 참고로, 심약(沈約)의 술승중식론(述僧中食論)에 “마음이 미혹되는 데는 바깥 것에 흔들리게 되어 그런 것인데, 흔들어대는 것 중에 크게 세 가지가 있으니, 첫 번째가 명예와 재물과 자리를 구하는 것이요, 두 번째가 사치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요, 세 번째가 맛 좋은 산해진미를 먹고자 하는 것이다.[心神所以昏惑, 由於外物擾之. 擾之大者其事有三 : 一則勢利榮名, 二則妖姸靡曼, 三則甘旨肥濃.]”라고 하였고, 고적(高適)의 시 동군공숙개선사증진십육소거(同群公宿開善寺贈陳十六所居)에 “공에 대해 이야기하며 몸 바깥의 욕망을 잊고, 계와 율을 잘 지켜 그릇된 것들을 물리치네.[談空忘外物, 持誡破諸邪.]”라고 하였다.
  • 멱본래[覓本來]  본래의 참 마음을 찾음. 본 모습을 찾음.
  • 진면목[眞面目]  본래의 모습. 참 모습. 본디 그대로의 참된 모습이나 내용. 사물(事物)이나 사람이 본래(本來) 가지고 있는 훌륭하거나 좋은 점으로서의 진짜 모습.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제서림벽(題西林壁)에 “옆으로 보면 잿마루요 비스듬히 보면 봉우리라, 원근과 고저에 따라 모습이 같지 않구나.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으니, 이 몸이 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로세.[橫看成嶺側成峯,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라고 하였다.

【譯文】  掃除外物,  直覓本來.
人人心中都有一部眞正的文章,  可惜都被殘缺不全的書籍封閉禁錮了  ;  人人心中都有一部美妙的樂曲,  可惜都被妖冶華麗的歌舞湮滅埋沒了.  做學問的人必須排除外界事物直接尋覓人心中本有的心性,  才能有一個眞正享用不盡的眞學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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