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왕(先王)은 백성과 친밀히 하기에 힘을 다하고, 법률을 명확히 하는데 더욱 전념하였습니다. 법률이 명확하면 충신(忠臣)은 권면(勸勉)되고, 반드시 벌을 주면 사신(邪臣)은 금지(禁止)됩니다.
충성이 권면되고 간사함이 금지되어 영토가 넓어지고 군주의 권위가 높아진 경우는 진(秦)나라였고, 군신(君臣)이 작당하고 결탁하여 정도(正道)를 어기고 사사로운 이익을 구하고 악을 행하여, 국토는 깎이고 군주의 권위가 더욱 낮아진 예는 산동(山東)의 제후국(諸侯國)들입니다.
혼란하고 약하면 쇠망(衰亡)하는 것이 인간 세상의 본질이고, 다스려지고 강성하면 왕 노릇 하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이치입니다.
월왕(越王) 구천(勾踐)은 대붕(大朋)이라는 거북의 길조(吉兆)를 믿고 오(吳)나라와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하여, 그 자신과 신하가 끌려가 오(吳)나라를 섬겼으나, 귀국한 뒤로는 거북점을 버리고 법을 명확히 하고 백성과 친밀히 하여, 오나라에 설욕하고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사로잡았습니다.
본디, 귀신을 믿는 자는 법령을 소홀히 하고, 제후(諸侯)의 원조를 믿는 자는 나라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조(曹)나라는 제(齊)나라를 믿고 송(宋)나라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제(齊)나라가 초(楚: 형荊)나라를 공격하는 틈을 이용하여 송(宋)나라가 조(曹)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초(楚)나라는 오(吳)나라를 믿고 제(齊)나라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월(越)나라가 오(吳)나라를 공격하는 틈을 이용하여 제(齊)나라는 초(楚)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허(許)나라는 초(楚)나라를 믿고 위(魏)나라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초(楚)나라가 송(宋)나라를 공격하는 틈을 타 위(魏)나라는 허(許)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정(鄭)나라는 위(魏)나라를 믿고 한(韓)나라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위(魏)나라가 초(楚)나라를 공격하는 틈을 타 한(韓)나라는 정(鄭)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지금 한(韓)나라는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에 의지하여, 군주는 만연(慢然)히 진(秦)나라와 위(魏)나라의 말을 따르며, 제(齊)나라와 초(楚)나라를 믿고 정사(政事)를 하고 있으니, 작은 나라로서 점차 망해갈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 의지해서는 자국의 영토를 넓힐 수 없는데 한(韓)나라는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초(楚)나라가 위(魏)나라를 공격하여 허(許)와 언(鄢)에 진공(進攻)하고, 제(齊)나라가 임(任)과 호(扈)를 공격하여 위(魏)나라의 영토가 깎임으로 정(鄭)나라가 보존되지 못했는데, 한(韓)나라는 이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법금(法禁)을 밝게 제시하여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외국의 도움에 의지하여 사직(社稷)을 멸망시킨 경우입니다.
<한비자 제19편 식사>
古者先王盡力於親民, 加事於明法. 彼法明, 則忠臣勸 ; 罰必, 則邪臣止. 忠勸邪止而地廣主尊者, 秦是也 ; 群臣朋黨比周, 以隱正道, 行私曲而地削主卑者, 山東是也. 亂弱者亡, 人之性也 ; 治强者王, 古之道也. 越王勾踐恃大朋之龜, 與吳戰而不勝, 身臣入宦於吳 ; 反國棄龜, 明法親民以報吳, 則夫差爲擒. 故恃鬼神者慢於法, 恃諸侯者危其國. 曹恃齊而不聽宋, 齊攻荊而宋滅曹. 荊恃吳而不聽齊, 越伐吳而齊滅荊. 許恃荊而不聽魏, 荊攻宋而魏滅許. 鄭恃魏而不聽韓, 魏攻荊而韓滅鄭. 今者韓國小而恃大國, 主慢而聽秦·魏, 恃齊·荊爲用, 而小國愈亡. 故恃人不足以廣壤, 而韓不見也. 荊爲攻魏而加兵許·鄢, 齊攻任·扈而削魏, 不足以存鄭, 而韓弗知也. 此皆不明其法禁以治其國, 恃外以滅其社稷者也. <韓非子 第19篇 飾邪>
–